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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유일한 약점이 '트리플 룹'?

기사입력 2009.01.03 05:17 / 기사수정 2009.01.03 05:1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육상 100m 달리기를 보면 백분의 1초로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이겠지만 피겨스케이팅도 그렇지요. 단 한 개의 실수로 인해 순위가 엇갈리는 것이 피겨스케이팅입니다.

'피겨 여왕' 김연아(19, 군포 수리고)를 제외한 모든 피겨 선수들도 대회를 앞두고 있으면 한결같이 '실수를 줄였으면 좋겠다'라고 공통적으로 답변합니다. 제아무리 고난도의 구성을 가진 프로그램을 수행한다고 해도 실수가 연이어 터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피겨 선수들은 시즌이 시작되면 자신의 프로그램 완성에 박차를 가합니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1차 대회인 'Skate America'와 그랑프리 3차 대회인 'Cup of China'에서 빼어난 기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지난달에 있었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었죠. 하지만 김연아의 이번 시즌 프로그램은 아직도 '완성형'을 향해 분주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 임하는 김연아의 포커스는 3월 달에 미국 LA에서 벌어질 세계선수권에 맞춰져 있습니다. 김연아는 지난 2년 동안 부상으로 인해 세계선수권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었습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가장 아쉬웠던 이는 바로 당사자인 김연아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3연속 우승을 놓친 것이 아쉽다고는 하지만 김연아는 그 어느 시즌보다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스파이럴 시퀀스가 최고의 수준에 도달했으며 스핀도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올 그랑프리 대회를 거치면서 김연아는 스파이럴, 스텝, 스핀 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빙판을 넓게 활용하는 스피드와 파워는 두말할 나위도 없을 만큼 훌륭합니다. 표정연기와 손끝의 움직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이죠.

이 모든 것과 함께 자신의 장기인 점프도 돋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점프는 완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매일 연습을 거르지 않는 이유도 '점프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역도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리는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듯이 피겨 선수들은 마스터한 점프를 유지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거듭합니다.

김연아는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와 파이널에서 '트리플 룹'을 성공시키지 못했었습니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성공시켰던 점프를 왜 이번 시즌에서는 볼 수 없는 지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분분하고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기량을 가진 김연아의 문제점을 꼽을 때마다 '트리플 룹 점프'는 단골메뉴가 되었습니다.

우선 결론적인 말부터 한다면 김연아는 트리플 룹도 잘 뛰는 선수입니다. 물론, 트리플 5종 점프 중, 룹을 가장 늦게 익힌 것은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의 김연아를 지도한바 있는 신혜숙 코치는 "연아는 트리플 룹 점프도 상당히 잘 뛰었었다. 내가 연아를 지도했을 때,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모두 뛰고 우승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룹 점프도 깨끗하게 랜딩시켰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에지 점프 중 하나인 룹 점프는 뒤로 후진한 채, 양 다리를 교차하면서 오른발 아웃사이드 에지로 뛰는 점프입니다. 도약한 오른발 그대로 착지하는 것이 정석인데 김연아의 룹은 다른 점프와 마찬가지로 교과서적입니다.

아무리 점프를 잘 뛰는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모든 점프를 수월하게 뛰기란 쉽지 않습니다. 김연아는 연습 시, 트리플 룹 성공률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그러나 연습 때 잘 통하던 기술이 실전에서 성공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죠. 다섯 가지 점프 중, 가장 힘들어 하는 룹 점프는 이번 그랑프리 3차 대회와 파이널에서 더블 악셀로 대체됐습니다.

트리플 룹의 약점은 단지 김연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김연아를 제외한 국내 여자 피겨 선수들도 대부분 이 점프를 실전에서 구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초에 있었던 국내랭킹전에서 1위부터 7위까지 입상한 여자피겨 국가대표 선수들 중, 트리플 룹을 시도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점프 지도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이지만 '트리플 룹'에 대해선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러한 환경 속에서 김연아가 어린 시절에 트리플 룹을 익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요.

또한, 러츠와 플립에 중점을 두면 이 두 점프보다 배점이 낮은(트리플 러츠 : 6.00, 트리플 플립 : 5.50, 트리플 룹 : 5.00) 트리플 룹을 굳이 익히겠다는 의무도 줄어들게 됩니다. 김연아는 러츠와 플립을 이미 콤비네이션 점프와 단독 점프로 구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머지 점프들은 살코와 토룹, 그리고 더블 악셀로 채우고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더블 악셀(기본 배점 3.50) 하나를 줄이고 '트리플 룹'을 넣는다면 기본 점수 1.50점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만약 트리플 룹에서 가산점까지 챙긴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러나 김연아와 전담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이번 그랑프리 시즌에서 '안전'을 택했습니다.



특히,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트리플 룹이 들어가는 부분에 이너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기본 점수 3.50에 가산점을 무려 1.80이나 받았죠. 합계 5.30으로 트리플 룹의 기본 점수보다 0.30을 더 받았으니 성공적인 구성이었습니다.

트리플 룹에 대비한 대안적인 기술을 완성시킨 점은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반드시 트리플 룹을 뛰지 않고 효과적인 점수를 올린다면 이너바우어 + 더블 악셀도 훌륭한 기술입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연습이 아닌 공식대회에서 트리플 룹을 랜딩한다면 1~2점의 점수를 더 받는 차원을 넘어서 큰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김연아는 4대륙 대회가 열리는 2월 달까지 모든 점프의 성공률을 높이며 프로그램 완성에 매진할 것입니다. 점프의 성공률은 도약 직전에 이루어지는 스케이팅의 궤적과 상체와 하체의 자세, 그리고 도약 시에 이루어지는 움직임에 따라 좌우됩니다. 이 점프의 요소들이 프로그램과 점점 일치된다면 자연스럽게 점프의 성공률도 높아지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도 향상될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김연아는 트리플 룹 점프를 못 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석적인 기준을 본다면 가장 교과서적인 룹 점프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단지, 피겨선수로서 모든 점프를 실전에서 성공시킬 수 있는 어려움이 있었기에 차선책을 마련한 것입니다. 4대륙대회나 세계선수권에서 더블 악셀이 아닌 트리플 룹을 구사할 지의 여부는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 = 김연아, 브라이언 오서 (C) 강운 기자,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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