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3.08 04:21 / 기사수정 2009.03.08 04:21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8일 새벽 2시 15분(한국시각)에 잉글랜드 풀럼의 홈 구장인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풀럼과 맨유의 FA컵 8강전이 열렸다.
인테르전을 염두에 두고 박지성을 선발 출장시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으나, 퍼거슨 감독은 플레쳐를 오른쪽 윙에 놓고 박지성을 왼쪽 윙으로 선발 출장시키는 강수를 두었다. 당초 선발 출장이 유력했던 나니는 교체 멤버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아 퍼거슨 감독이 빡빡한 일정 속에 또다시 깜짝 놀랄 만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홈 경기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중위권에 올라 있는 풀럼은 확실히 저력 있는 모습으로 맨유를 괴롭혔다. 오른쪽 수비수 판실이 끊임없이 오버래핑을 올라오며 빈틈을 노렸고 결정적인 골 찬스까지 맞았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그래도 전반의 절반 정도를 거의 원사이드에 가깝게 경기를 풀어가는 풀럼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맨유가 가진 한 방은 역시 무서웠다. 전반 20분 경 마이클 캐릭이 코너킥을 올려준 것을 루니가 헤딩 패스해 테베즈의 머리에 연결한 것. 세트피스 상황에서 절대 밀릴 것이 없는 풀럼의 수비진이었지만, 순간의 방심이 너무 뼈아픈 순간이었다.
맨유가 선취골을 넣자 조급해진 건 홈팀인 풀럼이었다. 홈 구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기지 않기 위해 풀럼 선수들은 조급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렇듯 풀럼이 스스로 경기 리듬을 잃는 모습을 보이자, 그 틈을 타서 맨유가 종종 역습을 시도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었다.
전반 35분, 카를로스 테베즈는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만한 환상적인 골을 넣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아 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중거리 슛을 성공시킨 그는 과거 '제2의 마라도나'라고 불리던 시절을 되새기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테베즈의 원맨쇼로 풀럼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은 맨유는 그대로 전반을 2-0으로 마쳤다.
경기의 승부처를 이미 갈라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맨유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이 시작된지 5분 만에 웨인 루니가 판실을 제치고 침착하게 감아찬 슛으로 3번째 골을 넣었다. 맨유는 루니의 골 이후 오셔를 에커슬리로 교체하며 유망주들에게 경기 경험을 쌓게 했고 루니 또한 웰벡으로 교체하며 컨디션을 조절시켰다. 풀럼은 대니 머피과 앤디 존슨을 올리비에 다쿠르와 디오망시 카마라로 잇따라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여의치는 않았다.
경기 종료 10여분 전, 박지성은 지긋지긋한 골 가뭄을 벗어던지며 '풀럼 킬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론 휴즈를 앞에 두고 침착하게 오른쪽 골망을 가른 멋진 슈팅이었다. 박지성의 쐐기골로 점수차를 4골로 벌린 맨유는 더 이상 급할 것이 없었고, 풀럼 또한 추격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한 채로 경기는 그대로 4-0 맨유의 대승으로 종료되었다.
풀럼은 베스트 멤버를 출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 결정력에 문제를 보였다. 사실 풀럼에게도 초반에 득점을 성공시킬 만한 결정적인 기회가 여럿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앤디 존슨과 바비 자모라는 골을 넣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 문전에서의 기회를 전부 날려버렸다. 맨유와 풀럼의 오늘 경기의 승자를 가른 차이는 바로 이 집중력의 차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당초 예상과 달리 박지성을 풀타임 출장시킨 퍼거슨 감독의 속내는 이로써 상당한 미궁으로 빠지게 되었다. 박지성이 오늘 풀럼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퍼거슨 감독에게 인테르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미들진 조합을 놓고 머리를 아프게 할 전망이다.
맨유는 이로써 FA컵 8강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전에 진출해 '5관왕'의 대위업을 이루기 위한 또 하나의 발걸음을 한 걸음 내디뎠다. 이제 맨유는 인테르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과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를 모두 올드 트래포트에서 치르는 2연전이 남아있다.
지옥의 일정 중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남은 두 경기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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