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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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어느 정도의 부담감을 받았을까?

기사입력 2008.12.13 23:38 / 기사수정 2008.12.13 23:3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고양, 조영준 기자]
2008~2009 그랑프리 시즌에 들어오면서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는 점프와 기술, 그리고 안무와 표현력이 절정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는 듯이 보인 아사다 마오(18, 일본)에 비해 이번 대회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는 2위를 기록했습니다.

먼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면서 밝은 표정을 보인 김연아의 모습은 무척 반가웠습니다. 너무나 아쉬웠지만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도는 역시 '김연아'라고 부를 만 했습니다.

선수들의 연습을 보면 실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힙니다. 평소의 김연아는 연습보다 실전에서 강했던 선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식훈련에서는 점프를 많이 시도하지 않고 안무와 몇 가지 점프 훈련을 반복한 다음, 오서 코치와 많은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훈련 내내 강도 높은 점프를 줄기차게 시도했습니다. 몇 가지 점프의 회전수와 에지에 문제가 있었지만 모두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트리플 악셀은 거의 넘어지지 않고 자신감이 넘쳐났습니다.

그리고 음악이 나오면서 공식 연습 시간이 주어지면 점프는 모두 생략하고 프로그램 구성의 기술들과 안무에 신경을 썼습니다. 점프 훈련과 나머지 훈련을 철저하게 나누어서 진행하는 방식은 아사다 마오의 코치인 타티아나 타라소바의 영리함이 나타났습니다.

타라소바는 점프 훈련을 철저하게 분리해 성공률이 높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리고 오서 코치와 김연아가 보고 있는 동안, 프로그램 구성에 어떤 변화를 줄지를 철저하게 노출 시키지 않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였습니다.

김연아와 오서 코치 역시 이너바우어에 이어지는 더블 악셀을 연습했지만 실전 연습에서 어느 부분에 넣을 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서로간의 신경전과 탐색전이 철저하게 흘렀던 공개 연습 중, 줄기차게 점프 연습을 시도하며 전의를 불태우는 아사다 마오의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타국에 건너와 김연아에게 도전하겠다는 의지는 아사다 마오의 경쟁심을 불타게 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심적인 부담감을 비교해 보면 도전하는 입장인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에 비해 훨씬 편안 상태였습니다.

반면, 김연아는 이 대회가 끝나면 여러 가지 스케줄 때문에 휴식을 취할 날이 없을 정도입니다. 김연아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스포츠 스타가 됐습니다. 그동안 국내 언론과 팬들에게 받는 큰 관심에 김연아는 매우 힘들어 했습니다.

특히, 가까운 시일 안에 국내에서 보기 힘든 경쟁 대회가 마침내 한국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자주 찾아오기 어려운 이번 대회에서 국내 팬들에게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김연아의 의지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김연아는 12일에 벌어진 쇼트프로그램 연기 중,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13일에 벌어진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트리플 러츠 점프를 똑같이 뛰지 못했고 전혀 예상치 못한 트리플 살코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김연아는 연습 시, 트리플 러츠에서 모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평소에 가졌던 자신감이 살아있다면 트리플 러츠는 실전에서도 무난하게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트리플 살코는 김연아가 좀처럼 실수하지 않는 점프였습니다.

그런데 이 점프들에서 실수가 나타난 것은 체력의 부담과 심적인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연아는 기자회견을 통해 쇼트프로그램에서 국내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때문에 당황했다고 밝혔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사진 플래시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어떤 특정 선수는 점프를 시도하기 전에 터져 나온 플래시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13일에 벌어진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쇼트프로그램 때보다 다소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피겨 선수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에티켓이 무엇인지가 이번 대회를 통해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움직이고 점프를 뛸 때마다 울리는 환호성, 그리고 국민적으로 자신에게 걸고 있는 기대감에 대한 부담이 김연아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 올림픽까지 걸어가야 할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값진 경험을 얻었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수 없듯이, 완벽하게 연기를 한 날이 있으면 실수를 하는 날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내년에 있을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번 대회에서 얻은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 기자회견 장에서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쉬움을 경험을 삼아 미래에 대비해나가는 모습은 역시 김연아다웠습니다.

내년에 있을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은 이번 대회에 비해 부담감이 덜할 것입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자신이 베스트이지 못할 때 실수가 나타나는 트리플 러츠 점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트리플 룹 부분과 더블 악셀에 대한 문제도 좋은 쪽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아사다 마오가 트리플 악셀을 두 번이나 성공시키고 트리플 플립을 뺀 나머지 점프들을 무난하게 마쳤지만 김연아가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김연아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승부였습니다.

비록 1위는 아사다 마오에게 돌아갔지만 김연아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것은 아닙니다. 보다 뛰어난 선수로 가기 위해 겪어야할 과정을 거쳐 갔다는 것이 김연아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사진 = 김연아 (C)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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