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배우 여진구가 그려내는 광해는 어떨까.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은 400여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묘하게 맞닿은 부분이 많다.
있는 자는 돈으로 사람을 사 군역을 대신하고, 이러한 비정규직들이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아간다. 고위 관리자들은 백성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영달과 안위만을 생각한다. 그 정점에는 나라의 수장인 선조가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마주한 임진왜란에서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평양까지 왜에게 내준 뒤 선조는 나라를 사실상 포기하고 명나라로 원군을 요청하러 떠난다. 조정을 둘로 나누는 분조를 통해 왕세자가 된 지 겨우 한 달이 된 어린 광해(여진구)에게 사실상 임금이라는 묵직한 책임감을 주고 떠난다.
처음부터 '왕'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광해 또한 그렇다. 형인 임해군이 있으나 왕세자로 책봉된 그는 왕이 되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으며 분조라는 몫을 받아든다.
광해는 미디어를 통해 최근 집중적으로 조명받은 바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이병헌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으며 MBC '화정'에서는 차승원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기존 미디어에서 광해는 이미 '왕'이 돼 완성된 모습을 선보였으나 여진구가 그리는 광해는 다소 다르다. 갓 왕세자가 됐으며,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몫까지 다하기 위해,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려 그 무거운 짐을 받아든다.
정윤철 감독은 "광해는 정치 쿠데타로 물러나게 됐다. 자질이 있었지만 결국 아쉽게 물러나게 된 왕"이라며 "명청 교체기에 보여준 외교적인 수완 등이 요즘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임진왜란 당시 세자가 된 지 한 달밖에 안된 이가 어떻게 전쟁을 치를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대립군'은 이렇듯 광해가 허울 뿐인 왕세자에서 진정한 리더로서의 마음가짐을 갖고 성장하는 모습이 담기는 만큼 여진구의 연기가 중요하다. 자신의 중학생 시절의 연기에 가장 만족한다는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10대의 광해를 표현해냈다.
여진구는 "광해는 백성을 아끼고 백성의 마음을 다 귀기울이는 백성을 위한 왕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 속 대사인 '자네는 내 백성이 되고 싶은가'를 언급했다. 아직도 왕이 되고 싶지 않냐고 묻는 토우(이정재)의 물음에 대꾸하는 광해의 답이다. 그는 "왕이나 왕세자의 모습이 비치지 않는 느낌을 주려고 애를 썼다"고 밝혔다. 그가 그동안 맡아온 왕이나 왕세자와는 사뭇 다른 면을 갖고 있기에 그 점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를 했다. 여진구 스스로도 이 작품을 통해 느낀 바가 많았고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그러한 여진구의 다짐은 영화 속 여진구의 눈빛만 보아도 느껴진다. 초반 공허함이 담겼던 그의 눈빛은 말미로 갈 수록 강하고 분명한 힘을 얻는다. 스크린에서 연거푸 아쉬운 성과만 거뒀던 여진구에게 '대립군'은 다른 결과를 쥐어줄 수 있을 듯 하다.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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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