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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박철우, 한국배구의 '희망'으로 부활하다

기사입력 2008.09.08 00:03 / 기사수정 2008.09.08 00:0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7일, 경상남도 양산 시에서 치러졌던 2008 기업은행배 코보컵 대회는 '한국배구의 위기론'이 대두된 상황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예선전에서 남녀 팀이 모두 올림픽동반진출 실패란 수모를 겪었고 남자 대표팀은 2008 월드리그에서 고작 1승 밖에 못 건지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기 때문입니다.

한국배구가 '우물 안 개구리'란 증거를 팬들의 뇌리에 확실하게 남겼던 이후로 벌어진 이번 코보컵은 예년에 비해 관중 수도 줄어들었고 배구 팬들의 관심도 많이 떨어졌었습니다. 그러나 7일, 양산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부 결승전은 오랜만에 배구의 백미를 보여주는 명승부였습니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결승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박철우(23, 현대캐피탈)였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라이트 공격수로 각광을 받던 시점에서 '기흉'이란 난제가 박철우에게 찾아왔지만 이번 대회에서 말끔하게 자신의 부활을 알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래 뛰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으며 배구선수로서는 거의 '사형선고'를 받았던 박철우지만 현대 구단과 김호철 감독의 배려 속에서 꾸준하게 재활을 하고 미래를 준비했던 과정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008~2009 V리그에서 자신감을 찾은 박철우는 올림픽예선전과 월드리그에 참여하지 않고 장시간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슬러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코보컵에서 교체선수가 아닌 주전 라이트 공격수로 투입된 박철우는 예전의 기량을 여지없이 발휘했습니다.

볼의 때리는 각도와 기교, 그리고 수비 등은 오히려 예전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직 공격의 세기와 파워, 그리고 체력 등은 예전에 비해 좋지 못하지만 재활하면서 착실하게 기본기를 다져온 것이 박철우의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되어었습니다.

장신의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는 배구에서 굉장히 귀한 선수이고 잘만 키우면 상대 팀을 위협하는 최고의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국가대표팀은 지난해 월드컵 대회 때부터 주전 라이트로 문성민(22, 독일 프리드리히 샤펜)이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해줬습니다. 하지만 오른손잡이 공격수인 문성민이 전위에 있을 때 높은 블로커들을 상대로 오픈 공격을 할 때는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었습니다.

빠른 발과 스윙을 이용한 후위공격과 이동공격, 그리고 시간차 등은 나름대로 뛰어났지만 라이트 포지션에서 큰 각을 내기에는 아무래도 오른손 공격수보다 왼손 공격수가 더 안성맞춤입니다.

그리고 문성민이 라이트에 위치함으로서 상대적으로 레프트 공격수의 위력이 떨어진 점도 한국국가대표팀의 문제점이었습니다. 신영수(26, 대한항공)와 김요한(23, LIG 손해보험)등이 버티고 있었지만 공격의 기술과 세기, 그리고 기본기 등이 모두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기엔 2% 부족한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철우가 다시 살아난 점은 현대캐피탈은 물론 국가대표 팀에게도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현 남자배구대표팀 감독인 신치용 감독은 2008 월드리그가 끝나고 나서 오른쪽 주공으로 뛰었던 문성민에게 레프트로 뛸 수 있는 준비를 주문했었습니다.

바로 박철우가 회복돼서 다시 국가대표에 합류한다는 점을 감안하고 주문했던 것이지요. 이번 코보컵의 큰 성과 중 하나는 국제대회에서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공격라인이 문성민 외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는 점입니다.

현대캐피탈의 주전세터이자 국가대표 백업세터인 권영민(28, 현대캐피탈)의 빠른 토스에 이은 박철우의 공격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통했던 공격라인이었습니다. 이번 코보컵에서도 권영민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박철우를 선택했고, 왼손잡이 공격수가 때리는 깊숙한 각의 공격은 절묘하게 상대코트에 내리꽂혔습니다.

기량이 뛰어나고 성향이 틀린 왼손잡이 공격수와 오른손잡이 공격수가 양쪽 날개에 형성되어 있으면 이점을 활용한 다채로운 공격 루트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신치용 감독도 이점을 고려해 왼손잡이 공격수인 박철우의 부활에 기대를 걸었으며 이번 달 20~26일까지 태국에서 벌어지는 제1회 AVC컵 대회에서 박철우를 회심의 카드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번 코보컵에서 건진 또 하나의 수확은 LIG 손해보험의 김요한이 성장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좋은 체격조건에 비해 ‘미완의 대기’로만 평가받았던 김요한은 레프트 포지션에서 볼을 때리는 기교가 많이 향상됐으며 그동안 줄기차게 지적받았던 서브리시브도 조금은 향상된 모습을 비췄습니다.

김요한도 지난 월드리그를 통해 수준 높은 국제경험을 지속적으로 체험하면서 많은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문성민과 김요한, 그리고 박철우 등이 새롭게 한국 공격라인을 이룰 새로운 대표팀은 올림픽에 진출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회복하려고 기지개를 펴고 있습니다.

[사진 = 박철우 (C) 김금석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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