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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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실력으로 일본의 호기를 누르다

기사입력 2008.08.23 13:21 / 기사수정 2008.08.23 13:21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그건 실력이었다. 한국 야구가 일본 야구를 물리치고 두 번이나 베이징에서 승전가를 울렸던 것은 결코 운이 아니라 우리의 당당한 실력으로 이뤄낸 것이다.

물론 한번은 운일 수도 있다. 한번이라면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은 아니다. 두 번 모두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그건 결코 운이라는 말로 헐뜯을 수도 없고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한국 야구는 정정당당히 실력으로 껍데기 밖에는 없었던 일본 야구의 호기를 눌러준 것이다. 일본보다는 우리가 더 강했다.

물론 1회 초 어설픈 수비와 석연치 않은 판정이 맞물리며 먼저 실점했을 때 일말의 불안감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WBC의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고 무실점으로 중반까지 책임져 주기를 바랬던 김광현의 컨디션이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고속 슬라이더를 참을 수 있으면 된다. 2경기 연속 호투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했던 호시노 감독의 말처럼 일본 타자들에게 김광현이 이미 분석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었다. 양국의 실력 차나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었던 경기 내용으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초반 득점이 중요한 상황에서 일본이 먼저 선취점을 올렸다는 점이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길함 속에서도 우리가 믿었던 것은 김광현의 패기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한국 야구의 저력 그리고 올림픽 기간 내내 보여주었던 선수들의 사기와 파이팅이었다. 9회 말까지도 포기하지 않았던 미국과의 일전, 일본이 자랑하던 투수들을 침몰시켰던 일본전, 세계 최강과의 대결에서도 결코 꿇리지 않았던 쿠바전 등 명승부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한국 야구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믿음의 결과는 일본 침몰이었다. 지난 예선 리그에서도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었던 선발 투수 김광현은 8이닝 동안 안타 6개와 볼넷 2개로 2실점에 그치는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고 4번 타자 이승엽은 일본 심장에 비수를 꽂는 역전 2점 홈런을 날렸다. 2번 타자 이용규는 2안타로 출루하며 두번 모두 홈을 밟았고 김현수와 김동주로 2안타로 최고의 타격감각을 자랑했다. 6번 타자 이대호는 3번을 모두 볼넷으로 출루하는 기염 속에 대주자로 나섰던 정근우가 끝내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박진만 대신 대타로 나서 일본 최고의 투수 후기가와로부터 짜릿한 동점타를 뽑아낸 이진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불어 고영민과 강민호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시원한 타구를 날려주었다.

한국 야구를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려 했던 호시노 감독은 이제 한국팀의 우승을 응원할 것이다.

세계 최강이라고 믿어왔던 일본 국가대표 야구팀이 한 수 아래 전력이라고 믿어왔던 한국팀에게 패한 것이 아니라 올림픽에서 우승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진정한 세계 최강의 팀에게 패했다고 믿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자기의 위안을 삼고 싶을 테지만 호시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한국 야구는 세계 최강이고 올림픽에서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다. 우리는 그런 한국야구가 자랑스럽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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