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11 19:58 / 기사수정 2008.09.11 19:58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독일 프로배구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문성민(22, 프리드리히 샤펜)이 독일 현지에서 있은 첫 연습경기에서 애를 먹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독일 선수들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봤으며 아직 몸이 덜 완성된 상태에서 가진 연습시합이었지만 문성민 스스로가 깨달은 점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배구의 문제점이 얼마나 많은 지를 확인하려면 지난 5월 달에 있었던 올림픽예선전과 2008 월드리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한국 남자배구 팀은 상대의 빠른 공격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올림픽 예선전에서는 최상의 멤버들을 갖춰서 출전했다고는 하지만 남미와 유럽 팀들은 물론, 아시아의 라이벌인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스피드’에서 뒤쳐지는 모습을 역력히 노출했습니다. 일본이 올림픽예선전에서 한국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 배구의 특징인 조직력과 함께 세계 배구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빠른 배구'에서 한국을 앞섰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표팀의 주전세터인 우사미 세터의 토스는 한국의 주전세터인 최태웅(32, 삼성화재)보다 한결 빨랐으며 우사미의 패턴 플레이가 2세트부터 먹히지 않자 토모나가 세터로 교체해 이전과는 다른 플레이를 펼쳤던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에 비해 별다른 작전지시 없이 초지일관된 모습으로 나간 한국대표팀의 플레이는 점점 일본 블로커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세트가 진행될수록 일본의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에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리그의 배구를 본 뒤, 유럽과 남미, 그리고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팀의 경기를 보면 번개 같은 플레이로 눈 깜짝할 사이에 점수를 일궈내는 세계 배구의 흐름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남자배구대표팀을 새롭게 지휘하게 된 신치용(삼성화재) 감독은 기본기와 수비력을 철저하게 가지는 것이 가장 필요한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신 감독의 의견은 백번 옮은 말로 기본기와 수비력이 엉성한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거듭나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본기와 동시에 중요한 것은 세계 배구의 '스피드'를 쫓아가야 하는 점입니다. 문성민이 독일로 진출할 때, 이탈리아와 러시아리그보다 뒤쳐지는 독일리그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럽리그의 수준과 한국 리그의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고 독일의 리그가 한국의 V리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독일리그 만해도 한국에서 가장 빠른 공격수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문성민이 그 스피드를 쫓아가지 못해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배구와 세계배구의 레벨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일례로 지난 2007~2008 시즌에 LIG 손해보험의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스페인 국가대표 주공격수인 길레므로 팔라스카를 보면 한국배구의 현주소를 알 수 있습니다. 팔라스카는 역대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졌었지만 국내리그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유럽리그에서 먹힌 한 타이밍 빠른 플레이가 한국의 느린 토스로는 도저히 완성될 수 없었습니다. 지난 리그, LIG 손해보험의 리시브에도 문제점이 많았지만 빠른 토스를 요구하는 팔라스카가 느리고 정확성이 떨어지는 토스를 때리기엔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한국 최고의 세터로 평가받고 있는 최태웅은 세계적인 세터들과 비교하면 토스가 느린 편입니다. 올림픽예선전의 경험을 의식한 듯, 월드리그에서 보다 빠른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아직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기엔 여러모로 미진한 상태입니다.
최태웅의 장점은 토스의 정확성입니다. 공격수가 때리기에 좋게 올려주는 볼은 스피드는 떨어지지만 네트와 적당히 거리를 둔 지점으로 올라가고 문성민은 이 볼을 특유의 빠른 스윙과 각을 이용하면서 때려냈습니다.
이러한 플레이에 익숙해져 있던 문성민은 이제 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상대방의 코트에 번개같이 내려칠 수 있는 '스피드'에 익숙해 져야합니다. 세계 배구의 흐름에서 스피드가 얼마나 강조되고 있는지를 이번에 직접 몸으로 체험했을 것입니다.
한국남자대표팀도 탄탄한 기본기를 다지는 것과 동시에 세계적인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빠르기'를 완성해야 합니다. 지금 자라나는 세터들도 정확성과 동시에 보다 빠른 토스를 구사할줄 아는 유능한 세터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진 = 문성민 (C) 김금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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