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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사가 MSL] 속도의 이영호, 브레이크를 밟다

기사입력 2009.02.20 00:56 / 기사수정 2009.02.20 00:56

김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정근] 19일, 로스트사가 MSL 16강 분리형 다전제 2주차에서 18일의 바투 스타리그에 이어 현존최강의 테란 이영호가 양대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주 '미라클 보이' 신상문에게 1set를 이겨 3전2승 제에서 7~8할가량의 승리를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고지를 점한 이영호. 그는 객관적인 기량과 최근 페이스에서 신상문 보다 우세가 점쳐졌다.

이번 결과는 이변으로 받아들이면서 전문가들은 패인을 지나친 혹사에서 찾는 분위기다.

MSL의 강민 해설은 "개인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1년 내내  2년 내내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며 경기 시작 전에 우려를 동반한 응원을 보냈으나 결국 이승원 해설의 말대로 "살인적인 스케줄과 컨디션 난조가 늘 겹치면서" 이번에도 MSL과는 인연이 멀어지게 되었다.
  
단기간의 지나친 혹사탓인 페이스 저하와 전략노출, 분리형 다전제의 특징인 1set의 심리적 영향이 좀 더 적고 진 선수가 2set의 준비에 더 철저할 수 있는 점, 신상문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점 그리고 2-3 set 모두 초반에 운이 따랐던 점 등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으나 신상문이 결코 행운만으로 올라간 것은 아니다.

신상문은 2set '비잔티움2' 맵에선 전 경기에서 작은 빌드차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이영호의 쿨한 판단에서 나오는 경쾌한 진행에 계속 끌려다녔던 경험을 반성해 속도 경쟁을 벌이지 않으며 철저한 세력싸움으로 일관해 승리를 따냈다. 이영호가 팩토리 건설을 실수로 멈춘 딜레이에 맞춘 전진배럭 마린-벌쳐 난입으로 큰 이익을 보고 숨김 스타포트의 레이스로 흔드는 등 특유의 탄력적이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였으나 이후의 진행은 신상문의 오리지날리티한 운영이라기보단 이영호에 대한 맞춤 운영이었다.

이영호는 상대의 진행방향을 읽어 흐름을 끊어 자신의 흐름을 가져오는, 불리한 상황에서 해야할 수를 속도감 있게 짜냈으나 신상문은 결코 섣불리 맞대응하지 않고 맵을 4등분 한 그림을 그려 5시 지역을 두고 전맵으로 스케일 있게 포위하며 세력을 두텁게 해 자원력으로 상대를 말려 죽이는 운영을 택했다. 난입 방어 중의 고민없는 앞마당 커맨드 건설, 몰래 레이스 선방, 역레이스 센스, 벌쳐 단기로 12시 멀티건설 흐름 끊기, 발 빠른 3시 거점확보 등의 센스들은 결국 두터움에 밀렸고 최후의 수로 택한 본진팩토리 장악용 다수드랍쉽이 막히며 탱크를 진격시키는 모션으로 돌을 던졌다,

3set '신청풍명월'맵 역시 센터 전진 좌-우 BBS(배럭-배럭-서플라이 진행)의 필사적 승부수를 감행했으며 이영호의 정찰 SCV가 센터를 보지 못하고 정찰을 가다 11시에서 내려오는 신상문의 SCV와 마주치며 잘못된 정보를 얻었지만 신상문은 이영호의 위치정보를 빠르게 얻어냈다. 그때, 이영호는 전진 배럭류를 배제한 12배럭-12가스 빌드 선택 후 마린을 생산하지 않고 팩토리를 먼저 올리는 체제였다.

고작 마린 5기에 경기가 끝났으나 어찌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2경기에서 이기면 자신감이 붙을 테고 또 최종경기임을 고려해 서로 어느 정도 양보한 운영싸움을 할 거라는 이영호의 예상을 멋지게 뒤엎은 것이다. 기적은 신상문의 손끝에서 판짜기의 트릭으로 이뤄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영호의 개인리그 질주는 이날로 멈추게 됐다.

승리하는 동안엔 피로를 느끼지 않는 법이나 패배는 누적된 피로를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는 법이다. 08시즌 상반기처럼 또다시 짧고 복잡한 구간을 과속을 넘어 폭주를 했던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다.

그러나 KTF팀을 홀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소년가장'에게 육체와 정신의 안식이란 있을 수 없다. 오늘 경기로 양대리그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팀 동료 박찬수가 기나긴 프로리그 진행에서 어느 정도의 기여를 해낼 수 있을 것이냐가 다음 양대리그 시즌에서 이영호가 냉혹한 트랙에서 완주할 수 있을지 없을지 점치는 척도가 될 것이다.

한편, 마재윤은 2set '신청풍명월'에서 와룡 신희승의 복선과 반전을 거듭하며 신묘하게 짜인 메카닉 진행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닌 끝에 엘리미네이션 패배와 핵미사일을 맞을 굴욕 직전에 GG를 선언하며 잠바를 벗고 팔을 걷어붙이고 얼굴을 찡그린 후 신희승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채팅인사를 두 번이나 생략하는 등 크게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set 비잔티움2에서 전대 '본좌'다운 냉정함을 되찾으며 신희승이 초반 자원우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간파하고 불리하게 시작해도 운영싸움으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9드론 스포닝 풀 가스트릭 10해처리 빌드 후 가로 방향 오버로드 정찰에 이은 경기 중 거만한 '목돌리기 세리머니'와 함께하는 저글링 러쉬로 노배럭 더블에 대한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패배 후 신희승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번 로스트사가 MSL은 MBC 게임이 최초로 16강 3판 2선승 분리형 다전제를 실시한 리그로서 특성상 일방적인 경기가 아니라 2:1 스코어가 자주 나오고 좀 더 준비된 경기가 나오는 점은 희망적이며 MSL 브랜드를 딴 16명 선수의 인지도를 분리를 통해 2주간 반복 노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3set에서 지나치게 승부수가 남발되는 경향은 우려된다. 19일 경기는 3set에서 좀 더 강도 높은 초반 승부수를 던진 선수들이 모두 승리했다.

로스트 사가 MSL 2월 19일 경기 결과 및 8강 진출자

2set 신청풍명월  마재윤(Z)           vs    신희승(T) 

3set 비잔티움2   마재윤(Z) [승]  vs    신희승(T)

 
2set 비잔티움2 - 이영호(T)           vs    신상문(T) [승]

3set 신청풍명월- 이영호(T)           vs    신상문(T) [승]

 
2set 비잔티움2-  진영수(T) [승]    vs    박찬수(Z)

3set 신청풍명월- 진영수(T)           vs    박찬수(Z) [승]

 
2set 비잔티움2-  윤용태(P) [승]     vs    박지수(T)

3set 카르타고-   윤용태(P)            vs    박지수(T) [승]

   



김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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