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06 05:06 / 기사수정 2008.11.06 05:06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3차대회가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의 피겨 팬들의 시선은 '피겨 여왕' 김연아(18, 군포 수리고)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1차대회인 'Skate America'에서 세계 피겨 팬들을 흥분시키는 연기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세헤라자데에서 나타난 흔들린 스핀의 문제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의 강렬함과 프리스케이팅인 '세헤라자데'의 우아함이 더해진 193점의 종합 점수는 2위를 기록한 나카노 유카리(23, 일본)를 무려 20점 이상의 점수로 누르고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나타난 연기가 최상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여자선수로서는 꿈의 점수대인 200점 획득 여부에 많은 시선들이 집중돼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새 프로그램을 시도하면서 노출된 스핀의 부족함과 트리플 룹 점프의 완성을 어느 정도로 배가시키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김연아는 'Skate America'가 끝난 이후, 스핀에 대한 보완을 위해 매진했습니다. 지난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나타난 스핀의 흔들림을 보고 김연아가 스핀에서 약점이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김연아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만나면서 김연아가 하고 있는 기술 가운데 비교적 약점으로 지적된 스핀과 스파이럴 보강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리고 오서 코치에게 현란하고 레벨이 높은 스텝까지 전수받았습니다. 애초부터 김연아는 파워와 스피드도 좋았지만 유연성도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핀은 어릴 때부터 김연아가 잘하는 것이었고 현재 김연아가 구사하는 스핀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것입니다.
단지 이번 새 프로그램에서 스핀이 흔들린 이유는 김연아가 그 기술에 약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는 한 치의 숨 쉴 틈도 없는 현란한 스텝과 안무, 여기에 3-3 점프와 트리플 러츠, 트리플 룹, 트리플 살코 그리고 더블 악셀 등이 들어있으며 고난도의 스파이럴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러한 고난도의 기술들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세계정상급의 선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앞에서 현란한 기술을 완성한 뒤, 바로 뒤에 이어지는 어려운 기술을 연속적으로 수행해나려면 그만큼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김연아가 스핀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김연아가 스핀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복잡한 연기 요소들을 온전히 엮어나가고 그 흐름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채, 고난도의 스핀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나가는 것이 이번 새 프로그램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완성된 기술이라도 새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나타난다면 다시 정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김연아가 스핀을 따로 철저히 반복 학습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스핀만 따로 떼어내어 집중적으로 익힌 김연아는 지난 그랑프리 1차 대회 때보다 한층 좋은 스핀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연아의 점프 아킬레스건은 트리플 룹?
아무리 모든 점프를 뛰어나게 뛰는 선수들도 개인적의 취향에 따라 어려워하는 점프가 최소한 한 개 정도는 존재합니다. 김연아의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몇 해 동안 러츠 점프를 인엣지로 뛰는 잘못된 습성 때문에 러츠에서 감점을 받는 점으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해 김연아는 늘 정석적인 엣지를 구사하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5가지 트리플 점프들 중, 가장 늦게 완성시킨 '트리플 룹' 점프를 가장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도 김연아는 유난히 이 점프에서 자신이 없어한다고 밝혔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거나 빙질에 적응하지 못하면 김연아는 룹점프에 가장 민감했었습니다. 또한, 오서 코치는 무의식적으로 룹 점프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Skate America'에서도 김연아는 일부러 트리플 룹을 일회전으로 마치고 다음 기술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김연아의 트리플 룹 점프 성공률은 결코 저조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에서 김연아가 룹 점프에서 실수를 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성공을 시키며 룹 점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있었습니다. 김연아가 구사하는 트리플 룹 점프는 다른 점프처럼 높이가 있고 탄력적이며 회전수가 꽉 차는 '명품' 점프입니다.
단지 새 프로그램의 적응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가지고 그 기술에 약하다고 단정 짓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김연아는 5일에 가진 연습 경기 때도 트리플 룹 점프를 연속적으로 성공시켜나갔습니다.
김연아는 이미 트리플 5종 점프는 물론, 스핀과 스파이럴, 그리고 스텝과 안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들을 수준급으로 완성한 선수입니다. 단지 새 프로그램에 적응을 하다보면 선수가 느끼는 어려운 부분은 반드시 나타나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스핀과 트리플 룹 점프는 이미 김연아가 완성해 놓은 기술입니다. 중요한 것은 김연아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선수들도 새 프로그램을 수행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곳이 자연적으로 나타나며 그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선수들의 과제입니다.
피겨 선수가 연기하는 프로그램을 놓고 한 폭의 그림과 같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그 작품을 보다 완벽하게 마무리 지으려면 잘못된 부분을 집어내서 지속적으로 다듬어야 합니다.
지금 김연아가 경기를 앞두고 매진하는 부분도 이와 비슷한 것입니다. 화가들이 질 높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하듯이 피겨선수라면 모두가 실수가 적은 최상의 피겨 경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김연아는 점수에 대한 욕심보다 완벽한 연기를 완성하려는 집념이 더욱 강한 선수입니다. 좋은 컨디션 속에서 연습을 마친 김연아의 모습은 한층 물이 올라있습니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강한 것이 김연아의 큰 장점입니다. 그러나 방심은 절대 금물이며 김연아에게 남은 것은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빙판 앞으로 다가서는 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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