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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정점의 끝에서 은퇴하는 마이크 무시나

기사입력 2008.11.20 21:35 / 기사수정 2008.11.20 21:35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오늘 저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행운아일 것입니다"

전설적인 야구영웅 루 게릭(前 뉴욕 양키스)이 6만 2천여 팬들 앞에서 했던 이 명언은 아직까지 전미 야구팬들 가슴속에 남아 있다. 루 게릭의 은퇴경기가 있던 날, 팬들은 가장 높은 위치에 서 있을 때 은퇴를 결정한 게릭의 용기에 큰 박수를 보냈으며, 양키스에 6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선사한 전사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불치의 병으로 남아 있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일명 루게릭병)'으로 갖은 고생을 다 했던 게릭은 이듬해 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2,130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면서 철마(鐵馬)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의 죽음은 야구계의 큰 손실이기도 했다.

그런 양키스에 또 다른 영웅이 최근 은퇴를 선언하였다. 그렇다. '백작(Moose)'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마이크 무시나(Mike Mussina), 바로 그 사람이다.

가장 위대했던 무관의 제왕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하나인 무시나는 MLB에서도 보기 드문 엘리트다. 에릭 케로스, 숀 그린(이상 前 LA다저스)이 그러했던 것처럼 무시나 역시 명문대학교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경제학 학사가 있던 무시나는 야구선수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볼티모어 스카우터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리고 1992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무시나는 쉴 틈도 없이 18승을 기록하며 일약 볼티모어의 스타로 떠올랐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영예인 사이영상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당시 보스턴 레드삭스)를 비롯하여 페드로 마르티네즈(뉴욕 메츠) 등이 90년대 중/후반 사이영 타이틀을 획득하였으며, 당시 시애틀 메리너스 소속이었던 랜디 존슨(前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또한 사이영상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특A급 투수 사이에서 그 역시 놀라운 활약을 펼쳤으나, 한 수 위의 실력을 선보였던 그들에게 무시나는 항상 2인자였다.



▲ 그는 양키스에서 가장 위대한 무관의 제왕으로 남을 것이다.

항상 20승이 가능하다던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작년까지 단 한 번도 20승을 거두지 못했다. 1992년(18승), 1995년(19승), 1996년(19승), 1999년(18승), 2002년(18승)의 활약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던 올 시즌, 생애 최초로 마흔의 나이에 20승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무너진 양키스 마운드의 큰 수확이기도 하였다. 만약에 그가 2점대 후반의 방어율을 기록했다면 AL 사이영상 수상자 이름은 아마도 바뀌었을 것이다.

결국, 그는 은퇴 직전까지 골든글러브 등을 제외하고는 투수들의 제왕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다른 투수들이 가지고 있다는 월드시리즈 반지 또한 무시나의 손에만 끼워져 있지 않다.

뛰어난 경기매너와 꾸준함

그의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백작’다운 모습을 보여 준 매너있는 야구선수였다. 고려청자의 화려함보다는 이조백자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선수, 바로 마이크 무시나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경기매너와는 별개로 그는 그렉 매덕스(前 LA 다저스)와 견줄만한 대기록을 기지고 있다.

16시즌 연속 10승 이상 기록이 바로 그러하다. 또한, 그는 커리어 통산 537경기에 등판하여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전 경기를 선발투수로만 뛰었다. 그야말로 ‘야구계의 루 게릭’이라 불릴 만한 성적이다. 전 소속팀의 칼 립켄이 그러했고, 현 소속팀의 루 게릭이 그러하듯, 무시나는 두 선수의 영향을 받아 투수로써 최고의 가치인 ‘꾸준함’이라는 무기를 장착했던 셈이다.

무시나 역시 왕년에는 페스트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1998년에 이르자 스스로가 "나는 지금 데드 암(dead Arm)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의 팔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구속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현존 메이저리거들도 던지기 힘들다는 너클 커브가 그러하다. 그렉 메덕스 못지 않은 '컨트롤의 아티스트'가 여기에도 있었던 셈이다.



▲ 무시나의 은퇴는 많은 야구팬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올 시즌 20승을 거둔 무시나는 통산 270승을 거두며, 300승 달성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C.C.사바시아, 제이크 피비, A.J.버넷, 데릭 로우 등 후배 투수들의 양키스 입단이 가시화되자, 스스로의 설 자리가 없음을 깨끗이 인정하고 ‘영광스러운 은퇴’를 선택한 것이다.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스스로 물러났던 루 게릭이나 샌디 쿠펙스처럼 그 역시 같은 길을 따랐다.

특히, 현역 시절 20승을 거두고, 그 이듬해에 바로 은퇴를 선언했던 선수는 무시나 이외에 샌디 쿠펙스(前 LA 다저스)가 유이하다. 그렇기에 전미 야구팬들이 아쉬워하면서도 그의 용기있는 선택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과연 지금의 메이저리그는 그를 어떻게 평가할까? 필자의 부족한 생각으로는 무시나 역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만한 자격은 기록을 봤을 때, 약간 부족할 것처럼 보이더라도(커리어 통산 방어율 3.68, 270승 153패, 2813 탈삼진) 어느 정도 ‘왕년의 영웅’ 정도의 대우를 받아야 하는 축에는 껴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 그런 자격이 있다고도 본다.

마이크 무시나. 그는 무너진 양키스 마운드의 중심에 있었고, 어디에서나 ‘백작’다운 모습을 보인 야구계의 신사였다. 뉴 양키스타디움이 개장하는 날, 무시나의 화려한 은퇴식도 같이하기를 기원한다.

[사진(마이크 무시나)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인용]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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