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2.17 03:08 / 기사수정 2005.02.17 03:08
김희창의 After RTWM 2탄 : 관중석에서 본 한국투어
1부에 이어서 계속 얘기를 할까 합니다. 디바들의 티셔츠 선물쇼가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경기는 엣지와 쉘턴벤자민의 경기였습니다.
[엣지 vs 쉘턴 벤자민]
엣지가 먼저 등장을 하는데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의 환호가 대단했습니다. 본인도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역시 엣지 특유의 포즈로 링으로 슬라이딩해 올라간 다음 포즈를 취하는데 좀전 보다 더 많은 환호가 나옵니다. 그래서 상황수습을 해야겠는지 관중들을 자극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분위기가 환호쪽에 계속 머물러있자 관중석의 한 팬이 가지고 있던 플랜카드를 뺐어 던져버립니다. 이 장면에서 역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수행하는 레슬러의 좋은 예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프로 의식이 강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실제로는 매너가 좋다고 알려진 엣지는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로 4번 정도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웃으며 인사해줄 정도로 좋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링에서는 자신의 악역 기믹에 충실한 모습을 보니 역시 엣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엣지에 이어서 쉘턴 벤자민이 등장했습니다. 작년 투어때 그에게 쏟아졌던 야유가 이제는 환호로 바뀌어 있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렇게 Intercontineltal Champion Ship 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테크니션 레슬러라 그런지 경기를 상당히 재미있게 풀어나가더군요. 초반에는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경기를 상당히 매끄럽게 잘 연결해서 이어 나갔습니다. 한가지 인상 깊었던 장면은 경기 중반 벤자민이 링밖으로 떨어지고 엣지가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반대쪽에서 벤자민이 나타난 장면입니다. 아마 링 밑을 통해 뒤에서 나타난 모습이었는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네요.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였습니다.
(엣지와 벤자민의 경기중반 어떤 분이 “디본!”이라고 외치신 건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계속 진지한 표정으로 디본을 외친 것을 보니 정말 '디본 더들리'로 오해하신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크리스 벤와 vs 바티스타]
이어진 경기는 메인이벤트 다음으로 가장 주목 받았던 크리스 벤와와 바티스타의 경기였습니다. 특히 바티스타 같은 경우 최근 로얄럼블2005에서 우승을 하면서 초특급푸쉬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 레슬매니아21에서 트리플H를 상대하기 위해 조만간 선역으로 돌아서지 않을까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먼저 크리스벤와가 무대에 등장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관중석으로부터 많은 환호가 쏟아집니다. 하지만 뒤를 이어 니온 바티스타에게도 벤와 못지 않은 환호성이 나옵니다. 이 장면에서 최근 부쩍 늘어난 바티스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는 막판 바티스타가 바티스타밤을 작렬시키며 승리를 낚아챘습니다.
이 경기에서 한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선과 악의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환호성이 거의 50:50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선역이었던 벤와의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웠겠지만 바티스타로써는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자신의 인기는 날로 높아진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경기력만큼은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경기 도중 몇 가지 실수도 보이는 등 크리스 벤와라는 테크니션에 비해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티스타같은 경우 경기의 연결력이라는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파워만 보면 완벽하지만 그것만으로 경기의 전체적인 부분을 이끌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물론 벤와와 비교가 되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경기력을 늘리면 챔피언감으로는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비록 연결력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던 경기였지만 다행히 벤와의 노련미 덕분에 잘 수습되었던 경기였습니다. 특히 크리플러 크로스 패이스나, 스파인바스터, 다이빙해드벗 등 멋진 기술들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트리플 H vs 랜디 오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릴리안 가르시아의 소개를 받은 트리플H가 2년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등장합니다. 