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수겸학생이 왜 거기서 나와?'
KBS 2TV '더유닛'을 보던 누리꾼들이 화면에 그룹 유키스 준이 등장하자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비슷한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 가을 준(본명 이준영)은 매주 수, 목요일에는 배우 이준영으로 이수겸을 연기했고 금요일에는 유키스 막내 준으로 열정을 불태웠다.
이준영은 지인들 사이에서도 '수겸학생'으로 통한다. 인기 연예인들만 겪는다는 '음식점 서비스'도 이미 경험했다.
"국밥집에 갔는데 '수겸학생 왔냐!'며 서비스를 받았어요. 공항에 갔을 땐 옆에 줄 서 계시던 어머님들이 '부암동 수겸학생'이라며 '너무 잘 봤다'고 해주셨고요. 뿌듯했어요. 이름을 수겸학생으로 바꿔야 될 것 같아요."
tvN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이준영은 18년 동안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살다 갑자기 재벌 집 장남이 되는 사연 많은 역할을 맡았다. 권석장 감독은 연기 경력이 0에 수렴하는 이준영을 비중 있는 역에 발탁했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이준영은 올해 최고의 발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저도 사실 궁금했어요. 수겸 역할에 쟁쟁한 분이 많았는데 왜 굳이? 저라는 '리스크'를 안고 가실까? 같이 나오는 선배님들도 정말 대단하신데 그에 비해 저는 정말 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유가 궁금했죠."
스스로를 제작진의 모험이었다고 표현한 이준영은 모두의 예상을 보란 듯이 깨고 브라운관 속에서 날아다녔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에서 오는 충격적인 신선함 속에 상대 배우와 호흡을 가지고 노는 노련함이 있었다. 이준영이 시청자를 매료하기까지 단 60분이면 충분했다.
방영 내내 쏟아진 호평, 이전과 180도 달라진 시선들. 이준영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걱정도 많이 됐거든요. 본업은 아이돌이고 연기를 전문적으로 해보지 않은 제가 선배님들과 호흡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겁이 났어요. 하지만 제 걱정과는 다르게 다들 너무 좋게 봐주셨어요. '부암동 복수자들'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사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수겸은 이준영과 너무 달랐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이준영은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수겸이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순수함이 그의 강점이 됐다.
"제작진이 생각한 수겸이와 다르게 연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어요. 배워서 오면 다 비슷한데 저는 뭔가 어설프면서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하셨어요. 거기서 조금 용기를 얻었어요."
오디션 합격 전화를 받은 날, 기쁨은 단 5분이었다. 걱정의 시작이었다. 이준영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고 한다. 특히 이요원, 라미란, 명세빈, 최병모 등 선배 배우들과 연기할 때 민폐를 끼칠까 두려웠다고.
다행히 이준영은 현장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듯 보였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다들 예민할 줄 알았는데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어요. 선배님들이 누나,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제가 NG를 많이 낸 날이 있었는데 누나들이 괜찮다고 다독여줬어요. (최)병모 형과는 최근에 밥도 먹었어요."
특히 이요원과의 아리송한 케미가 많은 시청자의 위험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극 중 새어머니와 양아들 관계였는데, 수겸이 정혜(이요원)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극 중에는 직접 묘사된 것이 없었다. 이준영은 "오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저는 그냥 바라본 건데 감독님이 왜 혼자 멜로 찍느냐고 지적하셨거든요. 저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오해하고, 권석장 감독님이 비난받은 것 같아서 죄송해요. 저는 '연민이 느껴진다'라고 생각하며 본 거예요. 멜로는 전혀 아니에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lyy@xportsnews.com / 사진 = 서예진 기자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