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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 인터뷰] 이동속공의 명수, 장소연과의 대화

기사입력 2008.11.18 05:58 / 기사수정 2008.11.18 05:5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최근 한국여자배구를 지켜보는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포지션은 센터입니다. 특히, 한국여재배구는 전광석화같이 이루어지는 짜릿한 이동속공을 구경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속공이 다채롭게 이루어져야만 좌우 날개의 공격도 살아납니다. 이렇게 공격패턴도 다양해지면 상대편이 블로킹을 하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중앙에 포진한 미들블로커의 블로킹은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합니다.

표면적으로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배구에서 센터 포지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국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 나가면 여러 포지션 중, 특히 센터 부분에서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최근 배구 팬들에게 가장 향수를 자극하는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이동 속공의 명수' 장소연(현 경북체육회, 전 현대건설)입니다. 90년대 중반에서부터 2000년 초반에 이르기까지 한국여자배구 최고의 센터였던 장소연을 만나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어봤습니다.

Q : 현대건설에서 은퇴하신지가 꽤 되신 것 같은데 현재 하시는 일과 근황이 궁금합니다.

장소연(이하 '장'으로 표기) : 현대건설에서 은퇴한지는 꽤 됐지만 아직도 선수 신분이에요.(웃음) 실업팀에서는 은퇴하고 난 뒤, 경북체육회라는 아마추어 팀에서 계속 선수로 뛰고 있거든요. 아마추어 팀에 선수 등록이 되어있으니 지금도 배구선수이고 현대건설에서 나온 이후, 공식적인 은퇴식을 갖지 않았어요. 그리고 결혼 후, 돌이 지난 아이가 있는데 워낙 어려서 육아문제로도 많이 바빠요.(웃음)

Q : 경북체육회의 최근 성적은 어땠나요? 그리고 일주일에 얼마나 연습을 하는지도 묻고 싶은데요?

장 : 이번 전국체전에서 우승했어요. 결승전에서 지난 KOVO 컵에도 참가했던 양산시청을 만났는데 그 팀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어요. 그리고 월, 수, 금, 일주일 동안 세 번에 걸쳐 훈련을 합니다. 훈련 장소는 혜화동에 있죠. 경북체육회의 팀 구성은 실업과 프로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주축이 됐어요.

전 국가대표 선수이자 호남정유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수정 선수가 뛰고 있고 이수정 세터도 우리 팀 소속입니다. 김윤혜 감독님 역시 왕년에 국가대표 출신이셨죠. 경북체육회는 지도자부터 선수까지 거의 주부들로 이루어진 팀이에요.(웃음)

Q : 예전에 실업팀과 국가대표에서 뛰실 적에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있으셨을 텐데, 지금은 배구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셨을 것 같은데요?

장 : 맞아요. 그 때는 항상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부담도 많았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운동을 해요. 배구를 이렇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분위기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Q : 은퇴를 하셨을 때,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었나요? 좀 더 뛰고 싶었던 마음은 없었는지요?

장 : 제가 실업선수로 뛸 때에도 20대 중반이 되면 노장선수라고 여겨졌어요. 저는 서른의 나이에 은퇴를 결심했기 때문에 큰 후회는 없었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후배에게도 기회를 주고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어요. 아무튼 큰 후회 없이 은퇴를 결정했었습니다. 상당히 '쿨'하게요.(웃음)

Q :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 모두 지도자에 대한 꿈을 가져보게 되는데요. 장 선수도 이러한 생각은 당연히 가져보셨겠죠?

장 : 당연하죠. 지도자에 대한 의지는 항상 가지고 있어요. 아직도 아마추어 팀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기회만 있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이에요. 국내에서 아직 여자 코치들이 흔치 않은데 여자 지도자들은 선수들과의 정신적인 교감과 배구에 대한 이론적인 면은 떨어지지 않아요. 다만, 리시브와 디그 연습을 할 때, 힘 있고 강한 볼을 때려야하니 그 점에 있어서는 남자 코치 분들에게 밀리게 되죠.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놓치고 싶지는 않아요.

Q : 지금 결혼하신 남편 분은 배구에 대해 많이 아시는 분인가요?

