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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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대첩②] kt 정현 "남다른 승부욕,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기사입력 2018.01.10 06:00 / 기사수정 2018.01.09 19:22

채정연 기자
무술대첩 | '24세 개띠들의 활약 전쟁!' 프로의 세계를 모른다고 하기에는 이미 성장을 거듭했고, 안다고 하기에는 아직 품고 있는 잠재력과 써내려갈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황금 개띠의 해, 각 팀이자 연고 지역을 대표하며 활약할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정현에게 2017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팀에서는 주전 유격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였고,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나섰다. 개인으로는 큰 부상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압축 가능했던 한 시즌이었다.

여기서 만족할 정현이 아니다. 2017년을 도움닫기 삼아 2018년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현은 "최근 고향인 부산에서 할머니와 석화(굴)을 먹었다. 대게를 먹으려 했는데 아직 알이 차지 않았다더라"고 말했다. 그 역시도 다음 시즌 '꽉 찬' 선수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첫 풀타임 후 맞는 비시즌 "알이 꽉 차가는 과정"

-어떻게 지냈나.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몸이 많이 뭉쳤다. 이지풍 코치님과 함께 운동하는 중인데 '쉽지 않다'고 느꼈다. 운동에 익숙해졌다가, 뭉쳐서 힘들어졌다가의 반복이다. 대게 마냥 '알이 꽉 차가는' 과정이다.

-웨이트 위주로 훈련하고 있나.
▲지난달 26일부터 기술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여기서는 캐치볼과 타격 스윙을 한다. 이지풍 코치님과 배트스피드 늘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시즌은 마쳤지만 구단 행사를 통해 팬들과 만났다. 행사 코너였던 복면가왕에도 출연했다.
▲다신 안 할 생각이다(웃음). 한국에서 대표팀 훈련할 때 (행사)소식을 들었는데, 2시간 가량 고민하다가 말리꽃 고르고 열흘 정도 연습했다. 연습 때는 되게 잘 불렀는데, 라이브 반주에 맞춰 부르기 어렵더라. 노래방에서는 화면에 (타이밍 알려주는) 손가락이 나오는데(웃음). 그래도 처음 가수의 MR로 한 것 치고는 반응이 좋았다.


-팬 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아니다. 숨고 싶었다. 1절 끝나고 반주가 길었는데 그만하고 싶었다. 시선도 팬들 못 보고 하늘만 봤다. (가면 써서 마음 편하지 않았나) 가면이 아니라 거의 손으로 가린 수준이었다. 누가 봐도 나였다.


-평소에 노래방 가는 거 좋아하나. 애창곡은 무엇인가.
▲목 풀기로 더 원의 내 여자를 부른다. (엄청 잘 부르나보다) 아니다. 목소리는 더원이 아니다. 시즌 때 룸메이트 (이)해창이 형이랑 노래방 가서 막 부르고 온다. 다음날 둘 다 목 쉰 적도 있다. 최신 댄스곡도 부른다.

잊지 못할 끝내기 경기 "승부욕 강하다"

-시즌을 마친지 3개월이 넘었다. 제대 후 첫 풀타임 시즌이었는데.
▲시즌 들어가기 전에 2할7푼, 100경기 이상 등의 목표를 세웠다. 무엇보다 풀타임을 소화하고 싶었다. 남는 것도 많고, 내년 준비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다. 그러려면 1순위가 부상 없이 뛰는 거였다. 올 시즌 끝나고 보면 느낀 것, 얻은 것이 많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반 경기를 뛰더라도 경기를 나가는게 많이 배우는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나.
▲7월 13일 삼성전 끝내기가 생각난다. 그때 계기로 상승세를 탔던 것 같다. 끝내기라는 것이, 칠 때는 모르는데 공이 떨어지고, 주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정말 소름돋는다. 베이스 도는데 소름이 쫙 돋더라. 경기 끝나고 라커룸에 한 시간 정도 있었는데 흥분이 가라앉지 않더라. (타석 전에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 있었나) 있었다. 그런 기회는 잘 오지 않고, 살리기도 힘들다. 야구 하며 끝내기 찬스가 몇 번 안 온다. 그 때 끝내기를 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끝내기 못 쳐 본 사람은 모두 그 장면을 그릴 것이다.

-승부욕이 정말 강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랬나.
▲커서는 '쓸데없는' 승부욕은 없어졌는데 어릴 땐 뭐든 다 이기려고 했었다. 형이 있는데 형에게도 많이 맞았다(웃음) 승부욕은 타고났다.

-몇 살때부터 야구를 했나.
▲7살 때부터 야구를 일찍 했다. 유치원 보내놓으면 몰래 나와서 야구 하고 그랬다. 어릴 때부터 유니폼을 입었는데 처음 단 번호가 0번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쭉 7번 달았다. 이기려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니까 승부욕이 성장에 도움이 됐다.

