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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비운의 클로저 미치 윌리엄스와 브래드 릿지

기사입력 2008.10.23 17:08 / 기사수정 2008.10.23 17:0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지난 10월 2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밀워키 브루워스간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시구자로 등장한 이는 지난 1993년 월드시리즈에서 통한의 역전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미치 윌리엄스였습니다.

야구팬들에게는 친숙한 영화인 ‘메이저리그’에서 제구력은 형편없지만 불같은 강속구를 던져 팀의 승리를 지켜낸 마무리 투수로 나온 리키 본(찰리 신 분)의 닉네임은 'Wild Thing'이었습니다.

볼을 던지면 포수의 미트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볼을 던지지만 100마일에 가까운 위력적인 강속구가 주특기인 리키 본은 제구력 훈련을 하면서 팀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합니다. 영화 속의 인물인 이 캐릭터와 가장 현실에 가까운 선수가 바로 미치 윌리엄스였습니다.

윌리엄스는 좌완 정통파 투수로서 97~99마일 대에 이르는 강속구를 뿌린 마무리 투수였습니다. 구질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원체 제구력이 좋지 않아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80년대 중후반에는 성적이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1991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유니폼을 입으면서 윌리엄스는 12승 5패 30세이브에 2.34의 준수한 기록을 세웁니다.

91년도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윌리엄스는 92년에는 29세이브를 기록하지만 다음해인 93년도에 43세이브를 거두면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냅니다.

93년도의 필리스는 젊은 커트 실링이 팀의 에이스로서 맹활약한 시기였고 리그 최고의 1번 타자였던 레니 다익스트라가 필리스 타선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지구 수위를 차지하며 내셔널리그의 강호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물리친 필리스는 당시 최강의 팀으로 군림하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월드시리즈를 치르게 됩니다.

애틀랜타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윌리엄스는 4번 등판해 2승 2세이브로 WS 진출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들쭉날쭉하던 제구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믿음직스러운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은 윌리엄스는 토론토의 아성을 깨고 필리스가 월드시리즈 왕좌를 차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여겨졌었습니다.

윌리엄스는 90마일 후반 대에 이르는 불같은 강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수였습니다. 제구력이 워낙 안 좋아서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하게 꿰뚫는 볼은 적었지만 원체 빠른 볼을 던지는 좌완 투수의 장점 때문에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와 비슷한 볼이 들어와도 어김없이 배트를 휘둘렀지만 헛스윙이 될 공산이 컸었습니다.

그리고 윌리엄스를 얘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볼을 던지고 난 뒤, 왼손으로 마운드 바닥을 짊을 정도로 넘어지는 특이한 투구 폼이었습니다. 수비는 거의 포기한 투구 폼으로 볼 수도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지적이 나왔지만 윌리엄스의 이 폼은 끝내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93년 정규시즌에서 생애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에서 2승 2세이브의 맹활약을 펼쳤지만 윌리엄스는 정작 중요한 월드시리즈에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4차전, 8회 초에 1사 2, 3루의 상황에서 불펜으로부터 윌리엄스가 뛰어나왔습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홈구장에는 윌리엄스를 위한 음악인 'Wild Thing'이 울려 퍼졌습니다. 장내의 홈팬들은 윌리엄스의 등장에 환호성을 보냈으며 13-9로 앞서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윌리엄스가 역전을 내주리라고 상상하는 이들은 적었습니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토론토 타선의 맹폭에 견디지 못했습니다. 볼넷과 안타를 연거푸 허용한 윌리엄스는 결국 패전투수가 되었고 장내를 가득 메운 홈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만약, 윌리엄스의 불행이 여기서 그쳤더라면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적었을지도 모릅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 승패를 결정짓는 역전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투수가 된 윌리엄스는 필라델피아의 홈팬들에게 '죽여 버리겠다'란 협박까지 받는 처지에 몰리게 됩니다.

토론토의 홈구장인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6차전, 3승 2패로 1승만 추가하면 월드시리즈 2연패를 눈앞에 둔 토론토는 9회 말까지 6-5로 필리스에게 1점차 리드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1점을 지키기 위해 윌리엄스는 마운드에 올랐지만 1번 타자인 리키 핸더슨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고 다음 타자인 로베르토 알로마를 아웃시키는데 성공하지만 3번 타자인 폴 몰리터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2루에 위기를 맞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이날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던 팀의 주포이자 4번 타자인 조 카터. 카터가 윌리엄스를 상대로 가볍게 휘두른 스윙에 볼은 빨랫줄처럼 일직선으로 쭉쭉 뻗어나가더니 좌측 담장을 가볍게 넘어갔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된 카터는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고 괴성을 지르면서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당시 MLB 구단 팬들 중, 가장 열광적이고 400만이 넘는 관중동원을 기록한 토론토 팬들의 함성은 스카이돔 지붕을 뚫을 정도였습니다.

그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는 동안 쓸쓸하게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윌리엄스의 모습은 측은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월드시리즈에서 4차전과 6차전의 역적이 된 윌리엄스는 홈런을 맞은 충격과 홈 팬들의 협박성 발언에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윌리엄스는 필라델피아를 떠나게 되고 97년에 은퇴의 길에 접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런 윌리엄스가 포스트시즌의 문을 여는 디비전시리즈 1차전의 시구자로 나선 이후, 필리스는 93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전에 펼쳐진 WS 1차전에서 필리스는 선발투수인 콜 해멀스의 역투와 '철벽 마무리'인 브래드 릿지의 선전으로 탬파베이를 3-2로 꺾고 1승을 먼저 건졌습니다.

릿지 또한 휴스턴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2005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NLCS 5차전에서 현역 최고의 강타자 중 한 명인 앨버트 푸홀스에게 역전 3점 홈런을 얻어맞은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후,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지만 필라델피아로 이적하면서 또다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릿지가 15년 전에 일어났던 윌리엄스의 비운을 풀며 월드시리즈 우승의 끝맺음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사진 = 브래드 릿지 (C) philadelphia.phillies.mlb.com]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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