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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새 시즌을 앞둔 김연아에 대한 시선들

기사입력 2008.10.22 04:34 / 기사수정 2008.10.22 04:3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첫 대회가 벌어질 미국 워싱턴 주 에버렛에 도착을 눈앞에 두고있는 김연아(18, 군포 수리고)는 지난여름 초부터 갈고 닦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자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습니다.

2008 ISU(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첫 대회인 'Skate America'는 이번 그랑프리 시리즈 중, 피겨 팬들에게 가장 흥미진진하게 여겨지는 대회입니다.

세계랭킹 2위이자 '피겨의 교과서'로 불리는 김연아를 비롯해 세계랭킹 5위이자 2007 세계선수권자인 안도 미키, 그리고 세계랭킹 6위인 나카노 유카리 등의 일본선수들이 출전합니다. 또한, 홈 어드밴티지의 이점을 안은 미국 피겨스케이팅의 자존심인 키미 마이스너(세계랭킹 8위)와 차세대 유망주들인 미라이 나가수(세계랭킹 15위)와 레이첼 플렛(세계랭킹 22위) 등도 총출동합니다.

최근에 막을 내린 2008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를 보면 미국 선수들의 강세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린 주니어 선수들이 급성장하는 것처럼 시니어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유망주들인 미라이 나가수와 캐롤라인 장, 그리고 레이첼 플렛 등의 성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번 'Skate America'는 김연아와 안도 미키, 나카노 유카리 등의 일본 선수들과 나가수 미라이 등의 미국 유망주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시즌을 앞두고 안도 미키가 지금까지 실전 무대에서 단 한번 밖에 성공하지 못한 쿼드(4회전)살코를 구사할 것이라고 일본의 언론들은 보도했습니다. 또한, 나가수 미라이도 트리플 악셀을 연습 중에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습니다.

시즌을 앞두고 모두 목표를 높게 두고 출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어느 선수가 실전경기에서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 자신이 완성한 프로그램을 최상으로 표현해내느냐에 있습니다.

김연아의 가장 큰 과제도 이 부분에 있습니다. 어두운 계열의 의상을 입고 강렬한 패턴의 연기를 선보일 쇼트프로그램 '죽음의 무도'와 화려하고 이국적인 의상이 기대되는 '세헤라자데'는 김연아만의 정석점프와 뛰어난 표현력으로 재탄생될 예정입니다.

프로그램에 큰 변화는 없다. 문제는 얼마나 완벽하게 가다듬느냐에 달렸을 뿐

김연아는 이미 시즌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이번 시즌의 프로그램에 새로운 기술들이 추가되거나 혁신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밝혔습니다. 일본과 미국의 선수들은 고난도의 기술을 익히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현실성 있는 도전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김연아의 답변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피겨 훈련장에 직접 가서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점프의 성공률도 좋고 스텝도 한층 빠르고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러나 아무리 연습에서 80%이상의 점프 성공률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막상 실전에 들어서면 그 성공률이 50% 밑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10번의 연습에서 모두 잘했다고 해도 1번의 실전에서 모든 것을 망치면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피겨스케이팅은 다른 종목들보다 긴장감이 더욱 팽배해지고 기술의 성공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종목입니다.

연습 때에는 잘했지만 막상 실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한 재능 있는 선수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실전에서 정말로 잘하려면 선수 스스로가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연아의 명품 '3-3' 콤비네이션 점프인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로 인정받은 기술입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김연아는 시작과 함께 이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분명히 시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2008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에서 쇼트와 롱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긴 '트리플 러츠' 점프의 뒤에 또 하나의 트리플 점프를 추가시켜 콤비네이션으로 만들지에 대해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트리플 러츠는 단독으로 뛸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연아의 또 하나의 명품인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도 큰 변화가 없는 한 유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자 싱글 선수들 중, 가장 탄력적이고 높이가 뛰어난 점프를 가진 김연아의 장점 때문에 점프의 조합과 배치에 있어서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이 상당히 용의합니다.

