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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①] '써클' 한상진 "반전 숨기려 SNS 끊고 촬영장서 대화도 안 해"

기사입력 2017.07.12 08:30 / 기사수정 2017.07.12 01:43

이아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tvN 드라마 '써클:이어진 두 세계'는 시청률은 기대 이하였지만, 장르가 한정적이었던 한국 드라마에 또 다른 활로를 찾았고, 신선한 소재만큼이나 투 트랙이라는 모험적인 전략으로 색다른 연출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 등 작품성으로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장르적 특성으로 많은 시청자가 다음 내용을 추측하고 인물들 간의 관계를 추리하는 등 어떤 드라마보다도 몰입도가 높았던 점도 '써클'이 가지는 의미다.

이런 '써클'의 성과를 배우 한상진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한상진은 '써클'에서 '파트1:베타 프로젝트'와 '파트2:멋진 신세계'를 오가며 맹활약했다. 그의 역할은 처음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결국 그가 '파트2:멋진 신세계'를 있게 한 장본인이라는 게 밝혀지며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다. 시청자들은 물론 배우들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진짜 반전이었기 때문에 큰 화제가 됐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시청자가 유입되기도. '써클' 종영 후 엑스포츠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한상진은 "여전히 '써클 앓이' 중이다"라며 드라마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써클'을 "블랙홀 같은 작품이다"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배우들끼리 제작진끼리 계속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못 헤어나오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톱스타가 있는 작품은 아니어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배우들이나 스태프 작가 감독님들이 만들어가는 와중에 저희가 그 작품에 빠지고 놓치기 싫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는 원래 시청자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작품은 신경도 많이 쓰이고 감사하기도 했다. '써클 앓이'라는 말을 제가 제일 처음 쓰기 시작했는데 다른 배우들도 쓰기 시작했다. 작품이 끝났지만, 마음이 다들 이상하다더라. 다른 작품이랑 다르게 파트1, 파트2로 분리되어있어 못 본 배우들도 많고, 종방연에 처음 만났는데도 전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큰 전투를 하고 같이 살아남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 주연은 아니었지만 주연만큼이나 중요했고 임팩트 있는 역할이었다. 또 엄청난 반전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지는 않았는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 이 작품에서 다섯 가지 시간대를 연기했다. 처음엔 "이걸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작품이라 너무 하고 싶은데 배우로서 겁도 났다. 이번 작품으로 연기 평가를 호되게 받을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대본을 공항에서 받았는데 미국 가는 비행기에서 세 번 연속으로 읽었다. 제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그게 더 좋았다. 숨겨놓고 시청자와 배우들을 속이려는 PD의 의도가 보였다. 기대되고 벅차오르는데, "왜 나를 선택했지? 더 유명한 배우도 있을 수 있고 박동건이라는 역할 자체가 좋은 역할이고 후반부에 힘을 많이 갖는 배우인데 저 말고 더 잘할 수 있는 배우가 있는데 나를 선택했을까" 그런 생각도 했는데, 감독님 작가님이 무조건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 박동건이 휴먼비 회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많이 고생했다고 들었다.

= 휴먼비 회장이 아닌 척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입이 근질근질했다. 동생들하고 노는 걸 되게 좋아하고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현장에서 무거운 분위기 싫어하는데, 근데 말할 수 없어서 슬쩍 자리에서 빠져서 딴청하고 그랬다. 저한테 "형은 누군 거 같아?" 물어보면 저는 그냥 "작가님들이 알아서 쓰시겠지" 이러면서 자리를 피했다. 원래는 대본 리딩 첫날 사진도 찍고 그러는데, 감독님이랑 작가님이 시청자들이 제가 출연하는 거 자체를 몰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제가 SNS 하는 걸 되게 좋아하는데 SNS도 끊었다. 처음에 인물 소개에도 안 올라가 있었다. 그 정도로 작가님과 감독님이 저를 숨기려고 많이 노력했다. 민진기 감독이 연출 잘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던 게, 처음에는 한 신이라도 연기하려고 했는데, 감독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고 머리 숙이고 그냥 존재감 없이 있으라고 했다. 스태프들도 아무도 몰랐다.

- 박동건은 이중적인 인물인데 파트1에서는 약간 순진해보이는 얼굴도 있었다. 어떤 의도에서 이같은 캐릭터 해석이 나왔는지, 촬영 전 감독과 어떤 점에 가장 중점을 뒀는지 알고 싶다.

= 맞다.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연기했다. 동건이처럼 실생활에서 보면 맹해 보이고 그런 사람이 욕망덩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천재 과학자들이 모인 곳이고 대학생 때 로보트를 만든 사람인데 누군가 밑에서 참고 살아가는 게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동건이 자체가 본질적으로 욕망 덩어리였을 거라고 얘기했다. 감독님이 저에게 신뢰를 많이 줬고 우리가 어떻게 연기해도 담아줄 테니까 편하게 하라고 했을 때 고마웠다. 또, 대본에 작가님들이 그런 걸 계산한 건 있었다. 어리바리하게, 머리 모양도, 대사 뒤에도 어미 처리가 약간씩 달랐다. 작가님들이 그런 걸 치밀하게 계획해주셔서 감사했다. 4명이 공동집필을 하다 보니 섬세하게, 디테일한 부분이 살아난 거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lyy@xportsnews.com / 사진 =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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