기사입력 2009.03.13 10:07 / 기사수정 2009.03.13 10:07
[엑스포츠뉴스=김정근 기자] 스타에서 저그 VS 저그(이하 저저전)을 굳이 비유하자면 알몸의 두 투사가 서로 단검 하나만을 쥔 채 벌이는 전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저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크게 3가지를 뽑자면 단검을 휘두르는 첫 움직임, 밀도 높은 긴장을 이겨낼 수 있는 담력, 그리고 급박한 속도를 따라가는 민첩성이다. 저저전은 한 번의 판단과 몇 번의 컨트롤로 빠르게 경기가 끝난다.
보통 그러하듯이 서로 유사한 정도의 민첩성을 가졌다면 한번 잘 '그은' 쪽이 바로 상대에게 피를 보게 할 것이다. 그래서 저저전은 첫 움직임에 속하는 빌드와 오버로드 정찰 운에서 7할의 승기가 갈린다고 말한다.
이런 일반론에서 유일하게 벗어난 저그는 이제동 뿐이다. 상식을 넘어선 수련으로 다져진 순간순간의 반응속도와 그 여유가 만들어주는 대담한 판단력으로 저그의 동족 학살자이자 폭군이란 명칭을 얻었다. 그에겐 '저저전은 운칠기삼'이란 명제가 통하지 않는다. 75승 22패 77.3%.
현재 이제동 다음으로 저저전에서 강력한 저그는 박찬수다.
3월 12일에 벌어진 로스트사가 MSL 4강에서 김명운을 상대로 박찬수가 거둔 3연승도 그랬다.
박찬수는 1경기 비잔티움2에선 오버로드로 저글링 한기를 보고 상대 빌드를 파악한 뒤 수세에 몰린 척하면서 2단 카운터를 준비했고, 2경기 데스티네이션에서는 선가스를 가는 경향과 오버로드 정찰 시간을 염두에 두고 같은 선가스인 척하면서 숨김 저글링과 함께 드론 몇 기를 더 째는 심리를 찔렀다. 그리고 3경기 카르타고에서는 9스포닝풀 발업을 배제하는 맵의 특성을 반대로 활용해 12드론 앞마당을 맞춰 잡기도.
경기는 싱거웠지만 그만큼 잔인했다.
12일의 경기로 박찬수는 신세대 저그의 거센 약진을 막아내고 첫 메이저리그 우승을 노리게 되었다. 시대를 타고나지 못한 '2인자 저그' 박찬수에겐 다시없을 기회다. 그리고 박찬수가 MSL을 우승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이제동의 클래스에 견주어 볼 것이다. 더해서 반대편 스타리그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저그가 이제동이 아니라 박찬수라면 참란된 말이 나돌 것이다.
꾸준히 성장해온 박찬수의 저그-프로토스전과 저그-테란전은 최고수준의 상대와도 겨룰 수준이 됐다. 저저전은 어떨까. 박찬수의 배짱이라면 이제동이라도 겁을 먹진 않겠지만 폭군의 압제엔 자비가 없다. 모를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분명 부추길 것이다. 그리고 원형의 투기장에 벌거벗은 두 사내를 밀어넣고 싶어 하리라. 일단은 로스트사가 MSL 제패가 목전의 과제다. 박찬수의 무운을 빈다.
[사진(C)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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