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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새 프로그램 완성이 최고 관건

기사입력 2008.11.05 07:07 / 기사수정 2008.11.05 07:0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태평양 건너 있는 북미 대륙에서 장기간 훈련과 첫 대회 일정을 소화한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한국과 가까운 중국 베이징에 지난 3일 도착했습니다. 그랑프리 3차대회인 'Cup of China'에 참가하게 되는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입니다.

사실,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우승을 차지한 그랑프리 1차대회인 'Skate America'에서는 여러모로 부담이 많았던 대회였습니다. 지난 초여름부터 준비해온 새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첫 무대였고 오랜만에 치르는 첫 실전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러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쇼트프로그램와 프리스케이팅을 합산한 193점대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몇 가지 실수만 없었다면 200점 고지도 노려볼만한 점수였습니다.

그랑프리 3차 대회에 임하는 김연아의 모습

우선 베이징에 도착한 김연아에게 가장 필요한 과제는 베이징수도체육관 특설 링크장의 빙질에 적응하는 문제입니다. 세계적인 대회가 벌어지는 링크장은 대게 비슷한 수준이고 최상의 빙질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빙판 위에서 섬세한 연기를 해야 하는 피겨 선수들에겐 빙판의 차이가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새로운 빙질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하고 자신의 기술이 온전하게 통할 수 있도록 적응해 나가야 합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빙질에서 연기를 해본 경험이 있는 김연아에겐 이 문제는 크게 우려할 부분이 아닙니다.

베이징 현지에 있는 김연아의 메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한 관계자는 "에버렛에서 토론토로 갔다가 다시 중국으로 이동했는데 장시간 비행기 이동으로 도착일인 3일은 여독이 풀리지 않았지만 하루가 경과한 4일부터 자신의 컨디션을 되찾고 있다. 새로운 빙질의 적응 문제와 장시간 비행기 이동에 따른 피로 문제는 그동안 겪었던 경험으로 충분히 극복해나가고 있다"라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김연아를 가장 괴롭힌 부상의 그림자를 이번 시즌엔 완전히 쫓아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합니다. 김연아를 따라다니며 매일 몸을 철저히 점검하는 두 명의 물리치료사가 이번 시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난 두 시즌 동안, 김연아는 시즌을 마감하는 마지막 대회인 세계선수권에서 부상으로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연기를 표현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김연아에겐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훈련과 함께 온전한 연기를 펼칠 '건강한 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IB 스포츠의 관계자는 "모든 운동선수들이 전혀 아프지 않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정한 부위를 연속적으로 사용하고 무리를 주는 점 때문에 당연하게 부상이 따라오고 잠을 바른 자세로 자지 못해도 미세한 통증이 생긴다. 김연아는 훈련을 하면서 미세한 문제만 있을 뿐, 경기에 지장을 줄 큰 문제는 전혀 없다. 컨디션은 미국과 이곳에 와서도 좋은 상태이며 표정도 매우 밝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김연아는 에버렛 대회에서 펼친 연기가 완벽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밝혔었다. 특히, 프리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지를 분명히 확인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그것을 보완하고 완벽한 연기를 펼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라고 김연아의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답변했습니다.

언제나 의연하고 자신을 다스리는 컨트롤이 뛰어난 김연아는 대회에 임하는 마인드를 스스로 조절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그랑프리 1차 에버렛 대회를 넘어서는 연기를 펼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IB 스포츠의 관계자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옛 지도자들이 지켜본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

현재 김연아의 코치는 캐나다 피겨스케이팅의 자존심이었던 브라이언 오서입니다. 강한 승부욕과 철저한 분석력, 여기에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절충해나가는 오픈 된 마인드를 가진 오서는 김연아와 가장 이상적으로 어울리는 지도자라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김연아를 완성시키는데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국내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어린 시절에 김연아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완성시키고 트리플 점프 5가지를 완성시킬 때의 지도자인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에 대해서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는 정말 연아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아의 특징은 다이내믹하면서도 파워가 넘치는 면인데 그런 연아 만의 장점이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기술적인 완성도를 넘어서 최고의 표현력을 가질 수 있게끔 이끌어준 김세열 코치도 "개인적인 견해로 평가할 때, 죽음의 무도는 연아가 그동안 해온 쇼트프로그램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평가하고 싶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점프는 지난 시즌과 큰 변동이 없었지만 문제가 됐던 스파이럴이 대폭 보완되고 완성된 점을 신 코치와 김 코치는 공통적으로 높게 평가했습니다. 김연아를 지도하면서 애착을 가졌고 세계무대에서 더욱 선전하기를 바라고 있는 신 코치와 김 코치는 지난 1차 에버렛 대회에서 나온 흔들린 스핀을 보완해야하는 점 또한 빼놓지 않았습니다.

현재 김연아를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소리는 '200점 고지'를 넘느냐의 여부입니다. 에버렛 대회에서 나타난 쇼트프로그램의 더블 악셀 랜딩의 실수와 프리스케이팅에서 나온 트리플 룹의 문제, 그리고 흔들린 스핀 등이 해결된다면 충분히 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세한 채점이 방식이 이루어지는 피겨스케이팅을 생각할 때, 과정을 살펴보지 않고 결과에 연연해 200점을 거론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는 못합니다.

과정이 충실하게 이루어진다면 좋은 결과는 자동적으로 따라옵니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1차대회를 통해 새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더욱 갈고 닦아야 될 부분은 확실히 포착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3차대회에서 그것들을 보완해나가는 점이 김연아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피겨선수들이 점수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이 문제로 보이는 기술을 더욱 갈고 닦으며 연기와 기술 요소를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특정한 점수를 계산해 놓고 그것에만 전념하며 연기를 펼친다면 좋은 결과는 나오기 힘듭니다.

이번 'Cup of China'에 참가하는 김연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새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더욱 공을 들이는 것입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지난 'Skate America'때보다 더욱 완성도 높은 연기를 펼친다면 김연아는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절정에 달한 새 프로그램을 그랑프리 파이널이 남은 기간까지 더욱 갈고 닦아 12월 한국 고양시에서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릴 때 최상의 연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의 그랑프리 파이널과 내년에 있을 세계선수권까지 생각할 때, 조금이라도 일찍 새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하게 된다면 김연아는 한층 유리한 시즌을 보낼 수 있습니다.

신혜숙 코치와 김세열 코치는 김연아가 실전에서 새 프로그램을 온전하게 성공시킨다면 좋은 결과는 자연적으로 따라온다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김연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새 프로그램에 대한 완성입니다. 아직 김연아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김연아가 이번 시즌에 선보인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는 현존하는 여자피겨스케이팅 최고의 고난도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만족할 만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최상의 결과는 뒤따라옵니다. 김연아는 항상 특정한 점수에 목표를 두는 것보다는 자신의 기술적인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며 훈련에 임해왔습니다. '결과'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 '과정'에 충실한 태도는 좋은 보상을 얻기에 충분합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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