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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꾼' 장창원 감독의 시작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았다"

기사입력 2017.11.28 09:00 / 기사수정 2017.11.28 00:00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장창원 감독이 영화 '꾼'으로 상업영화 첫 도전에 나섰다. 2005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연출부를 시작으로 조감독을 거쳐 39살,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 '언젠가 내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았던 뚝심의 결과물이다.

'꾼'은 희대의 사기꾼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 불가한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다. 22일 개봉 후 27일까지 184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개봉 전 "관객들과의 소통이 기대되고 설렌다"던 장창원 감독의 바람에 관객들이 응답하고 있는 중이다.

'왕의 남자'(2005)와 '라디오스타'(2006) 연출부, '즐거운 인생'(2007)과 '님은 먼 곳에'(2008) 공동 조감독, '평양성'(2011) 조감독을 거쳐 온 장창원 감독은 "'꾼'에 총 3년 정도가 걸렸네요. 시행착오도 있었고, 준비하던 소재가 겹쳐서 또 포기하기도 했었어요. 그 과정을 거치며 습작의 시간을 2~3년 가지다가, '사기꾼 잡는 사기꾼'이라는 기획이 나와서 1년간 시나리오를 썼죠. 외롭기도 하고, 생활고도 있었지만 버텼어요"라면서 '꾼'을 시작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님이 계신 회사에 시나리오를 들고 갔죠. '영화 만들고 싶어요'라고 갔는데 엄청나게 긴장이 되더라고요. 10년간 봐 온 분들인데 이제 제 작품이라고 처음 제안을 하는 것이잖아요. '어떻게 봐주실까.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면 어떡하나' 그런 마음으로 갔는데 처음 찾아간 날 영화로 하자고 답해주셨고, 좋아해주셨어요. 그날 캐스팅도 가상으로 해 보고, 예산도 대략 정해보고 그랬었는데 그게 지금으로부터 딱 2년 전이거든요. 감격적이었던 날로 기억해요."

영화는 '통쾌함'이라는 키워드로 시작됐다. 장창원 감독은 "처음부터 범죄오락영화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에요. 어떤 가치를 가지는 이야기를 쓸 것이냐고 고민했을 때 갖고 있던 키워드가 '통쾌함'이었거든요. 세상이 워낙 답답하니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기분 좋게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게 첫 번째였어요. 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소재, 사기꾼 잡는 사기꾼이라는 것이 얽히면서 키워드들이 조합돼 이 장르가 됐죠. 이야기로 접근하다 보니 장르도 만들어진 것이고요"라고 설명했다.

'꾼'은 현빈과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 등 화려한 출연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창원 감독은 "일단 '꾼'이 탄생한 것은 스토리에요.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캐릭터를 강조하고 전면에 내세웠죠"라고 밝혔다.


"저도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또 이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되겠다는 계산을 했지만 그게 영화에 그렇게 녹아나는 것은 제가 다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들이 워낙 베테랑이시고 마음이 잘 통해서 서로 같은 생각을 해주니까 시너지가 났던 것 같고요. 각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이 작품을 살려줬죠. 신인감독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고, 배우분들의 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장창원 감독은 겸손하게 모든 공을 배우들에게 돌리면서,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된 과정을 회상하며 미소 지었다. 반전으로 가득찬 '꾼'은 사기꾼 역에 현빈을 생각한 것부터가 반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적재적소에 맞는 캐스팅이 돋보인다.

장창원 감독은 "캐릭터가 여러 명이 나오는 만큼 조화가 필요했죠. 여러 시너지들을 생각했을 때 캐스팅이 정말 중요했어요. 그렇게 현빈 씨부터 시작하게 됐죠. '사기꾼 현빈'이라는 것을 대입했을 때 그 모습이 너무나 보고 싶더라고요. 당시 현빈 씨가 이미 '공조'를 하기로 돼 있던 상태라 일정상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잘 읽어주시고 흔쾌히 긍정적인 답변을 주셨어요. 캐스팅 됐을 땐 정말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었죠"라며 웃었다.

