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5.20 03:16 / 기사수정 2005.05.20 03:16
'20일 두산에게 지면, 이길때 까지 관중은 무료입장 입니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LG 트윈스가 올 시즌 전적에서 5전 전패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서울 라이벌’ 두산전을 앞두고 깜짝 이벤트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내용인 즉, LG 구단이 20일부터 열리는 두산과의 잠실 홈경기에서 LG가 패할 경우 다음날(21일 경기)부터 이길 때 까지 홈경기 관중 입장을 무료로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20일 경기에서 LG가 승리한다면 공짜표는 없어지게 되지만, 만약 패할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가 모두 공짜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LG의 마케팅 전략은 올해 두산에게만 전패의 수모를 당하며 라이벌이란 말을 붙이기도 민망해지자, 팬들에 대한 보상 차원과 선수들로 하여금 필승의 의지를 다져 좋은 경기, 이기는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할 수 있다.
사실 최근 LG는 투-타가 동반 상승해 시즌 개막 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면서 4위에 안착, 내심 상위권으로 도약을 호시탐탐 바라보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길목에서 만난 상대가 마침 두산 이였고, 최근 수년간 시즌 전적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던 두산에게 승리하여 상승세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두산전 전패의 수모도 되갚아줄 생각으로 이번 이벤트를 짜낸 것으로 보인다.
프로의 수준을 스스로 깍아내리는 처사
팀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한 프론트의 노력과, 돈과 관련되는 민감한 문제를 팀의 명예회복과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과감히 결정한 구단도 칭찬 받을만한 행동을 보여 주었지만, 결론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이 잘 못 되었다는 점이다.
팀의 상승세 지속과, 팬들에 대한 서비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구단의 이벤트 구상은 좋았지만, 그 이벤트가 돈과 관련 되었다는 점에서 좋지 못한 쓴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두산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경기장 공짜표를 발행 하는 경우가 생길 경우에 발생하는 두산의 이익금(입장 수익의 28%)에 관한 부분 등, 구단간의 실무적인 사항은 제처 두더라도 우선 팬들과 선수 사이의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처사였다.
프로는 역시 자신의 가치를 팬들에게 알려 돈으로 승부하는 사람들이다.
팬들은 그런 프로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경기장을 찾게 되는 것이고, 결국 그런 팬들로 인해 프로 선수들은 더 힘을 내어 좋은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헌데 아무리 일회성에 그치는 이벤트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프로 선수와 팬들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무시한 결정은 올바르지 못했다.
또, 지난 24년간 프로야구를 지탱하고 지켜왔던 철저한 유료화에 의한 관중 유치라는 자존심에도 상처를 내는 일이다.
물론 현재 각종 카드사와 이동 통신사의 할인 서비스 등 수많은 방법으로 인하여 대폭 활인된 관중이 입장하고 있고, 다른 구단들도 하루정도 무료 관중을 입장 시킨 일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식의 맹목적이고 프로의식을 깍아 내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선례는 없었다.
다른 방법으로의 접근 아쉬워
만약 LG측에서 이번 문제에 대한 결정이 ‘이길 때 까지‘가 아니고, 최근 LG의 상승세와 그 동안 팬들에게 저조했던 성적, 선수 계약등과 관련해서 주었던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답키 위해 하루 정도 입장료를 구단이 지불하겠다는 식의 내용 이였으면 문제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었다.
결국 성적과 돈을 연관시키는 바람에 LG측의 진실한 의도가 무엇 이였던 간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좋지 못한 감정이 생기게 된 것이다.
'야생마’ 이상훈과 ‘캐넌히터’ 김재현등 최근 2년간 팀의 투-타를 대표했던 간판선수를 모두 떠나보낸 LG는 그간 팬들의 외면을 당하면서 최고 인기 구단이라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었다. 거기에 지난 2연 연속 6위에 머물며 가을잔치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 팀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LG의 ‘신바람 야구’에 다시 LG팬들은 야구장을 찾고 있고, 응원과 함성을 보내주고 있다. 그런 팀을 위해 구단과 프론트가 발 벗고 나서서 무언가를 하기위한 시도는 좋았지만, 그렇게 찾은 일이 특정 구단을 이길 때 까지 ‘무료입장‘ 같은 저속한 방법 밖에 없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이번 문제가 만약 실제로 행동에 옮겨지게 되면,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 그리고 수많은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녹녹치 않은 상처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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