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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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종합선수권이 배출한, 기대주 이준형

기사입력 2009.01.16 17:52 / 기사수정 2009.01.16 17:5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태릉, 조영준 기자]
지난 9일과 10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벌어진 제63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피겨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새로운 신성이 탄생했습니다. 남자 주니어 부에서 2위를 차지한 이준형(12, 능내초)은 한국 남자 피겨의 또 다른 유망주였습니다.

멋진 스케이팅 기술과 유연한 연기, 여기에 탄탄한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이준형의 연기에 많은 팬들이 매료되었습니다. 실제로 종합선수권이 끝나고 난 뒤, 본 기자에게 이준형에 대한 기사를 요청하는 부탁이 물밀듯이 들어왔습니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도 이준형을 만나게 한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부드럽고 유연한 스케이팅 기술과 기본기가 좋은 이준형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유망주였습니다. 태릉선수촌에서 상비군 오전훈련을 하고 있는 이준형을 만나봤습니다.

현재 이준형을 지도하고 있는 코치는 어머니였습니다. 이준형의 어머니인 오지연 코치는 20년에 가까운 코치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9, 군포 수리고)의 어린 시절에 2년간 코치를 하기도 했던 오 코치는 현재, 아들의 조련에만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이준형은 오 코치의 장남이었습니다. 피겨를 해왔던 이들은 자녀들에게 피겨의 길을 대체로 권유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너무나 힘들고 열악한 환경 때문이지요. 또한, 부상이 많고 선수생명이 짧은 피겨 선수를 남자 아이에게 시킨다는 것은 힘든 결정입니다. 국내에 남자 피겨 선수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피겨 선수들이 겪은 수많은 어려움을 직접 보고서도 굳이 아들에게 피겨를 시킨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우선, 오 코치는 이준형이 스케이트를 처음 신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코치 생활을 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준형이도 자연스럽게 함께 데리고 다녔다. 준형이가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건 다섯 살 때이다. 만으로는 세 살 때의 나이였는데 피겨를 배우는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 준형이가 그곳으로 쫓아가 스트레칭을 따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귀엽게 본 분이 준형이에게 스케이트를 맞춰 줬는데 그 때가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었던 때였다"라고 옛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이준형의 재능은 어릴 적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오 코치는 "준형이가 다섯 살 때, 다른 선수의 프로그램을 보고선 모두 외우는 모습을 보고 '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 이후로 2년이 지난 7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겨를 시켰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준형이에게 피겨를 시켰지만 준형이 스스로도 피겨를 재미있어하고 잘 따라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로 나갈 때에는 외국의 유명한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어릴 보며 성장했다. 어릴 적부터 준형이는 항상 보는 게 피겨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우선 초급만 따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지도했는데 그런 결심이 오늘까지 이어졌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이준형은 초등학교 4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한번 고비를 맞이했습니다. 일방적으로 피겨를 시키는 게 아닌지에 대한 오 코치의 우려와 아들의 장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시 빙판을 떠났었습니다. 오 코치는 당시 이준형에게 "엄마 때문에 스케이트를 탈거면 아예 일찍 접어라"라며 아들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몇 달 동안 빙판에 들어서지 않던 이준형은 어느 날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엄마, 내가 왜 빙판 밖에서만 앉아 있는지 모르겠어. 왜 나는 저 안에 들어가서 탈수 없는 거야? 여기만 앉아있는 내 모습이 한심스럽거든"

이 한마디로 인해 오 코치와 이준형은 몇 일간 진지하게 의논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오 코치는 스케이트를 간절하게 타고 싶어 하는 아들의 본심을 확인했습니다. 스스로가 이렇게 결정했으니 앞으로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하라는 어머니의 격려아래 이준형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승급시험에서 5급을 획득한 이준형은 이번 종합선수권에서 남자 싱글 주니어부에 참가했습니다. 선수들에 따라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점프가 있기 마련인데 이준형은 '룹' 점프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가장 싫어하는 점프는 의외로 '살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준형은 종합선수권에서 처음으로 '트리플 러츠'를 시도했습니다. 비록 다운그레이드가 됐지만 앞으로 계속 이 점프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기도 예선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트리플 러츠는 종합선수권에서는 시도하지 않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연습 시, 워낙 성공률이 좋아 룹 점프를 쇼트에서만 뛰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 러츠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종합선수권에서 이준형은 부상을 안고 시합에 임했었습니다. 대회 전날, 이준형은 발톱이 빠지는 부상이 닥치면서 큰 통증을 감수하고 경기에 들어갔습니다. 눈물이 쏙 빠질 만큼, 견디기 힘든 통증 때문에 시합을 포기할 생각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진통제를 맞고 참여해 비로소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친 이준형은 자신이 넘겨야할 큰 고비를 이겨냈습니다.