'트리플 악셀'보다 훨씬 가치 있고 경쟁력이 뛰어난 '트리플 점프 5종 세트'는 이번 시즌에서도 김연아의 최고의 무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김연아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만나면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은 스핀과 스파이럴을 가다듬었습니다. 여기에 뛰어난 스텝까지 익혀서 많은 전문가들과 현역 선수들이 인정하는 '무결점'에 가까워지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경기를 치러가면서 김연아 최대의 약점인 부상의 악몽이 계속 찾아와 몇 번의 점프에 실패했던 점은 여러모로 아쉬운 사항입니다. 이번 시즌에서도 가장 유의할 점은 부상의 방지입니다.

3회전 점프를 하는 선수들치고 부상을 겪어보지 않은 선수는 드뭅니다. 피겨선수가 반드시 극복해야 될 적은 바로 '부상'입니다. 그랑프리시리즈 1차대회와 3차대회, 그리고 파이널을 거쳐서 세계선수권까지 얼마나 몸을 건실하게 가져가느냐가 김연아의 과제 중 하나입니다.



김연아가 극복해야 할 산, 정신적인 부담감

연습에서 미처 완성하지 못한 것들을 실전에서 해내, '실전용' 선수의 대명사로 불린 김연아는 당차고 강심장을 가진 대범한 선수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부담감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김연아의 전담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현시점에서 김연아가 극복할 유일한 과제는 '많은 관심으로 인한 부담감을 떨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서 코치가 기술적으로 김연아의 문제점을 제기한 적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오서코치가 말했듯이 국민적인 시선을 이기는 것도 김연아가 극복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정신적으로 강해지지 못하면 절대로 진정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지 못합니다.

이미 모든 부분에서 최상의 기량을 가진 김연아는 심적인 부담감을 누르고 자신의 기량을 온전하게만 발휘한다면 지난 시즌 프리스케이팅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절정의 연기가 고스란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관절 부상과 근육파열의 엄청난 통증, 여기에 국민적인 기대를 받고 있다는 부담감이 김연아의 실수를 유발시키는 불청객들입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이번 대회 참가하는 선수들의 기량을 비교할 때, 큰 이변이 없는 한 김연아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너무 순위에만 연연해 김연아는 반드시 1등이 확정된 선수로 몰고 가는 것은 선수 당사자에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김연아만이 아닌,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쏟아 넣어야 하는 피겨 선수들에겐 ‘연습 때 한 것들을 후회 없이 발휘하고 빙판에서 나와라’라는 답변이 가장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김연아는 이미 언론매체들을 통해 "실수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경기를 하다가 실수를 하더라도 질책보다는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큰 변함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꼭 1등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마오를 이기려고 피겨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습니다.

필자가 현장에서 땀을 흘리는 많은 피겨선수들을 보고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그들에게 최고의 목표는 '연습과정에서 익힌 기술과 표현력을 실전대회에서 최상으로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다른 경쟁자들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피겨는 우선적으로 자기 자신부터 먼저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빙판의 요정'이 아닌 스포츠 선수로서의 김연아

피겨스케이팅을 ‘종합예술’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스케이팅 기술의 탄탄한 기초아래 연기가 펼쳐지는 피겨는 분명히 하나의 스포츠입니다. 2분에서 4분의 짧은 시간동안 최대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피겨선수들은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쏟는 땀에 결코 적지 않은 지상훈련 트레이닝을 소화하며 체력훈련과 근력 훈련을 꾸준하게 병행합니다.

단순히 신체로 표현하는 무용같은 예술도 체력이 필요하지만 피겨는 순전히 스포츠에 가까운 훈련이 주를 이루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연아는 예술적인 모습도 보여주지만 진정한 의미로 본다면 빙판을 얼릴 정도로 땀을 쏟는 ‘운동선수’가 맞습니다.

또한, 김연아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상업적으로 많이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다양하고 모든 의견들이 나름대로 존중을 받아야겠지만 우선적으로 김연아는 그 어느 것도 아닌 ‘피겨 선수’란 것이 그녀의 ‘진정성’입니다.

때론 대중들의 시선과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나오는 다양한 시선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김연아 본인의 관점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눈앞에 다가온 'Skate America'를 앞두고 있는 김연아는 현란한 대중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거품을 지워내고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피겨 선수'로서의 김연아입니다.

[사진 = 김연아 (C) 장준영, 전현진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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