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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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모습 드러낸 '죽음의 무도'

기사입력 2008.10.24 15:46 / 기사수정 2008.10.24 15: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니어 1차대회에 참가하기 한 달 전부터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는 이 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를 떠날 때의 표정이 밝았었는데 대회가 열릴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모습도 너무 밝았습니다. 다른 시즌보다 큰 부상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임한 자신감이 가득 담긴 모습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피겨 팬들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될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역동적이고 강렬한 느낌이 든다는 목격담이 꾸준히 나왔지만 어떤 형태의 안무와 기술들로 이루어져 있을지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대회 장소인 미국 워싱턴 주 에버렛 시에 위치한 컴캐스트 아레나에서 가졌던 연습경기에서 나타난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미 세계적인 동영상 UCC 웹사이트인 '유튜브'에서도 김연아의 연습모습이 공개되면서 많은 피겨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습니다. 쇼트프로그램의 새 곡인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에 맞춰서 연기하는 김연아의 모습은 비록 실전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을 꽉 채우는 안무와 3-3 점프, 그리고 스파이럴과 스핀 등이 다채롭게 포함돼 있었습니다.

다이내믹한 느낌을 주는 '죽음의 무도'의 선율에 따라 움직이는 김연아의 몸놀림과 스텝은 이미 2008 세계선수권에서 비춰진 김연아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고관절 부상의 통증으로 인해 힘들게 출전한 대회였기 때문에 자신의 진가를 모두 발휘하지 못했었습니다.

무엇보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현역 여자 피겨선수들 가운데 가장 빠른 자신의 스피드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고 스텝의 역동성도 조금은 떨어져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상의 악몽을 말끔하게 털어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지금의 모습은 진정한 김연아를 보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양팔을 벌리고 허공을 바라보는 포즈로 시작하는 '죽음의 무도'는 초반부터 김연아만의 현란한 스텝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연습과정에서는 충분히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김연아가 완성한 세계최고의 트리플-트리플 점프인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이 이어지고 빙판을 활주하는 스피드의 속도감도 상당했습니다. 이번 연습 선수들 가운데서도 김연아의 3-3 점프가 가장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이번 연습영상을 통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더욱 현란해지고 빨라진 스텝 기술과 원숙미가 물씬 배어나오는 '스파이럴'이었습니다. 여자선수가 스텝에서 레벨 4를 받기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자연스럽게 활주하는 스파이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2008 세계선수권에서 쇼트프로그램과 롱프로그램에서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던 ‘트리플 러츠’를 아무런 망설임 없이 거뜬하게 뛰어내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리플 러츠와 경기 후반부에 뛰는 더블 악셀의 높이는 상당히 탄력감이 넘쳤고 현재 김연아의 컨디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무도'에서 나타난 빈틈없는 안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기의 구성 요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나가는 과정 속에서 숨 쉴 틈 없이 나오는 김연아의 다양한 팔 동작과 스텝은 상당히 역동적이었습니다.

모든 과정을 하나씩 음미하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연습경기를 통해 이 정도의 경기력이 나온다는 것은 실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판들의 애매한 채점기준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PCS(프로그램구성요소)에서 손해를 봤었던 점을 깊이 숙고해서인지 이번 새 프로그램의 기술과 안무들은 한 치의 여백도 없이 치밀하게 구성돼 있었습니다.

이미 현지에서 연습 경기를 지켜본 해외 외신들과 피겨 관계자들, 그리고 현지의 팬들은 연습 경기만으로도 벌써부터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에 격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오랫동안 부진의 늪에 빠졌었던 미국의 자존심인 키미 마이스너도 연습 영상을 통해 나타난 모습은 상당히 발전돼 있었고 차세대 유망주인 미라이 나가수 역시 만만치 않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쟁쟁한 선수들의 치열한 경연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Skate America'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한국시간으로 일요일 오전에 펼쳐질 예정입니다. 연습기간 내내 일본과 미국 선수들에 비해 별다른 멘트를 내놓지 않고 묵묵히 훈련에 전념한 김연아는 온전히 회복한 몸을 가지고선 자신이 발휘한 최상의 연기를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피겨를 자체를 즐기는 여유와 기쁨도 이번 프로그램에 녹아있었습니다. 오서코치가 지적했듯이 김연아의 유일한 과제는 부담감을 떨치고 이 훌륭한 프로그램을 실전에서 온전하게 발휘하는 것입니다.

새 프로그램을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김연아의 바람과 자신감은 피겨를 즐기면서 하는 '기쁨'이 녹아있었습니다.

[사진 = 김연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공항 (C) 김성배]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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