-어릴 때 롤모델로 삼았던 선수가 있었나.
▲초등학교 때 수영초 나왔는데, 유격수 박기혁 선배님이 롤모델이었다. 타격 쪽에서는 김현수 선배를 좋아했다. 올해 다시 오셨으니 경기하면서 궁금한 것 있으면 눈 감고 가서 묻겠다. (왜 눈을 감고 묻나) 먼저 말 걸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즌 중 유격수로 대부분 출장했다. 내야 수비의 핵심인데.
▲경기를 보는 시야가 전보다 넓어졌다. 전에는 그냥 서서 수비를 했다고 치면, 올해는 뛰면 뛸 수록 타자들의 초점, 스윙 스타일, 타구 방향 등을 살폈다. 타자들이 칠 때 자세만 봐도 방향, 어떻게 뛸 지까지 보였다. 송구도 급하게 던질지 여유 있게 던질지 결정했다. 그런 여유가 경기 나가며 생겼다. 이런 건 누가 말해준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선배들이 경기를 많이 나가야 한다고 했던 이유를 알았다.

또래와 함께했던 국가대표 "94년생들, 다들 한 성격 한다"

-태극마크를 단 것도 큰 의미였다. APBC 대표팀 경험은 어땠나.
▲운동할 때는 재밌었는데 경기할 때는 긴장감이 강했다.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단기전 아닌가. 게다가 지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데, 일본에게 1차전 져서 화난 상태였다. 결승에서 또 만나서 또 졌다. 그 날은 선수들끼리 열 받아서 별 말 안했다.

-결승은 점수 차가 많이 났는데 1차전이 더 아쉬웠을 것 같다.
▲그것을 잡았어야 했다. 두 번이나 우리 쪽으로 (기운이) 왔는데 못 잡아서 기를 살려주고 말았다. 그때 꺾으면 저 쪽에서도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다. 첫 게임을 잡았으면 다 잡았을 것 같다. 

-비슷한 또래다 보니 선수들끼리 유대가 생겼을 것 같다. 이 선수랑 가까워졌다 하는 사람이 있나.
▲(한)승택이랑 고등학교 때 대표팀 한 번 같이 갔었다. 경기할 때 이후로는 본 적이 없었다. 평소 좀 친해지고 싶었다. 승택이가 야구 내외적으로 괜찮은 친구다. 인간적으로, 사람이 좋은 것 같다. 이번에 친해지게 되어서 좋다.

-94년생 동갑내기들이 많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나.
▲(박)진형이 빼고 다 조용했다. 진형이는 유니폼 벗으면 정말 말을 재밌게 많이 한다. 처음에는 말이 없고 낯가리는데 이틀 뒤에는 "조용히 해라" 소리가 나올 정도다(웃음). 또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한 성격 한다. 개성있다.

-젊은 선수들끼리 함께 했던 대회였다. APBC 총평을 해보자면.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잘 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면 다 못한 것이고, 이기면 다 잘한 것이다. 승부에 있어서는 결과로 대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졌을 때 잘했다고 하는 건 핑계다. 정말 잘했으면 이겼을 것이다. 

-그래도 대표팀 하면서 성장한 게 있다면.
▲단기전에 있어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도, 내가 실수를 하나 했다. 그걸 밑거름 삼을 것이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쉬웠던 팀 성적 "그래도 더 많이 응원해주세요"

-팀이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내년에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것 같다. 싹 다 부수고 올라가겠다. 너무 이기고 싶었는데 너무 많이 졌다. 이기고 싶은데 계속 지니까 한 번씩 '오늘도 지겠네'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스스로 안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제는 결과가 좀 나와야 할 때다. 황재균의 합류로 내야가 더욱 강해졌다.
▲경기력이 많이 좋아질 것 같다. 분위기도 달라지고, 상대팀이 보는 것도 달라진다. 배우는 것도 당연히 있다. 다만 얼마만큼 내게 와닿냐의 차이다. 선배들에게는 경험, 노하우가 많아 배울게 많다. 그게 나에게 맞는지 여부는 차이가 있다.

-아쉬운 성적에도 열심히 응원하는 팬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이기는 거 보는 오실텐데 죄송한 마음이다. 

-관중수도 더 는다면 좋겠다.
▲그러려면 잘 해야 한다(웃음). 초반에는 많이 오셨다고 들었다. 팀이 하락세를 타며 관중 수도 내려갔다고 하더라. 많은 관중 앞에서 할 때 선수들이 더욱 힘이 난다.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내년 kt 순위를 예상한다면.
▲포스트시즌 갈 것 같고, 갈 것이다. 목표는 그거 하나다. 5위 아니고 4위. 단기전은 체력전이다. 4위가 우승하기 너무 힘들다. 포스트시즌은 정말 힘들더라. 삼성 시절 한국시리즈 때 벤치에만 있었는데, 내가 뛴 것도 아니면서 집에 가서 뻗었다. 날도 쌀쌀한데 경기를 뛴 사람처럼 녹초가 됐었다. 내년에는 정말 잘 하고 싶다.

-12년 후 개띠 해를 맞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kt에서 여전히 선수 생활 하고 있을 것이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kt w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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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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