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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대한민국 대표팀, 결코 서두를 필요 없다

기사입력 2008.11.17 18:15 / 기사수정 2008.11.17 18:15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최근 일본프로야구(이하 NPB)에서 발 빠르게 WBC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잔잔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이는 흡사 2008년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호시노 재팬'을 일찌감치 출발시켰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올림픽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라 재팬'이 아닌 '사무라이 재팬'으로 바뀐 것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애칭이 호시노 감독에 대한 간접적인 채찍질이 깃들여졌다는 것이다. 국가대표를 책임지고 큰소리친 호시노 감독이 염치를 안다면 사무라이처럼 할복이라도 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본의 WBC 준비과정 역시 2008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올림픽 메달을 놓친 것에 따른 수치심을 이번 기회에 풀어보겠다고 나선 선수들이 다수 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빨리빨리 증후군'이라는 것은 단기단 내에 무언가를 해 보려고 하는 집단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지금의 일본이 딱 그러하다.

NPB 원로들의 성급한 판단

사무라이들의 특징은 수치를 당한 대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복수를 하거나, 그 수치심에 못 이겨 깨끗한 죽음을 택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한다. 지금의 일본 국가대표팀을 '사무라이 재팬'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 2009 WBC 일본 대표팀 사령탑, 하라 감독

그러나 NPB 원로들은 재팬시리즈가 열리기도 전에 WBC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요미우리의 하라 감독을 선임한 것인데, 이는 결국 자이언츠 재팬시리즈 우승 실패요인의 하나이기도 했다. 호시노를 비롯한 노무라 감독 등이 앞서 언급했지만, 그들은 재팬시리즈 우승팀 감독으로 WBC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런 원로들의 WBC 감독 선임 기준은 결코 소속팀에 플러스가 될 수 없었다. WBC 감독으로 내정되었다는 것은 역으로 요미우리가 반드시 재팬시리즈 우승팀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보였던 하라 감독의 결정적인 전술 미스 정책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요미우리의 우승을 내심 바랐던 원로들은 지금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웃는 것이 웃는 것이 아닌 셈’이다.

소속팀 우승을 이끌지 못한 하라 감독이 어찌되었건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속이 좋지 못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 NPB 원로들은 너무 성급하게, 그리고 너무 쉽게 결정을 했다. 적어도 재팬시리즈 종료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

NPB 원로들의 성급한 결정은 적어도 우리나라에게는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 일단 하라 감독은 지난 4년간 우승과는 지독히 인연이 없었던 '제2인자' 였으며, 그의 전술스타일도 미국의 '데이비 존슨'과 비슷하기 때문이다(두 감독 모두 일단 자신이 믿는 선수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고집이 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교체를 못 하는 아킬레스건을 지니고 있다). 존슨 감독 또한 2008 올림픽에서 금메달 사냥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 서두를 필요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WBC에 절대 서두를 필요가 없다. 1회 대회 당시에도 12월부터 준비를 했지만, 훌륭한 성과를 냈다. 또한, 각 팀 단장들의 협조 속에 적어도 선수 선발만큼은 감독 재량에 따라 마음껏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일부 언론에서 재빠르게 WBC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여 우리나라가 너무 조용하다고 하며, 심지어는 국가대표 선발에 대해 '표류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KBO는 큰 대가 없이 WBC 준비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감독 선발에 있어서 ‘공표 후 선임수락’이라는, 다소 기괴한 방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를 각 구단으로 뛰어다니며 발품을 파는 것으로 갈음하고 있다. KBO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중동(靜中動)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임엔 틀림없다.



▲ 초대 우승팀 일본. 그러나 2009년에는 우승이 다소 어려울 것이다.

경기를 망치는 요소에는 여럿이 있겠지만, 야구 내적인 것과 무관한 외부환경(경영학에서의 External Environment)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야구 경험이 전혀 없는 구단주가 감독의 권한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런 점에 있어서 NPB 원로들의 입김은 적어도 이번 WBC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그 분들의 조언이 뼈와 살이 되지만, 그것도 취사선택을 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서두르는 것은 원수갚음을 운운하는 일본이지, 우리가 아니다. 일본 페이스에 맞춰 우리마저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 또한 정중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달인(達人)들이 야구를 지휘해야 경기에서 이기는 법이다.

[사진(C) = 요미우리 자이언츠 /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공식 홈페이지]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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