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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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다이어리] 인천, 내년에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기사입력 2008.11.09 19:55 / 기사수정 2008.11.09 19:55

김혜미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혜미 기자] 중요하고도 중요했던 이날의 경기. 인천에는 6강 플레이오프에 합류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걸려 있는 경기였고, 수원은 정규리그 1위냐 아니냐가 걸려 있는 경기였습니다. 다만, 애가 더 달았던 건 인천 쪽이었다는 걸까요.

아무래도 플레이오프가 걸려 있었으니까요. 인천은 이날 경기에서 이기고 전남과 전북의 경기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울려 퍼졌던 각 팀 서포터즈들의 응원가. 어느 때보다 더 절박하게 들렸습니다. 특히나 인천은 이날 경기에서 지고 다른 팀들이 더 잘한다면,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애가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좀처럼 풀리지 않던 인천. 방승환과 라돈치치가 연달아 기회를 노려 보지만 이운재의 선방에 번번이 걸리고 말았습니다. 









전반 25분, 백지훈의 골로 한 골 차로 뒤진 경기를 해야 했을 때만 해도 인천에겐 희망이 아직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달라져갔던 인천. 라돈치치가 문전에서 분전했지만 몇번씩이나 수원의 골문을 그대로 빗겨 나갔고, 그럴 때마다 인천 선수들의 탄식은 깊어져 갔습니다. 









후반에 들어서도 동점골을 넣기 위해 무던히도 뛰어다녔던 인천. 그러나 잠시 후,





후반 20분 홍순학, 22분 배기종이 연속골을 넣으며 인천의 플레이오프 합류는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연속으로 터진 수원의 골에 할말을 잃었는지, 돌아서서 주저앉았던 라돈치치.







교체투입되어 들어온 강수일이 페널티를 얻어내, 라돈치치가 성공시키며 점수는 1:3이 되었습니다. 인천의 골은,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인저리 타임 5분까지, 종료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뛰었던 그들은 수원이 승리를 가져가면서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치뤄야 했습니다.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을 때, 문학경기장은 수원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고 인천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습니다. 수원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1위의 기쁨을 나누고 있을 때, 승자의 모습을 많은 사진기자들이 앞다투어 카메라로 찍을 때 인천 선수들은 조용히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서포터즈들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들 앞에 펼쳐진 것은 6강 합류라는 내용이 아닌, 이번 시즌의 끝을 알리는 글귀였습니다. 선수들은 아무 말도 없이 팬들만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에 떨어지는 수많은 장미꽃들.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해주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대변한 게 아닐까요. 사실 팬들은 좀 더 다른 뜻으로 이 꽃들을 선수들에게 보내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선수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격려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겼던 꽃들이었습니다. 





전재호는 유니폼을 벗어 팬들에게 던져주었고





라돈치치도 유니폼을 던져준 후에, 꽃다발을 들고 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었습니다. 한동안 그의 이름을 연호하던 팬들에게, 웃을 수 없는 모습으로 화답을 해주었던 그였지요.





언제나처럼 경기장에서 그들을 맞이할 선수들도, 경기도 이제 없다는 사실에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팬들이었습니다.

전북이 경남에 3-1 승리를 거두고 6강에 합류하면서, 인천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패자는 말이 많은 법이라고 하지만, 이날 인천 선수들은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조용히 경기장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첫 번째 골을 수원에 먹혔을 때만 해도 아직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후반에만 터진 두 골과, 격해졌던 경기. 골문을 두드리지 못했던 지독하게도 안 풀렸던 경기력. 모든 것을 곱씹어봐도 그들에겐 아쉽고도 또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 되지 않길 바랐던 건 선수들도, 팬들도 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자신들의 홈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도 사라져버린 그들에게 이날의 두 시간은 정말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을 거고요. 인천은 이제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이번 시즌은 끝났지만,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닙니다. 어찌됐든 시즌은 내년에도 계속되고, 그들은 다시 그라운드를 뛰어야 합니다. 하나인 목표를 위해서, 이제 내년을 위해서 또다시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 높은 목표는 이번 해에는 끝났지만, 그들의 축구는 내년에도 계속돼야 하니까요.

아쉽고, 허망하고 허탈하고, 수백 가지의 생각이 드는 이날은 아마 금방 잊혀 가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하더라도 아주 조금만 생각했으면 합니다. 잘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책망도, 팬들에 대한 미안함도 아주 잠시만 생각했으면 합니다. 물론 다 잊어버리라는 것도 아닙니다. 계속 생각날 것이라면 이날의 아픔을 발판으로 삼아 내년에 더 멋져진 모습으로 팬들을 맞이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들을 위한 축제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인천은 더 나아진 모습으로 내년을 기약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더 멋진 모습으로, 더 나아진 모습으로 내년에 다시 봅시다. 내년 이맘때쯤, 지금 여기보다 더 높은 곳에 있을 거라는 마음과 믿음으로요.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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