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이미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풍문쇼'는 말의 무게를, 방송의 책임을 무시하고 정말 '떠도는' 이야기를 내뱉았고, 이는 한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뒤늦은 사과는 면피용일 뿐 '풍문쇼'가 얼마나 반성하고, 바뀔지 알 수 없다.
방송인 에이미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자살 기도했다는 소식이 20일 전해졌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뒤 응급치료를 받아 위기는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한국의 왜곡 방송 때문.
19일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서는 '에이미가 기자에게 20만 원을 빌리고, 구치소에서 만난 기자에게 얼굴 보정을 부탁했다' 등의 내용을 다뤘다. 이를 본 에이미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채널A 관계자는 엑스포츠뉴스에 "일부 출연진의 발언 가운데 에이미가 상처받을만한 내용이 있었다.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한다. 에이미가 조속히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공식입장을 전했지만, 얼마나 진정성 있는 반성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풍문쇼'는 프로그램의 본질 자체가 소문에 근거한다. 사건이나 인물을 둘러싼 사실도 당연히 있지만, 패널로 출연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 기자들의 입을 통해 일반인은 쉽게 알 수 없는 일들을 알 수 있는 게 '풍문쇼'의 재미라면 재미다. 하지만 동시에 전혀 사실 확인은 불가능하다는 건 '풍문쇼'의 아킬레스건이다. 맞으면 맞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이번 에이미의 사건 역시 양심이 있다면 아무 근거 없는 말을 지어내진 않았겠지만, 이는 명백히 에이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그를 비웃기 위해 얘기한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자극적인 흥미만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방송에서 폭로하는 식의 '풍문쇼' 포맷은 언제나 이번 사건과 같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채널A는 "에이미가 상처받을 만한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만일 그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방송에서 편집할 수는 없었던 걸까.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풍문쇼'는 알아야 한다. 과연 제작진이 이번 일을 통해 방송의 책임감을, 말의 무게를 느꼈을지,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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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