장 : 네, 저보다 더 열정이 많아요.(웃음) 선수와 팬의 관계로 만났는데 아직도 제가 코트 위에서 배구를 하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말하죠.(웃음) 경기가 있으면 저보다 더 부지런하게 모니터도 해주고 지금도 여러모로 지원해주고 있죠. 아주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Q : 그럼 본격적으로 배구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장 선수가 뛰던 시절은 실업이었지만 지금은 프로화가 됐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프로는 출범했지만 예전에 비해 경기력은 떨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여기에 대한 장 선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장 : 최근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계속 일본에게 지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대표팀으로 뛸 적에는 일본이 세대교체 중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우리에게 질 수 밖에 없었죠. 세대교체라는 것은 젊은 선수들이 많아도 팀을 이끌어 줄 고참 선수들도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최근 선수들을 보면 너무 젊은 선수들도 주축이 된 게 큰 문제라고 봅니다. 세대교체라는 것이 그렇게 빠른 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데 앞으로 한국대표팀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발전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Q : 장소연 선수를 두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매특허인 이동속공인데요. 그 기술이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다져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장 : 고등학교 때부터 강혜미(전 국가대표, 전 현대건설) 세터와 굉장히 많이 연습했어요. 낮에 있는 훈련에서도 많이 했지만 야간 훈련도 빠짐없이 두 시간 동안 이동속공 연습을 했어요. 부산경남여고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열심히 훈련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강혜미 선수와 워낙 호흡도 좋았고 연습을 할수록 성공률도 높았거든요. 그 때, 저희를 지도하셨던 감독님이 굉장히 잘 가르쳐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연습으로 다져진 기술을 실전에서 활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결국, 고등학교 3년 내내 꾸준하게 훈련한 것이 좋은 결실로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또한, 제가 나오기 이전에 호남정유의 홍지연 선수가 있었거든요. 그 선수가 시도했던 이동속공을 보고 따라한 것도 도움이 됐죠.

Q : 그러나 장소연 선수 이후로 이동속공을 잘하는 선수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어떻게 보시나요?

장 : 제가 감히 어떻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할 것 같은데 고등학교 때, 이동속공에 대한 연습량이 많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동속공의 시도가 잘 된다면 자주 이루어지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잘 나오지 않는 거겠죠.

또한 이동속공이 나오려면 리시브부터 잘되고 세터와의 호흡도 매우 중요하거든요. 이러한 전반적인 부분이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을 거라고 봐요.

Q : 예전에도 그랬지만 현대 배구를 보면 점점 센터의 비중이 높아져가고 있는데 실업 팀과 국가대표로 뛰실 적에 센터의 중요성을 얼마나 자각하고 계셨나요?

장 : 센터의 비중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팀의 공격 루트를 다양화시키려면 센터의 속공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빠른 속공으로 상대방의 블로킹을 흔들어 놓는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단조롭게 센터가 A와 B 속공만 구사하면 상대편이 블로킹하기가 매우 편해져요.

(필자가 장 선수는 몇 개의 이동속공을 시도했었냐고 질문을 던졌음) 저는 이동속공만 네 가지를 구사했는데 백 A와 백 B, 그리고 앞에서 속이고 뒤로 가는 이동속공과 앞에서 속이고 시간차로 이어지는 속공을 구사했어요. 그리고 센터는 속공과 블로킹만 잘하면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한다고 생각했어요.

Q : 블로킹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는데요. 국내대회와 국제대회에서의 블로킹은 엄연히 달랐죠? 그 차이점을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장 : 국내대회 같은 경우, 세터의 플레이에 의해 속아서 블로킹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높이를 따라가지 못했어요. 진짜, 러시아나 쿠바와 같은 팀과 경기를 치르면 블로킹 위에서 볼이 지나가는 게 다반사였거든요. 아무리 점프를 높게 뛰어도 공격이 블로킹 위로 날아다니니 정말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제가 국가대표로 뛸 적엔 지금과 같이 빠른 배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시절이었어요. 높이와 파워의 배구가 강세였죠. 타점이 높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블로킹으로 잡아내지 못해도 타이밍을 늦게 잡아서 유효블로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리고 쿠바선수들의 파워는 정말 대단했어요. 탄력과 볼을 때리는 힘은 완전히 남자였거든요.(웃음) 블로킹을 할 때, 쿠바 공격수들이 때리는 볼이 손에 맞으면 정말 아팠어요. 그리고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쿠바와의 경기에서 장윤희(전 국가대표, 전 호남정유) 선수가 볼을 얼굴에 강하게 맞고 들것에 실려 나간 적도 있었어요.

