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황제'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 만난 준결승전, 부상 탓에 이르고 안타까운 마무리를 했지만 이미 정현(22·58위·삼성증권 후원)이 걸어온 걸음 걸음은 위대했다.
정현은 26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멜버른 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천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페더러와의 준결승에서 2세트 2-5 상황에서 기권을 선언했다. 한국인 첫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의 꿈을 품었던 정현은 부상에 발목을 잡히면서 아쉽게 여정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정현은 이미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바꿔놨다. 1회전에서 미샤 즈베레프를 기권승으로 따낸 정현은 2회전에서 다닐 메드베데프를 제압했다. 3회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의 알렉산더 즈베레프를 만나 승리하며 이형택의 2007년 US오픈 16강 이후 한국인으로서는 10년 4개월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파란이었다. 정현은 16강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만났고, 조코비치에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 조코비치의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계 최강자. 정현은 조코비치를 꺾으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8강에서도 테니스 샌드그렌을 3-0으로 완파하고 여유 있게 준결승 진출을 확정, 또 한번 역사를 바꿔놨다.
그리고 세계 최강의 페더러를 만난 정현은 '황제의 벽'을 실감하며 1-6으로 1세트를 내줬지만, 침착하게 자신의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발바닥 물집 탓에 2세트 도중 메디컬 타임 아웃을 신청했고 결국 경기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경기를 끝까지 하지 못했다는 것이 누구보다 아쉬웠을 정현이다.
정현을 상대한 페더러는 "대회 기간 실력을 본다면 (세계랭킹) TOP10에 충분히 들 수 있는 멋진 정신력과 체력을 갖춘 선수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정현의 능력을 높이 샀다. 비록 부상 탓에 아쉽게 마무리를 해야했지만, 이것이 곧 시작이다. 정현은 우리를 놀라게 했고, 또 세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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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