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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WBC] '명예직' 국가대표에 대한 단상?

기사입력 2008.11.10 17:30 / 기사수정 2008.11.10 17:30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실력 있는 야구인에게 한국 프로야구 감독을 제안하면 거절할 사람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로 감독 교체시기에 감독직을 제의받은 야구인 중에서 거절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프로야구 감독직이란 '명예와 부'가 동시에 충족되는,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는 구단과 더불어서 국민이 만들어 준 자리이기도 하다.

이렇듯 프로야구 감독들은 좋은 성적을 통하여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보답을 하였고, 팬들의 성원이 커지면 국가대표 감독직 수락 등을 통하여 그 명예를 팬들에게 다시 돌려주기도 하였다.

이는 미국도 비슷하다. 2차대전 당시, 미국에는 "독일에 '하일 히틀러'라는 구호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플레이 볼'이 있다"고 할 만큼 야구팬들의 성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메이저리그 감독들과 선수들은 참전(參戰)이라는 형태로 그들의 성원에 보답하였으며, 종전 후 돌아온 그들에게 팬들은 진심으로 고개 숙여 경의를 표했다. 약 350여 명의 메이저리거와 3,000여 명의 마이너리거가 자진 참전, 또는 징집의 형태로 2차대전과 6.25전쟁에 참전했으며, 이 중 두 명의 메이저리거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은 명예직

그래서 국가대표 감독/선수자리 모두가 명예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명예를 목숨과도 여기는 일본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며, 참전의 형태로 팬들에게 사랑을 보낸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제 ‘참전’ 대신 WBC 자진 참가로써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WBC 감독직을 너무 쉽게 고사한 김성근 감독(SK 와이번스)의 태도가 다소 아쉽기도 했다.



▲ 다시 한 번 '독이 든 성배'를 든 김인식 국가대표 감독

WBC 감독에 다시 한 번 추대된 김인식 감독은 "어쩌다가 나한테까지 오게 됐나?"라고 당황해 하면서도 "2006년도와 같은 감독급 코치진의 구성이 이루어지면 기꺼이 수락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의를 위해 다시 한 번 독이 든 성배(聖杯)를 들었다.

김 감독으로써는 자신에게 쏟아진 야구인들의 성원을 다시 한 번 돌려준다는 생각으로, '명예'를 택한 것이었다. KBO의 감독 선임 과정이 문제되기는 하였으나, 어쨌든 베이징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구성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큰 윤곽은 잡힌 셈이다.

문제는 각 구단들이 2008시즌에 팬들이 보여 준 성원을 되돌려 줄 방법을 아느냐는 것이다. 야구팬들은 500만 관중 돌파 등 한국프로야구가 한국 구기 스포츠의 제왕 자리로 군림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보냈다.

또한, 국민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돌아온 자랑스러운 용사들에게 병역 면제 혜택까지 선물했다. 구단이나 선수들이나 모두 감사해야 마땅한 일이다.

즉, 본 WBC는 이렇게 많은 성원을 받은 구단이나 선수들이 이것을 다시 야구팬들에게 돌려주는 장(場)인 셈이다. 하일성 사무총장께서 이미 각 구단 사무실을 발로 뛰어다니기 시작했고, 허구연씨를 비롯한 각계 야구인들 역시 발품을 팔고 있다. 구단이나 선수 모두가 절대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포스트 이승엽과 박찬호

노장들의 참전이 다른 선수들의 자진 선발을 유도할 수 있으나, 일단 2009년도에는 이승엽과 박찬호가 빠진다. 박찬호는 이미 2006년 대회 참가 당시에 소속팀 마운드 경쟁구도에서 밀리며 적지 않은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 이승엽의 경우 올 시즌 부상으로 인하여 최악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다. 이미 여러 차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두 선수에게는 잠시 '쉴 틈'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야구의 투-타를 대표하는 두 선수는 그 어떤 선수보다도 가장 많이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국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 두 베테랑, 박찬호와 이승엽은 2009 WBC 참가를 고사했다.

김인식 감독 특성상 WBC 선발을 고사하는 선수를 구태여 억지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WBC 성격 자체가 개인과 국가의 명예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명예를 내세운 '자진 참가자'를 더욱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종범 선수가 2009 WBC 참가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여기에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중인 임창용 역시 '불러만 준다면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투-타에서 두 베테랑이 굳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모든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음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2006년도 대회 당시에서 박재홍, 박한이 등이 참가를 고사하고, 김동주가 부상으로 전선에서 이탈하자 박용택, 이진영, 이범호 등이 자진해서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김인식 감독은 출전을 고사한 선수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은 대신에 국가대표를 자청한 선수들을 중용했다. 만약에 당시 우익수 박재홍이 출전을 고사하지 않았다면, 1라운드 對 일본전에서 이전영의 그림 같은 수비를 구경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또 눈여겨볼 젊은 해외파 선수들이 있다. 류제국(템파베이 레이스), 정성기(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정영일, 최현(이상 LA 엔젤스) 등이 그러하다. 마이너리그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선수들을 불러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노장들의 참전도 그렇지만, 본 WBC를 통하여 ‘포스트 박찬호 - 이승엽’을 찾는다는 것은 자못 의미가 크다. 김광현, 류현진, 김현수 등이 그 시험대상이 되리라 본다.

노장에게 박수와 힘을

우여곡절 끝에 감독은 선임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각 구단은 자신들이 받은 팬들의 성원을 WBC 발탁 협조로 돌려주어야 한다. 김인식 감독의 경우도 한화 구단주나 단장이 말렸다면 감독직을 고사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화 구단과 김 감독은 기꺼이 자신들이 '총대'를 쥐겠다고 나섰다. 이제 다른 구단이 협조해야 할 차례다. '꼴찌 팀'이라는 변명도, '건강'이라는 변명도 다 필요 없다. 노장 김 감독이 진실로 원하는 코칭스태프의 구성이 전제되어야 선수 선발도 쉽다. 각 구단 감독들이 난색을 표명하는 것도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이다. 한화구단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구단이기 때문이다.

2006 WBC나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한 것도 구단 - KBO - 팬들의 성원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데에 있다. 구단이나 감독, 선수들 모두 자신들이 지난 한 해 받은 명예를 어떻게 팬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WBC 1라운드까지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WBC 2회 대회도 차질없이 준비가 되길 기원한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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