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신선한 배경과 소재를 장착했지만 산으로 간 전개는 어쩔 수 없었다.
2일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종영했다. 골육종에 걸린 송은재(하지원 분)는 곽현(강민혁)에게 투병 사실을 숨겼고, 영국으로 떠난다고 거짓말했다.
송은재는 곽현 곁을 떠난 뒤 한 달 동안 연락을 끊었다. 곽현은 우연히 송은재의 엑스레이 파일을 발견했고, 곧장 송은재에게 달려갔다. 송은재는 골육종 수술을 받았고, 다시 병원선에 복귀했다. 송은재는 '이제 휘청일 때마다 그가 잡아주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우린 휘청일 것이고 길을 잃을 것이다. 그때 부디 옆을 보아주시길. 그가 있을 것이니. 그래서 오늘 우리는 또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수 있다'라며 곽현과 해피엔딩을 그렸다.
병원선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의학드라마는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외과의사, 한의사, 치과의사가 섬마을을 돌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선에 모여 있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잘나가던 의사 은재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바다 위의 소박한 진료소에 오게 됐다. 인력이나 의료 기기 등이 부족한 이곳에서 직업정신이 투철한 은재가 각종 환자를 구해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급성구획증후군, 골육종, 백막파열, 팔 접합수술 등 다양한 질병도 소개됐다.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주인공들이 섬마을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해나가는 모습도 다른 메디컬드라마와의 차별점이었다. 이에 고정층을 확보하며 수목극 1위를 기록하는 등 시청률 면에서는 선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독특한 소재가 무색하게도, 이 드라마는 본연의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초반에는 의사 캐릭터가 다양해 이들이 뽐낼 케미스트리도 관심이 갔다. 메디컬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외과의사 뿐만 아니라 내과의사 곽현, 한의사 김재걸, 치과의사 차준영(김인식) 등 분야가 다른 의사들이 모여 있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로맨스와 주인공들의 가족 이야기가 중점이 됐고 자연히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바다에서 힘차게 항해해야 하는데 전개가 산으로 갔다. 사실 첫 회부터 흐름이 빤히 보였다. 완벽주의자인 외과의사 은재가 점점 따뜻한 의사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렸는데, 그 계기는 로맨스였다. 흔히들 말하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가 됐다. 곽현의 전 여자친구에 김재걸(이서원)까지 더해 사각관계까지 진행됐다. 더구나 로맨스의 주인공인 곽현이 밋밋하게만 그려져 재미가 반감했다.
간호사 복장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병원선’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항해 도중 표류했다.
돈과 권력이 없어 소외된 환자들을 비추고 재벌그룹의 원격진료사업에 엮여 존폐 위기를 겪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따뜻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탓인지 진부하게 흘러갔다.
말미에는 은재가 골육종에 걸렸다. 1회를 남겨두고 주인공이 암에 걸린 것도 모자라 1회 만에 건강하게 완치된다는 설정은 무리수였다. 은재와 현은 결국 해피엔딩을 이뤘지만, 초반의 기대와 달리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전개로 아쉬움을 남겼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MBC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