Q : 장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아테네 올림픽 예선전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당시, 장소연 선수는 물론, 강혜미 선수와 구민정(전, 국가대표, 전 현대건설) 선수의 출전을 위해 당시 김철용 대표팀 감독님이 무릎까지 꿇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장 : 무릎까지 꾸시진 않으셨어요. 다만, 올림픽은 매우 중요한 대회이고 너희들이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니 꼭 부탁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대표팀 생활도 오래했고 제가 뜀으로 해서 기회를 얻지 못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싶은 맘이 강했었거든요. 그리고 태릉에 들어가면 그곳의 훈련이 굉장히 강하고 힘들어요. 그런 훈련을 이겨낼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다시 대표팀에 들어갈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어요.

그러나 김철용 감독님에게 기술적으로 전수받은 부분도 많았고 간곡히 부탁하셔서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어요. 결국, 구민정 선수와 강혜미 선수와 함께 다시 아테네 올림픽에 도전하게 됐죠.

Q : 한 때, 여자배구의 명장이셨던 김철용 감독님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워낙 스파르타식의 강한 훈련을 시키고 엄격한 지도자로 유명한데 장 선수가 기억하는 김 감독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장 : 훈련을 할 때는 굉장히 무섭고 강하게 시키시지만 코트를 벗어나면 완전히 다른 분이세요. 한편으론 아기 같다고나 할까?(웃음) 선수들을 정말 잘 챙겨주고 자상한 면이 많으셨어요. 한 때는 아빠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친숙했었어요. 너무 강한 모습만 있다 보면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편한 관계가 성립되기 힘들죠.



Q : 아테네 올림픽예선전에서 러시아와 이탈리아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셨는데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 그리고 2004 아테네까지 올림픽을 세 번이나 출전하셨는데 선수로서 큰 성과라고 생각하는데요.

장 : 아테네는 어렵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태릉에 들어간 후로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한번 해보자'라는 선수들의 의지도 강했고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거든요. 올림픽예선전을 준비한 기간이 짧아서 기술적으로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꼭 올림픽에 가야한다는 의지는 정말 뜨거웠어요. 이런 선수들의 분위기가 경기에 그대로 이어졌고 러시아와 이탈리아를 물리치며 극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확보했죠. 이탈리아를 3-2로 이기고 난 뒤, 선수들은 모두 감격에 겨워 울음바다였어요.(웃음)

그리고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가끔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는 경기가 있는데 2000년 시드니 올림픽 8강전이에요. 너무나 아쉽지만 그만큼 기억도 많이 남는 경기인데 미국을 상대로 5세트에서 12-9로 앞서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점수를 못 올리고 계속 추격을 당해 결국, 16-14로 패했어요. 시드니 올림픽 멤버는 역대 최강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좋았어요. 구민정, 강혜미 선수와 함께 정선혜(전 국가대표, 전 호남정유) 선수도 있었으니까요.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메달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고 선수들도 모두 시드니 올림픽에 올인 했거든요. 8강전 5세트에서 석 점만 먼저 올렸다면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죠.

그 경기에서 패하고 난 뒤, 저를 비롯한 강혜미, 구민정 선수 등은 더 이상 배구를 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었어요. 그리고 정신적인 공항상태도 몇 달간 지속됐는데 그만큼 아쉬움과 허탈감이 많았던 경기였죠.

올림픽에 세 번이나 참가하게 된 것은 정말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 한 번도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큰 행운인 샘이죠. 현재 프로리그가 출범되면서 올림픽에 대한 참여와 국제대회에 대한 중요성을 예전보다 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 올림픽과 국제대회의 의미는 매우 특별하거든요. 선수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국제대회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후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시죠.

내년 4월 5일에 열리는 종별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계속 경북체육회에서 훈련을 할 생각입니다. 또한, 후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배구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을 당하지 않고 좋은 경험을 계속 쌓는 일이거든요. 이제 프로선수인 만큼,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국내리그는 물론, 국제대회 통해 경험을 축척시켜나가면 한층 성장해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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