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MBC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는 배우 유승호에게 의미 있는 작품이다. 데뷔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주로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 로코와는 거리가 먼 장르에 출연했는데, 이번에는 인간 알러지라는 판타지적 설정 아래 연기의 무게를 덜어냈다.
유승호는 “정말 만족하는 작품이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군주’ 때 로맨틱 코미디가 겁난다고 인터뷰한 뒤에 ‘로봇이 아니야’를 하게 됐어요. 때마침 로코였고 시나리오도 너무 재밌었죠. 사실 시청률은 충격적이어요. 저뿐만 아니라 스태프, 배우들, (채)수빈씨, 감독님 다 충격받았고요. 제가 이제껏 촬영하고 재밌게 본 드라마가 없었는데 너무 재밌거든요. 왜 시청률이 그렇게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막판에는 시청률을 무시했던 것 같아요. 방송 중에 시청률을 생각하면 기운 빠질까봐 찾아보지 않고 그저 좋은 작품 만들자 했죠. 저로서는 정말 만족하는 작품이에요.”
그는 까칠하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민규 캐릭터를 연기해 스펙트럼을 넓혔다. 말미에는 달달한 유승호를 보는 즐거움도 줬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코믹을 담당하는 요소가 많지 않다고 생각해 한시름 놓았어요.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코믹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민규 혼자 진지한 것 같아 감독님에게 이쯤에서 코믹 요소를 둬도 되지 않냐 제안했더니 좋아하셨어요. 어색하지 않고 튀지 않게 버무려졌죠. 아쉬운 건 시청률 딱 하나인데 다행히 외국에서 인기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끼리 기분 좋
게 하자, 외국 분들은 좋은 드라마를 아는구나 생각에 위안을 갖고 임할 수 있었어요.”
극중 민규는 인간 알러지를 앓았다. 사람들과 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혼자처럼 지내는 민규는 로봇 아지3와 지아(채수빈) 덕분에 상처를 치유했다. 인간 알러지, 로봇 소재는 현실에는 없는 설정이지만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편했던 거 같은데요? 인간 알러지라는 병이 없으니 실제 자료로 확인할 방법이 없잖아요. 감독님과 얘기를 나눴고 제가 생각한 대로 감독님이 원하는대로 만드는 병이라 쉬웠어요. 그 병에 대한 기준을 맞추려 하지 않고 함께 만드는 거여서 쉬웠죠.”
말미에서 민규는 2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파티가 열리는 집으로 향한 민규는 지아와 달달하게 입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실제 자신의 군복을 입고 촬영했다.
“엔딩이 군에 입대하는 내용이라는 걸 처음부터 들었어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바뀔 수 있겠다고 생각해 설마 했는데 정말 군대 엔딩이더라고요. 그때 시간이 없어서 군복을 따로 맞출 시간이 없어서 실제 제 군복과 베레모, 전투화를 가져다 썼어요. 명찰만 바꾸고요. 군대를 다녀와서 어색하지 않게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실제 내 옷을 입어서 그런지 기운이 빠지고 바닥에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웃음)
2014년 일찌감치 전역한 그는 벌써 예비군 막바지다. “본의 아니게 민방위 아저씨가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 동원 예비군이 마지막이에요. 올해만 받으면 끝나고 본의 아니게 민방위 아저씨가 돼요. 군대는 추억처럼 됐어요. 군대를 일찍 다녀와서 초조함이 아예 없죠. 재밌는 추억처럼 기억되고 있어요.”
유승호는 제대한 뒤 드라마 ‘상상고양이’, ‘리멤버’, ‘군주’, 영화 ‘조선마술사’, ‘봉이 김선달', 그리고 ’로봇이 아니야‘까지 쉬지 않고 작품에 임했다. 시청률이나 흥행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아 고민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단다.
“시청률을 무시하고 ‘내 길 가겠다’ 하는 건 이기적인 것 같고, 시청률 성적이 안 좋은 배우니 ‘난 이제 안 해’ 이것도 안 되고요. 성적이 안 좋다고 해서 연기 인생이 끝내는 것도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잘 나왔으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고 열심히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그런 가운데 좋은 시청률을 기록한 '군주'와 착한 드라마라는 평을 받은 '로봇이 아니야'는 그에게 기운을 줬다.
‘군주’로 힘을 많이 얻었고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만족한 작품은 ‘로봇이 아니야’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찍었지만 모니터링하면서 너무 재밌게 봤죠. 파업 때문에 수목극이 비어있어서 피해도 봤을 거고 제목에 로봇이 들어가 유입하기에는 벽이 있지 않았나 해요. 로봇을 다룬 작품은 아니었거든요. 사랑이라는 힘으로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내용인데 본 분들은 전부 재밌다고 해줬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재조명될 거로 생각할 만큼 소중한 드라마에요. 착하고 짜임새도 좋았고 소소하지만 하나하나가 아름다웠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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