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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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 팬들을 위한 배려와 마케팅이 아쉽다'

기사입력 2008.11.28 04:57 / 기사수정 2008.11.28 04:57

조영준 기자



피겨 팬들의 목소리 - 상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최근 온라인상에서 가장 뜨겁게 움직이는 스포츠팬들은 야구도 축구도 아닌, 피겨스케이팅 팬들입니다. 대중적인 저변과 인지도는 아직 야구와 축구 팬들에 비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점점 팬들이 증가하는 추세와 그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티를 볼 때, 피겨 팬만큼 열정적인 집단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들과 선수들의 학부모들도 국내 피겨 팬들의 수준에 대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물론, 피겨가 아닌 다른 종목의 마니아들도 정보 습득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러나 피겨 팬들의 경우,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도 빠르지만 이것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또한, 언론사에서 피겨와 관련해 내놓은 정보들 중, 오류가 있는 곳을 빠르게 지적하고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바로 전송하는 이들이 피겨 팬들입니다.

그리고 최근 김연아와 관련된 UCC 동영상이 지워졌을 때,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을 철저하게 제기했던 이들도 피겨 팬들이었습니다. 최근엔 국내 랭킹 2위인 김나영(18, 연수여고)이 후보 선수로 그랑프리 5차 'Cup of Russia'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취한 이들이 놀랍게도 피겨 팬들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정도를 벗어나 보일 만큼, 극성적인 면도 나타나곤 합니다. 그러나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현장에 뛰어들어서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모습은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과 관련된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 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디시인사이드 피겨스케이팅 갤러리와 김연아 갤러리는 물론, 전문적인 피겨사이트인 날집과 홀림 등에 걸쳐서 활동하고 있는 '피겨에 살고 피겨에 죽는' 팬들을 만나봤습니다.

이들의 연령층은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대학생들을 비롯해 전문직에서 종사하는 직장인들과 프리랜서, 그리고 주부까지 다채로운 계층이 피겨스케이팅이란 주제로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참가자들의 부탁으로 실명 대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아이디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자 다섯 명, 남자 두 명으로 구성된 피겨 팬들은 모두가 한국피겨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토론에 참가 했습니다.

토론 참가자 : 오서와 연아(30대, 남, 프리랜서), 까불이 한샘(30대, 여, 직장인), 무설탕(30대, 여, 직장인), Hippo(40대, 여, 주부), 당근(20대, 남, 프리랜서) 알로에주스(20대, 여, 대학생), 프론과 새우(19세, 여, 대학생)

진행자 : 얼마 전,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는 그랑프리 파이널 티켓이 판매됐습니다. 가뜩이나 2500석의 적은 인원을 수용하는 어울림누리 링크에서 경기를 하는데 팬들에게 돌아가는 티켓도 적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대한 사실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프론과 새우 : 원래 어울림누리 빙상장이 2500석을 수용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팬들의 반발이 심해지니까 고양시에서 3900석까지 좌석을 확충한다고 했고 도면까지 나왔어요. 그런데 표가 풀리면 좌석에 따라 공평하게 풀려야 하는데 특정 좌석은 제외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표와 일부 좌석의 표만 풀렸어요.

돈을 내고 경기를 보는 거라면 각 좌석과 위치에 알맞게 표가 풀려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 못한 게 아쉽게 여겨집니다.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고양시 관계자에게 질문을 했을 때, 그 분은 일본 스폰서를 위한 좌석은 따로 준비될 거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이것에 대해 아직 확실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국내 팬들이 좀 더 많이 들어가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이미 결정이 됐지만 좀 더 넓은 장소가 아닌, 2500석에 불과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로 그랑프리 파이널이 결정된데 대해서 불만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오서와 연아 : 지난번 4대륙 대회 때의 경우를 보면 잠깐 매진됐다가 김연아 선수가 부상으로 불참을 선언한 뒤, 표가 다시 풀렸거든요. 그 때의 상황을 보고 피겨 팬들의 숫자가 목동 아이스링크를 채우는 수준으로 여겼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 때와는 다르게 피겨 팬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겁니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 1차 티켓이 풀렸을 때, 서버 동시접속자가 10만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잖아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피겨 팬들의 층을 잘못 측정했다고 생각합니다. 피겨 팬들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처음부터 어울림누리보다 좀 더 큰 경기장을 생각해봤을 텐데요.

Hippo :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팬들이 피겨와 관련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대한빙상연맹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항상 전화를 받는 분은 그곳에서 근무하시는 여직원 밖에 없고 어떤 사항을 물어보려면 그것을 아는 분들은 출장을 가셨다는 답만 들었어요.

인터넷 게시판으로 문의하려고 했는데 그곳이 닫혀있을 때도 있더라고요. 아무튼 팬들과 원만한 대화를 하는 출구가 열려져있었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지난번 김연아 선수가 우승한 그랑프리 3차 대회인 'Cup of China'에 다녀오신 분들도 계시죠? 중국에 다녀온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시죠.

까불이 한샘 : 바로 옆자리에 계신 무설탕님과 다녀왔는데 비용으로는 100만 원 정도가 넘었어요. 그 때 홀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합하면 대략 100분이 넘었는데 순수 팬의 입장으로서 중국에 간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못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워낙 티켓 경쟁률이 치열하니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회보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티켓을 구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게 사실이잖아요.(웃음)

'Cup of China'의 경우, 여자 싱글은 거의 매진이었어요. 또한, 미국 대회인 'Skate America'도 3만장 정도가 팔렸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 벌어지는 그랑프리 파이널의 경우, 시니어 대회기간인 3일 동안 매진된 티켓을 전부 합해도 만장을 넘기지 못해요. 처음부터 한국 팬들의 층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게 많은 피겨 팬들이 그랑프리 파이널을 직접 보지 못하게 된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그럼 혹시 여기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랑프리 파이널 티켓을 구한 분들이 계신가요?

Hippo : 티켓 판매 사이트를 광클해서 겨우 구했어요.(웃음) 정말 기적 같았는데 딸하고 구경가려고해요.

까불이 한샘 : 거의 한번 클릭해서 티켓을 구한 분들은 기적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저 같은 경우는 직장인이지만 일을 하는 와중에도 치열하게 광클을 했는데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하고 양도표를 얻었어요. 하지만 티켓을 구하려고 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웃음)

진행자 : 국내 피겨의 팬 인구수는 급격하게 늘어가는 데 여기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한국피겨도 새로운 시장을 보고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까불이 한샘 : 제가 볼 때는 선수들의 개인적인 역량에 너무 집중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김연아 선수에게만 주목하는 것도 같은 양상이라고 보거든요. 물론, 김연아란 선수로 피겨에 대한 저변이 늘어났지만 과연 피겨 팬들의 실체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연맹과 피겨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 등이 얼마나 피겨의 저변을 넓혀가고 탄탄한 계층을 만들 마케팅을 할지가 의심스러워요. 실제로 중국에 갔을 때, 그곳에서는 공짜표까지 뿌렸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그랑프리 4차 시리즈인 프랑스대회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무료 표를 나누어주었거든요.

이러한 방식은 모두 피겨 저변의 활성화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정을 보면 처음부터 너무나 협소한 장소를 선택하고 또 그곳에서 일정하게 정해진 표만 풀어서 국내 팬들에게 뿌렸어요. 과연 이런 점을 볼 때, 피겨 팬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여기에 걸맞은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의 여부가 안타깝게 여겨져요.

* 하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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