관중들도 일부 야유를 보내는 팬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많은 환호를 보내주었습니다. 특히 항상 보던 그 특유의 물쇼도 국내에서 보니 더욱 멋져 보였습니다. (참고로 이번에 사용한 생수는 “아이시스” 였습니다.) 이 날도 그는 자신의 링 세컨인 릭 플레어와 함께 등장합니다. 릭 플레어는 이번 투어까지 합치면 총 세 번의 WWE 국내 투어를 모두 참석하게 됩니다. (특히 그는 남북한을 모두 방문한 몇 안되는 레슬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투어 때처럼 링세그먼트는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레전드킬러 랜디오튼이 나옵니다. 트리플H보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큰 환호성이 나오며 자신만의 특유포즈를 취합니다.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선수라고 생각이 듭니다. 너무 빠르게 챔피언에 오르면서 인기가 약간 주춤했는데 만약 그때 챔피언을 주지 않은 체로 계속적인 푸쉬만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어서 오튼의 링 세컨으로 등장하는 선수는 모든 이들이 오랜 세월을 기다려왔던 “HBK 숀마이클스”입니다. 이날 그는 아마 가장 큰 환호성을 얻어낸 선수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많은 함성 속에 등장했습니다. 사실 과거 WWF 시절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우상시되어온 그를 직접 본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등장한 후 바로 경기는 시작됩니다. 경기초반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랜디오튼은 경기 중반까지 가져갑니다. 하지만 RKO가 연달아 실패하면서 트리플H에게 주도권이 내주고 이어서 타격이 큰 기술들을 허용하고 맙니다. 이후에는 경기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경기 막판 결국 릭플레어의 방해로 정신을 팔고 있던 랜디오튼에게 트리플H가 페디그리를 작렬시키면서 경기는 끝이 납니다. 하지만 경기 후에도 트리플H와 릭플레어는 숀마이클스에게 계속해서 집중 공격을 퍼붓습니다. 이 때 정신을 차린 랜디오튼이 두 선수를 모두 제압하면서 메인이벤트는 막을 내립니다.
이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트리플H의 애드립 연기였습니다. 경기 중반 트리플H가 로프에서 떨어지면서 랜디오튼의 킥을 얻어 맞습니다. 그렇게 얻어맞은 자세 그대로 1분가량 정신을 잃고 서있습니다. 그뒤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는가 싶더니 바로 쓰러지는 모습에서 '역시 트리플H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또한 경기 막판 체력이 다한 두 선수가 펀치를 주고 받는 도중 보여준 (마치 개다리춤을 연상시키는) 트리플H의 다리 후들거리는 모습은 경기에 집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하나의 볼거리는 숀마이클스와 릭플레어의 링 밖의 대결이었습니다. 또한 릭플레어의 능청스런 연기력 역시 재미를 한껏 높여주었습니다.
[메인이벤트 경기후]
경기가 모두 끝난 후 트리플H와 릭플레어는 여전히 링바닥에 누워 있었고, 랜디오튼과 숀마이클스는 관중들에게 링세레모니를 선사합니다. (재밌는 건 링세레모니가 길어지자 트리플H가 심판에게 몰래 말을 걸었는데 대략 “얼마나 더 누워있어야 돼?”라고 말한 것 같았습니다.) 링세레모니가 길어지자 트리플H와 릭플레어는 중간에 몰래 링을 빠져나갑니다. 이 때 트리플H는 링을 빠져나가면서도 개다리 춤을 추면서 끝까지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이후 숀마이클스도 퇴장하고 랜디오튼만이 남아서 계속해서 세레모니를 했습니다. 이때 오튼이 바리케이트 쪽으로 가자 심판이 와서 제지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왜 그쪽으로 가냐! 가지마라!“라고 하는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관중석에 있는 무대장치 위로 올라가라!'라고 하더군요. 그 위를 번갈아 가며 관중들에게 특유의 포즈를 선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WWE의 3번째 한국투어는 막을 내립니다. 릴리안가르시아의 ”다시 오겠다!”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이번 투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체적으로 경기력이나 무대시설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로스터나 그들이 보여준 매너는 그 어느때 보다 높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 투어는 갑자기 결정 된 것이기에 홍보부족 등으로 관중이 많이 적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웠습니다. 그것으로 WWE가 다시 한국을 방문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입니다.
예전 일본의 경우에는 처음으로 일본내 단체와 연합하여 흥행을 했지만 흥행참패로 다시 WWE투어가 열리기까지는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신흥적인 투자국으로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조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예상도 듭니다. 하지만 그거야 어쨌든 이렇게 경기를 직접 보았으며, 그것으로 인해 희열을 느꼈다면 그 것으로 만족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번 투어는 팬들로 하여금 WWE에 대한 애정을 더 많이 가지게 된 좋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스토리와 경기력으로로 팬들에게 보답할 WWE를 기대해 봅니다.
[김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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