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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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없이 프로야구 관중모으기

기사입력 2005.03.11 11:43 / 기사수정 2005.03.11 11:43

윤욱재 기자


얼마 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선 각 구단 관중동원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한 수치를 목표로 잡았고, 그렇게 모인 결과 총 관중 목표는 '300만명'이 되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듯 KBO와 각 구단들이 산정한 목표가 반드시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지난해 병역비리 파동과 한국시리즈 무승부 파문 등 팬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기 때문에 그 누구도 목표달성의 성공 여부를 자신있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해결책은 많다. 야구팬들의 평생 숙원인 돔구장 건설과 기존 구장 시설 확충, 팬서비스 확대 등이 방법이 될 수 있고 좀 더 넓게 보면 관중동원에 실패하는 현대의 연고지 확정과 미래를 위한 유소년 야구 투자 등도 관중수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거나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올시즌 당장 효과를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도 목표달성을 위해서라면 무언가 해결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팀에 호감을 갖도록 하자



한 팀당 126경기씩 치루는 올시즌만 놓고 봐도 126경기를 모두 관전하는 팬은 없다고 가정할 때 그래도 수십경기를 보는 열성팬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야구가 없어도 살 수 있는' 일반팬들이라 볼 수 있다.

일반팬들에게 프로야구는 단지 경기를 즐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은 프로야구의 전체 판도를 생각한다든지 선수의 개인기록을 날마다 체크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가끔 마다 즐기는 것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팀을 제외한 다른 팀들은 남의 팀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가령 두산팬인 직장인 김씨는 부서 단체로 프로야구 관람을 하게 되자 마음이 들떴지만 직장상사가 LG팬인 관계로 LG 대 삼성 경기를 보게 된다면 가고 싶은 이유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럼 김씨가 LG 대 삼성 경기로 잡힌 일정을 보고 흥미를 느끼게 할 순 없을까?

이럴 때 직장상사가 

"자네, LG 신바람 야구도 모르나? 물론 두산야구도 끈기있고 재밌지만 두산 경기에선 느낄 수 없는 LG만의 야구가 따로 있다네. 이병규의 타구가 우중간을 가를 때 그 기분 아나? 그리고 상대는 삼성이야. 화려한 스타군단이지. 아마 전광판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 질걸?" 

이라고 말해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방금 직장상사의 설명은 구단만의 특성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다. 이렇듯 각 팀의 특성을 살려 팀 컬러로 정착시킨다면 일반팬들도 팀마다 구별이 확실하게 가능할 것이고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두산팬도 LG 대 삼성 경기에 관심이 가도록 해야한다.



관건은 팀 컬러 바로잡기!

LG 트윈스의 경우를 보자.

90년대 신바람 야구로 관중동원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LG는 90년대 말을 기점으로 좌타라인 중심의 신바람 야구를 마감하고 새로운 인물들(이광은 감독, 양준혁, 홍현우, 로마이어 등)과 함께 새로운 야구를 구사하려했지만 처참한 실패로 끝난 바 있다.

비록 시련이 있었지만 그 뒤 새로운 야구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다. 김성근 감독 체제가 제대로 잡힌 2002년, 끈끈한 팀워크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투혼의 야구로 새로운 팀 컬러를 정착시켰고 이것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단 경영진의 어이없는 감독 교체로 인해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신바람 야구의 부활을 주장하며 이광환 감독을 다시 데려왔지만 10년 전 야구를 되살리기엔 세상이 너무 달라져 있었다.

결국 이광환 감독을 내치고 선동렬(현 삼성 감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지만 실패로 끝나면서 팀내 코칭스태프의 일원이던 이순철 코치를 부랴부랴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 올해만큼은 LG만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이 이순철 감독 손에 달려있다.


사실 준비된 감독이 아니었던 이순철 감독은 의욕만 앞섰을 뿐 별다른 색깔을 펼치지 못했다. 그래도 굳이 달라진 점을 찾자면 이상훈 트레이드와 김재현 각서 파동으로 팬들의 원성이 좀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겠다.

색깔없는 야구로 데뷔시즌을 마친 이순철 감독은 올시즌을 향한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았다.

바로 뛰는 야구다. 주축 타자들이 타팀의 중심타자들보다 발이 빠르다는 점을 고려했고 그래서 용병도 스피디한 선수들로 뽑았다. 지난해 내세웠던 화끈한 공격야구보단 수위가 낮춰졌지만 그래도 뛰는 야구가 더 현실성 있어 보인다.

득점의 기본인 치고 달리는 야구로 제 2의 신바람 야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것이 성공을 거두고 새로운 팀 컬러로 정착이 된다면 팬들도 빨라진 LG야구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관중석은 붉은 물결로 가득찰 것이다.

뛰는 야구로 변신을 시도하는 LG와 달리 현대는 기존의 팀 컬러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탄탄한 투수력으로 디펜딩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만큼 불펜의 공백을 메워야 '투수왕국'이란 기존의 팀 이미지이자 컬러를 살릴 수 있다. 이 경우 삼성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투수왕국으로 떠올랐지만 병풍 때문에 전체 투수진의 수정이 불가피했던 삼성은 '불펜의 재구성'이 신흥 투수왕국 건설의 키포인트.

투수력이 약해졌다면 심정수, 박진만 등 특급스타들이 가세한 타선에 좀 더 힘을 실어 예전처럼 투수력보다 타력에 초점을 맞춰 팀 컬러를 살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 SK는 새로운 스타군단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김재현과 박재홍 영입으로 구단 이미지 제고에 크게 성공했던 SK는 이미 '인천팀'이라는 이미지를 굳힌데 이어 이젠 수도권 팬들에게도 어필을 시도할 참이다.

기아는 거품으로 덮힌 스타군단 이미지를 버리고 해태 시절의 근성을 조금씩 찾아간다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터 전체의 합심이 이뤄져 균형있는 타선 조립이 가능해진다면 강력한 선발투수진에 큰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지난해 허슬플레이로 전 선수 모두가 열심히 뛴다는 신선한 팀 컬러를 구축했던 두산은 투수진에 불어오는 젊음이 조화를 이룬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쉽진 않을 것이다.

아직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는 한화와 롯데의 팀 컬러는 '오리무중'. 일단 본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스타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감독의 용병술을 결합시켜 새로운 팀 컬러를 창조한다면 팬들도 기억하기 쉽고 팬들의 호감을 얻는 데도 성공을 거둘 것이다.



엑스포츠뉴스 윤욱재 기자 (adamyoon_mlb@hanmail.net)
사진 / 각 구단 홈페이지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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