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 상황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12월 30일, 미들즈브러전 끝난 후 박지성 인터뷰 -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이번에도 불발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산소탱크’ 박지성(27)은 30일 새벽(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2008/09 FA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에 선발 출전했으나 아쉽게 시즌 2호 골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팀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새벽잠을 설치며 박지성의 선발 경기를 지켜 본 팬들 모두 아쉬움의 탄성을 여러 번 자아냈을 것이다. 올 시즌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득점 찬스가 많았던 경기였기 때문이다. 스토크 시티와의 박싱데이에 결장하며 체력을 비축한 박지성은 이날 작정하고 나온 듯 경기 내내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박지성을 대신해 박싱데이를 빡세게 보낸 라이언 긱스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나니는 스토크 시티전에 이어 이번에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특별한 부상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기에 나니의 결장은 박지성이 측면 경쟁에서 승자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박지성이 절호의 기회를 계속해서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박지성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저조한 득점력은, 어쩌면 축구 팬들에게 가장 식상한 얘기일 것이다. 이에 대해 지적하지 않은 언론이 없을 정도로 ‘박지성=득점력 부족’ 이란 기사는 누구나 아는 그래서 지겨운 논쟁거리가 됐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현재 잘 나가는 박지성의 유일한 보완점은 득점력뿐이란 얘기도 된다. 시즌 초반은 물론 맨유 입단 이후 박지성과 관련된 가장 큰 뉴스거리는 ‘주전이냐 비주전이냐’는 것이었다.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결장이 조금만 길어져도 ‘주전에서 밀렸나?’라는 의문부호를 달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하루가 바쁘다하고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리던 나니의 소식은 뜸해졌고 더 이상 나이 많은 긱스를 박지성의 경쟁자로 보지 않고 있다. 다가올 1월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새로운 측면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올 시즌 맨유의 좌우 날개는 호날두와 박지성이 책임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사실상 주전 자리를 꿰 찬 박지성에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물론 그를 사랑하는 모든 축구팬들은 ‘골(goal)’을 원하고 있다. 박지성 본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패스와 수비만 하던 그의 발끝은 날카로운 슈팅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미들즈브러전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는 확실히 공격적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최근 한 공중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누구에게 무엇이란?”이란 질문을 자주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그 프로그램에 박지성이 게스트로 출연한다면 이러한 질문을 받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박지성에게 득점이란?” 과연 박지성은 어떠한 대답을 내 놓을까.
“나의 유일한 단점” 아니면 “팀의 승리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 그것도 아니라면 “맨유와의 재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답할까? 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 그대로 ‘정석’인 답안만을 내 놓는 박지성이기에 유머러스한 답변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맨유에게 그리고 퍼거슨 감독에게 현재 박지성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것이다.
“1월 이적 시장에서 특별한 영입은 없을 것이다.”라고 외친 퍼거슨 감독이다. 그만큼 현재 스쿼드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월 들어 각종 컵 대회(칼링컵, 챔피언스리그)와 클럽 월드컵을 제외하고 맨유는 리그에서 모두 1-0으로 간신히 상대를 제압했다. 네만야 비디치, 카를로스 테베즈, 베르바토프만이 리그에서 골 맛을 봤다.
웨인 루니, 호날두도 득점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박지성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미들즈브러전에서 박지성의 '1m 후지산 대폭발 슛'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박지성은 자신과 맨유 그리고 머나먼 조국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축구팬들을 위해 공격적으로 변화고 있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그를 바라보자.
[안경남의 풋볼뷰] 축구공은 하나지만 그 안에서 수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풋볼뷰(Football-view)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축구를 보는 재미를 더 해 드리겠습니다.
안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