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1 22:28 / 기사수정 2008.11.21 22:28
[엑스포츠뉴스=권기훈 기자] 유럽 축구계, 아니, 전 세계 축구계를 통틀어서 가장 특이한 일을 많이 하는 구단주는 누구일까?
많은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한 명만을 골라 보자고 하면 아마도 팔레르모의 잠파리니 구단주일 것이다.
잠파리니 구단주는 이탈리아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점을 소유하고 있고, 이 사업을 이미 크로아티아, 체코 등의 동유럽까지 퍼뜨려 나가고 있는 이탈리아의 성공한 사업가 중 한 명이다.
잠파리니는 이미 '감독 로테이션'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 시즌에 두세 명씩 감독 교체를 할 뿐만 아니라, 팀이 지길 바란다는 인터뷰까지. 그의 기행은 특이하다 못해 이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팀을 사랑하고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구단주이다. 그의 행동과 인터뷰중 가장 충격을 주었던 것을 살펴보자.
UEFA컵에서 우리 팀이 지길 바래
어느 팀 구단주가 이런 말을 할까. 지난 06-07시즌 팔레르모는 상반기에 리그 1위를 달리면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핵심 선수인 아마우리의 부상으로 인해 뒷심 부족으로 결국 6위까지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때의 충격은 센세이션했다.
그래서였을까, 잠파리니 구단주는 당시 UEFA컵 조별 예선에 진출해있던 팔레르모 선수단에 페네르바체 원정을 앞두고 지고 오라는 충격적인 인터뷰를 하였다. UEFA컵에 신경쓰느라 리그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빨리 떨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결국, 페네르바체 원정 경기에서 당시 감독인 귀돌린은 유소년 선수들을 네 명이나 내보내면서 결국 3-0으로 패배하고 돌아왔다.
당시, 팔레르모는 조별 스테이지를 충분히 통과하고, UEFA컵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전력이었지만, 잠파리니 구단주의 말 한마디에 결국 UEFA컵을 포기하고 말았다.
귀돌린의 경질은 오른쪽 팔을 떼어내는 고통이었어
잠파리니 구단주와 팔레르모를 논할 때 절대 빼 놀 수 없는 사람이 바로 귀돌린 감독이다. 현재는 파르마의 감독을 맡고 있는 귀돌린은 잠파리니 구단주에게 자그마치 네 번이나 경질당한 기록이 있는 감독이다.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도 한 구단주에게 네 번이나 경질당한 감독은 귀돌린이 유일할 것이다.
잠파리니 구단주는 07-08시즌, 귀돌린을 세 번째로 경질하면서 이런 인터뷰를 하였다. 하지만, 귀돌린은 그 이후에도 한번 더 팔레르모를 맡았고, 물론 잠파리니에게 경질되었다. 그러나 귀돌린 감독은 최근 '저널 디 시칠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팔레르모의 팬이라면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잠파리니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 사람들
잠파리니의 독설 앞에서는 기자든 선수들이든 한없이 작아져 버렸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잠파리니가 '다이버'라고 독설을 내뿜었고, 무투는 루마니아 '집시'가 되어버렸다. 특히, 06년도 월드컵 결승에서 지단을 말로 이긴 마테라치는 잠파리니에 의해 '계집아이'가 되어버렸다.
이번 시즌 질라르디노의 핸들링 골로 인해 잠파리니는 많은 인터뷰를 하였다. 잠파리니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질라르디노의 골이 정상적인 상황이였다고 말한 기자에게 돼지라고 말해버리면서 분노를 표출한 적도 있다.
그러나 잠파리니 구단주가 이런 선수들을 비하하는 독설과 이상한 행동만 해왔다면, 이탈리아에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내고, 독설을 해도 미움을 받지 않는 잠파리니의 좋은 면모. 과연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관중의 난동, 그리고 정화를 해낸 잠파리니
06-07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카타니아의 관중 난동 사건이다. 이로 인해 세리에A는 한동안 무관중 경기로 유지되었고, 결국, 원정팀 팬의 출입 금지 조치를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 때 팔레르모의 잠파리니 구단주는 하나의 결단을 하게 된다. 만약, 가족들의 나들이로 축구장을 오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더 이상 폭력은 축구장에 뿌리를 내릴 수 없다고 하면서 시즌 내내, 65세 이상 노인과 15세 미만 어린이, 그리고 여성들에게 입장료를 받지 않고 들여보냈다.
06-07시즌 이후로 이런 정책은 끝났지만, 이는 정말 성공적인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제는 팔레르모의 홈구장, 렌조 바르베라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가족들이 나들이를 와서 다 함께 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관중 수익도 늘어나서 3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에 매번 25000명 이상 오는 준수한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마피아의 고향 팔레르모, 그리고 잠파리니
팔레르모가 위치해 있는 시칠리아는 전 세계에 뿌리내리고 있는 마피아의 본 고장이다. 특히, 시칠리아의 마피아는 본 고장의 마피아답게 가장 큰 세력을 보여주고 있고, 가장 위험한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9월 이탈리아의 일간지인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는 놀라운 사실 하나가 실렸다. 바로, 팔레르모가 마피아에 의해 협박당했었고, 잠파리니 구단주는 이를 용감하게 뿌리쳐내고 바로 신고했다는 것이다. 잠파리니는 팔레르모를 위해 새로운 구장을 신축하기 위해서 부지를 살펴보고 있었고, 마피아는 이를 눈치 채고 팔레르모 내부에 두 명의 첩자를 잠입시켜서 마피아의 돈을 쓰고 야합하자면서 협박했다고 한다.
하지만, 잠파리니 구단주와 당시 스포츠 디렉터인 포스키는 절대 안 한다고 거절하면서 경찰에 신고, 이 마피아 세력을 떨쳐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인터뷰에서 잠파리니는 ‘이번 일? 별거 아니야. 단지 난 협박에 절대 굴하지 않았을 뿐이야’라고 말하면서 덤덤해했다. 하지만, 시칠리아에서 마피아의 협박을 거절하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라고 알려져 있다.
나는 구단주다! 하지만, 팀을 위해 훈련장까지!
축구단에서 구단주의 역할은 위에서 선수들을 살펴보고, 구단 전체의 운영에 관심을 쏟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잠파리니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07-08시즌, 팔레르모가 세리에A에 올라오고 최악의 성적을 보여주자, 잠파리니 구단주는 팔레르모의 훈련장까지 직접 찾아가 선수 한명 한명과 면담을 하면서 일명 ‘헤어드라이기 처방’을 본인 스스로 선수들에게 내렸다.
물론, 감독이 할 일이기는 하지만, 감독과의 신뢰가 깨져있는 팔레르모 선수단은 잠파리니 구단주의 말 한 마디에 힘을 받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연패를 끊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매번, 축구계에서 못살겠다고 인터뷰하면서 어느새 팔레르모에서 없어선 안 될 인물이 되어버린 잠파리니. 그의 기행은 오늘도 이어지지만, 어느 누구도 잠파리니를 미워하지 않는, 이탈리아 축구계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잠파리니 ⓒSKY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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