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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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PS의 포인트, 삼성의 끈끈한 야구

기사입력 2008.10.18 04:11 / 기사수정 2008.10.18 04:1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200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돌입하면서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은 4위로 턱 걸이 한 삼성 라이온스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 자이언츠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때, 삼성은 그저 롯데의 상대팀이란 인식을 주었지만 막상 준 플레이오프가 개막되자 상황은 순식간에 변했습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에 철저히 대비하고 알찬 야구를 펼쳐간 팀은 롯데가 아닌 삼성이었습니다. 준 플레이오프의 일방적인 삼성의 승리로 두 팀의 전력의 차이가 이 정도였냐 하는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물론, 팀이 가진 기초전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삼성이란 팀이 가진 전력은 올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 중, 가장 떨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삼성의 가장 큰 약점은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선발투수가 5회까지 얼마나 마운드를 잘 지켜내느냐에 따라서 삼성이 추구하는 야구가 빛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삼성의 강점 중 하나는 선동렬 감독의 적절한 투수운용으로 매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SK의 김광현이나 한화의 류현진, 그리고 롯데의 손민한 같은 뛰어난 선발투수가 있다면 감독의 투수 운영은 훨씬 단조롭게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발진이 그리 뛰어나지 못하고 그 뒤를 받쳐주고 있는 불펜 진들의 힘이 큰 삼성은 철저하게 마운드 운영으로 승부를 거는 게임들이 많습니다.

이 점은 두산 베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포인트는 선동렬 감독과 김경문 감독의 투수 운영입니다. 두 팀 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들이 없는 상황이라서 선발투수를 몇 회까지 기용하고 불펜 투수들을 효과적으로 투입해 유리한 상황을 만드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이 빠른 기동력을 추구해 점수를 야금야금 빼낸다면 삼성도 타자들에게 맡겨놓는 것보다는 철저하게 루상에 주자를 진루시키고 진루타, 혹은 희생타로 주자를 불러들이는 야구를 선호합니다.



또한, 삼성 타선의 힘은 백전노장 양준혁의 존재에서 나타납니다. 큰 경기에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가 있다는 것은 팀에겐 큰 장점입니다. 양준혁의 힘은 놀라운 출루율에 있습니다. 1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양준혁은 안타 하나와 볼넷 3개로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습니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5할 대가 넘는 타율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장타와 안타를 터트린 LA 다저스의 매니 라미레스의 존재는 한 타자가 팀의 전력을 얼마나 차지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양준혁도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상대투수들이 버거워하는 존재로 삼성의 타선을 이끌고 있습니다.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 팀 타선이 빈타에 허덕이지 않으려면 타선을 이끌고 나갈 구심점 타자가 한두 명은 필요합니다.

올해 39세의 양준혁의 존재는 바로 삼성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의 힘은 국내최고의 투수 리드 능력을 가진 포수인 진갑용에게 있습니다.

이미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를 통해 포수로서의 진갑용의 존재가 얼마나 뛰어난지 입증이 되었습니다. 에이스급 투수가 빈곤한 삼성의 마운드를 이 정도로 운영하는 힘은 바로 진갑용의 역량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상대 팀을 많이 연구하는 삼성 선수는 바로 진갑용입니다. 두산의 기동력에 항상 신경을 써야하며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삼성의 각기 다른 투수들을 적절하게 리드해 나가야합니다.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에서 양 팀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점은 바로 포수에 있었습니다. 롯데의 젊은 포수 강민호도 지금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뛰어난 포수입니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 투수리드와 호흡에 대한 역량은 진갑용을 따라잡지 못했으며 이러한 차이는 승부의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시즌 내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으로 힘겹게 4위로 턱걸이해 가을 야구 초대장을 받은 삼성이지만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집중력과 끈끈함은 정규리그 때 부진했던 삼성의 모습이 아닙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좀처럼 나오기 힘든 국내 최고의 유격수인 박진만의 실책으로 삼성이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자칫 연패를 당할 위험이 많았던 2차전에서 5시간이 넘는 혈투가 벌어진 가운데 극적으로 승리한 삼성은 또 하나의 반전을 완성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지기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남겼었습니다. 준 플레이오프에 이어 이번에도 삼성이 질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상한다고 말이죠. 실제로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두산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삼성의 끈끈함은 플레이오프에 들어와서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두산의 입장에서 본다면 삼성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이고 김경문 감독의 말대로 롯데보다 훨씬 어려운 상대일 수도 있습니다. 두산의 변수는 기동력에도 있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삼성에게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는 ‘큰 것 한방’도 필요합니다.

포스트시즌에서 홈런과 장타는 승부의 흐름을 순식간에 뒤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플레이오프는 두 팀 간의 불펜투수들의 싸움이 승패의 향방을 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 = 박한이 (C)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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