강렬한 악역의 얼굴을 보여준 박희수 검사 역의 유지태 캐스팅에 대해서도 "유지태 선배님은 영화적인 에너지로 똘똘 뭉친 분이셨어요. 부드러움과 상반되는 뜨거움도 느낄 수 있었고요. 유지태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또 다른 방식의 박 검사가 나왔을 거예요. 굉장히 만족하죠. 저희에게 필요한 여러 부분을 다 채워주는 배우였어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오랜 팬이었던 배성우,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흔쾌히 'OK'를 해주며 장창원 감독이 그린 멀티캐스팅에 힘을 보태준 박성웅, 개성 있는 톤으로 극에 유쾌함을 더한 안세하, 리딩 당시부터 확신을 심어줬던 나나까지, 장창원 감독은 "배우들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함께 한 이들에 대한 아낌없는 신뢰를 전했다.

또 '의심을 해소시켜주면 확신이 된다', '돈이 움직이면 마음도 움직인다' 등 사기꾼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대사들을 비롯해 캐릭터들이 살려준 대사들의 뉘앙스도 모두 배우들이 창의적으로 표현해줬다며 "제게는 너무나 큰 조력자였죠"라고 거듭 고마운 마음을 덧붙였다.


계속된 겸손한 이야기에 "그래도 본인이 잘 했다고 자랑할 거리가 있지 않겠냐"고 말하자, 장창원 감독은 "배우들이 캐스팅에 응해준 것이 시나리오가 갖고 있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신인감독이지만 믿어준 것이고요"라고 쑥스럽게 말을 꺼냈다. 많은 배우들이 작품 선택을 한 이유로 '시나리오가 좋았다'고 표현하는 것을 예로 들자 "사실은 그게 핵심이죠. 시나리오에서 그려진 캐릭터와 이야기가 좋지 않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조심스레 답을 내놓았다.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안 될 것이다'라고 의심했던 순간은 없었지만, 매 순간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장창원 감독은 '꾼'을 개봉하는 지금까지 자신이 올 수 있던 것은 '운이 좋았다'라며 다시 한 번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영화 일에 대한 지식이나 인맥이 아무것도 없을 때, '왕의 남자'의 막내로 일을 시작하면서 이준익 감독님을 만났죠. 어떻게 보면 그것이 운의 시작인 것 같아요. 다른 영화를 하게 됐다면 이준익 감독님을 못 만날 수도 있는 것이잖아요.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게 큰 인연이 돼서 그 이후로 쭉 같이 했고 조감독으로 세 편을 일했으니까요. 영화적인 자양분이 거기서 온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이야기꾼이다, 잘난 사람이다'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은 확고했던 것 같아요. 주제넘게 보일 수 있지만, 긍정적인 가치관이죠.(웃음)"

감독의 무게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느꼈던 시간이다. 장창원 감독은 이준익 감독과의 작업 시간을 다시 떠올리며 "이준익 감독님은 조감독에게 권한을 많이 주는 스타일이시거든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뒤는 내가 버티고 있으니' 이런 스타일이신데, 그 때는 정말 무서운 줄 모르고 일하다 막상 제가 감독이 되니 다르더라고요. 버팀목이 있다는 것, 그리고 결정권자가 있는 것과 아닌 것, 리더냐 혹은 리더를 같이 도와주는 것이냐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서 부담감도 확실히 있었죠"라고 말을 이었다.

'꾼'이 크랭크인했던 2016년 10월을 포함해 2016년은 장창원 감독에게도 잊지 못 할 한해다. 감독으로 데뷔를 준비하게 됐고, 결혼까지 하며 인생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지난 해 6월 5년여의 열애 끝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식을 올린 장창원 감독의 손에는 결혼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장창원 감독은 "영화 촬영 직전에 결혼했죠. 10월에 촬영을 시작했는데 6월에 결혼식을 했으니까요. 영화가 제작되기 전까지는 저 역시도 이렇게 결혼을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는데, 영화 제작이 결정이 되고 프러포즈를 해서 결혼을 하게 됐어요. 제가 글을 쓴다고 할 때부터 어려운 시기를 꿋꿋이 묵묵하게 지켜줬는데, 믿어줘서 정말 감사하죠"라고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함께 얘기했다.

겸손함과 어우러지는 긍정적인 시선은 지금의 '꾼'을 비롯해 앞으로 장창원 감독이 보여줄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창원 감독은 "선택을 하고, 또 선택을 받는 그런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부담이 있는 사람이라면 감독이 될 수 없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 선택을 즐길 수도 있고 그 선택이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저 역시 신인이고, 앞으로 두세 번째도 그런 부담감은 저에게 있겠죠.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까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당분간 '꾼'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의 리액션, '제 의도가 이렇게 전달됐구나' 하는 것들을 느끼고 나면 다음 행보 역시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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