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26 11:41 / 기사수정 2008.08.26 11:41
2008년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베이징의 감동뿐만이 아니다. 그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쏟았던 선수들의 땀과 노력도 함께 기억해야만 한다. 그들의 피나는 투지와 승리를 향한 투혼이 있었기에 한국야구는 세계야구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감동의 물결을 따라 올림픽 야구를 결산해 본다. 첫번째 순서는 올림픽에서 체면을 세웠던 선수들이다.
1. 류현진(한화 이글스 투수)
2006년에 등장한 류현진은 첫해에 18승을 기록하며 괴물 신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데뷔 첫 해에 다승(18승)과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 부문에서 투수 3관왕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7승을 올렸으며 올해에도 10승을 기록중이다. 하지만 국내 최고 투수 류현진에게는 국내용이라는 다소 듣기 거북한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일본전에 등판했던 그는 홈런 2방을 포함해서 7점을 내주는 등 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2차전이었던 캐나다전 완봉승을 비롯해서 결승 쿠바전에서 상대타선을 완전히 압도하며 5안타 2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상대가 세계최강인 쿠바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눈부신 호투를 한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는 류현진이 혼자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동안 쿠바에서는 곤잘레스와 라스에 이어 로드리게스까지 3명의 투수를 투입해야 했다.
2. 김광현(SK 와이번즈)
한화에 류현진이 있다면 SK에는 김광현이 있다. 류현진보다 한살이 어린 김광현은 데뷔도 류현진보다 1년 늦은 2007년에 했지만 류현진만큼 각광을 받지는 못했다. 첫해에 3승, 지난해에 11승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나 보다 확실히 팀에이스로 자리메김하게 된것은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를 통해서였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거침없는 호투로 페넌트레이스 다승왕이었던 리오스를 완벽하게 눌렀던 것이다.
그런 김광현이 두번의 일본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킬러로 자리를 잡음과 동시에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어준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4강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했던 일본과의 4차전에서 5.1이닝동안 3안타 무실점(7탈삼진)으로 호투했고 일본과 다시 만났던 준결승에서는 8이닝동안 6안타로 2실점하며 허풍만 치던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었고 대한민국 야구를 결승으로 인도해 주었다.
3.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롯데의 4번타자 이대호는 팀과 함께 운명을 같이해야 했다. 올시즌 초반 롯데가 핵폭풍을 일으켰을때 타선의 중심이 되었던 그가 팀과함께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때 상위권이던 팀성적은 중위권으로 떨어졌고 더불어 자신의 타율도 추락해갔다. 2006년 이대호는 타율(.336)과 홈런(26) 그리고 타점(88)에서 정상에 오르며 22년만의 타격 트리플 크라운까지 달성했지만 올시즌 성적은 동갑내기 김태균(한화)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로인해 김경문호는 부진한 이대호대신 올시즌 홈런왕 김태균을 올림픽대표에 포함시키라는 거센 압력에 부딛히기도 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의 이대호는 달랐다. 미국전에서 동점홈런을 날리며 부활의 날개짓을 하더니 일본전에서도 동점홈런을 날리며 일본을 침몰시켰다. 올림픽에서 이대호의 타율은 3할 6푼이었고 홈런은 3개 타점은 10개로 만점 활약을 보여주었다. 더구나 준결승에서 일본은 이대호를 상대로 3번 모두 볼넷으로 내보낼 정도로 그의 존재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다.
4. 윤석민(KIA 타이거스)
지난해 최다패에서 올시즌 다승왕에 이르기까지 윤석민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경험을 했었다. 최하위 팀에 속한 에이스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운명은 올림픽까지 이어졌다. 12승으로 올시즌 다승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올림픽에 참가할 대표팀으로 부름을 받지 못한 것이다. 야구팬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결국 올림픽을 코앞에 둔 8월초에야 가까스로 올림픽호에 승선하게 된다.
그랬던 그였기에 더욱 오기가 발동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분노의 역투는 올림픽에서의 2승 1세이브라는 기록으로 남았고 비록 방송사고이기는 했지만 MBC 허구연 해설위원은 대만 전 경기 종료 후에 '윤석민이 잘 던졌어. 안 데려왔으면 어쩔 뻔했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5.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에게 올해는 시련의 나날이었다. 극심한 타격부진이 겹치며 팀내 4번 타자에서도 밀려났고 급기야는 2군으로 밀려나야 했다. 그리고 1군으로 올라와서도 좀처럼 호쾌한 타격을 보여주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 가능성은 더더욱 보여주지 못했다. 더구나 어렵게 합류한 올림픽에서도 이승엽은 굳건히 4번 타자의 자리를 지키고는 있었지만 허리가 빠지며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방망이가 나가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이승엽에 대한 4번 타자 기용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더 힘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라이온킹 이승엽은 가장 중요할때 한방을 날려 주었다. 일본과의 준결승이 2:2로 팽팽하게 진행되던 운명의 8회말. 주니치의 마무리 전문 자완 이와세를 상대로 통쾌한 역전 2점 홈런을 날리고야 만다. 게다가 그가 날린 타구는 일본 응원단의 일장기 위로 날아가서 더욱 극적 효과를 더해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1회초 공격에서 좌측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날리며 선발투수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이 홈런은 왜 그가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의 4번 타자여야 하는지, 왜 그가 국민타자로 불려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속시원히 말해준 홈런이기도 했다.
물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팀의 24명 모두가 주인공이다. 전승 우승 신화를 창조하고 세계 무대에 우뚝선 그들 모두가 자랑스럽지만 그 중에서 5명만 이야기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제일 극적이었던 순간만을 뽑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때 축구가 이룬 감동만큼이나 자랑스러웠던 올림픽 야구대표팀. 국민들에게 감동의 드라마를 선물해주었던 그들에게 감사와 축하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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