이준형의 가능성은 뛰어난 스케이팅 기술과 탄탄한 기본기에 있습니다. 이준형은 이번 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79.26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PCS(프로그램구성요소) 점수는 무려 45.14에 달했습니다. TES(기술구성요소)의 점수 34.12보다 무려 11점이나 높이 받은 PCS는 이준형의 가능성을 한층 높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오 코치는 "준형이는 '끼'도 많은 편이다. 아직까지 남들에게 보여주는 단계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피겨 선수가 갖춰야할 표현력은 상당한 편이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지도방식은 기본기와 스케이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실제로도 스케이팅을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가르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준형은 현재, 트리플 룹과 러츠, 그리고 플립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토룹과 본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살코도 앞으로 트리플로 완성할 계획입니다. 오 코치는 “룹과 러츠가 완성되었고 플립도 트리플로 뛰고 있다. 정확한 에지도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모두 익힐 계획이며 내년에는 트리플 악셀도 시도할 예정이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가장 뛰기 쉬운 점프와 어려운 점프에 대해 이준형은 "더블 악셀과 트리플 플립이 쉽고 어려운 것은 아무래도 살코다"라고 수줍게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룹 점프도 좋아하지만 트리플 플립은 최근에 완성해서 더욱 익숙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준형의 문제점에 대해 오 코치는 "유연성은 별로 안 좋은 편이다. 스핀은 노력 여부로 완성되는 기술이다. 하는 만큼 느는 게 스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준형은 이번 종합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 3개의 스핀 중, 2개가 가장 높은 레벨은 '4'를 받았고 한 개의 스핀이 레벨 3을 받았습니다.

오 코치는 현재 선수 코치와 피겨 맘의 역할의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딱히, 이 역할에 대해서 아직까지 특별하게 힘든 점을 모르겠다고 밝힌 오 코치는 아들과 다른 선수들을 함께 지도하는 어려움 때문에 결국,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하고선 이준형의 지도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코치가 어머니란 사실에 대해 이준형은 "많이 편하고 좋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어머니의 입장이 아닌, 냉정한 코치의 입장에서 이준형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오 코치는 "솔직히 코치의 입장에서 봐도 준형이는 탐낼만한 선수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스케이팅과 기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피겨를 타면서 뿜어져 나오는 탤런트적인 기질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닌데 준형이는 그러한 재능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번 종합선수권 남자 싱글 주니어부에서 우승한 '피겨 신동' 이동원(12, 과천초)의 지도자인 신혜숙 코치는 "준형이의 재능도 상당히 무섭다. 앞으로 2년만 지나면 뛰어난 선수로 완성돼 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 코치 역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는 점은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동원이와 준형이도 앞으로 서로 발전해 나가는데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준형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 노부나리 오다(21, 일본)를 손꼽았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은퇴한 2008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제프리 버틀도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그랑프리파이널에서는 화동을 했다는군요. 특히, 김연아 선수의 경기 후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인형들을 줍느라 무척 힘들었다고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덧붙어 어머니인 오 코치도 함께 나가 인형을 날랐다면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피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팬들이 몰리면서 재능이 많은 유망주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준형은 이번 종합선수권을 통해 배출된 또 한명의 신성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무척 말이 많지만 변성기 때문에 목소리가 이상해져서 말을 아끼고 싶다는 이준형은 시종일관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뛰어난 스케이팅 기술과 탄탄한 기본기, 여기에 트리플 점프까지 모두 완성시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 이준형의 꿈이었습니다. 가장 든든한 조력자인 어머니이자 전문적인 지도자인 오 코치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준형은 최근 급격히 많아진 팬들의 성원에 매우 행복하다고 대답했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안자 피겨선수들의 수는 적지만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재능어린 선수들이 속속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서 이번 종합대회에 참여해 좋은 연기를 펼쳐준 한국남자피겨의 '지존'인 이동훈(22, 삼육대), 그리고 국내 유일의 남자 피겨 대표선수인 김민석(16, 불암고)과 144점의 최고 점수를 기록한 '피겨 신동' 이동원, 여기에 이준형마저 등장해 한국남자 피겨의 인재들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이준형은 "실수 없이 깔끔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준형의 최종적인 목표도 올림픽이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피겨 팬들만큼이나 이들의 성원에 답할 수 있는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준형의 등장은 한국 남자 피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진 = 이준형 (C) 김혜미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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