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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지난 해 서울과 성남이 떠오르는 '수원의 지금'

기사입력 2008.07.21 15:28 / 기사수정 2008.07.21 15:28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지난 20일 열린 K-리그 15라운드이자 2008 제2차 '마계대전'은 성남일화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이로써 수원삼성은 7월 들어 최근 4경기 1승 3패의 부진에 빠졌다. 여전히 정규리그 1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2위 성남이 승점 3점차로 턱밑까지 쫓아왔고, 3위 FC서울도 조금씩 승점 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개막 이후 4개월간 무패행진을 달리며 독주체제를 굳혀왔던 수원의 최근 부진은 지난 시즌 성남과 서울이 겪었던 고충의 한 단면씩을 많이 닮아있다. 그것은 바로 '무패기록 후유증'과 '부상 여파'이다.

무패기록 후유증

지난 시즌 성남은 2006년 10월 22일 전북현대전 무승부 이후 2007년 8월 11일까지 거침없는 22경기 연속 무패(14승8무) 행진을 이어갔다. 한때 2위 수원과의 승점 차를 9점까지 벌이며 챔피언결정전 조기진출까지 거론하는 등, 성남의 리그 1위는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성남은 2007 K-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라이벌 수원에 1-2로 덜미를 잡혔고, 이 경기를 포함해 이후 4경기 동안 승점 1점(1무3패)만을 획득하는 최악의 부진 속에 한 때 수원에 선두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이후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1위 자리를 탈환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지만, 성남은 연속 무패기록이, 그것도 라이벌을 상대로 깨질 경우 심리적인 측면과 기세 면에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수원 역시 지난 7월 2일 컵대회에서 ‘하필이면’ 라이벌 서울에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며 무패기록이 마감됐다. 서울전이 끝나고 김대의가 “지지 말아야 할 상대에게 졌다.”라고 밝힐 만큼 라이벌전 패배로 인해 무패기록이 깨질 경우 그 후유증은 깊다. 이후 정규리그에서 또 다른 라이벌 대전시티즌과 성남에 2연패를 당하며 수원의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 성남이 연속경기 무패기록이 마감된 뒤 부침을 겪은 이유를 당시 전문가들은 휴식 없이 강행군을 이어온 주전들의 바닥난 체력을 큰 원인으로 꼽았다.

당시 성남은 정규리그는 물론 컵대회, AFC 챔피언스리그, A3챔피언스컵, 피스컵 등을 쉼 없이 소화했고, 팀의 주축인 김두현, 김상식, 손대호 등 주전 다섯 명은 국가대표팀에 뽑혀 7월에 열린 아시안컵에도 출전했다. 이러한 살인적인 일정과 다른 팀의 극심한 견제가 주전들에게 피로누적을 안겼고 이것이 일시적인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었다.

반면 수원은 성남과는 달리 일정면에서는 무리가 없었으나 무패기록을 이어가는 동안 다른 팀들의 극심한 견제 플레이 속에 마토, 곽희주, 박현범 등 수비의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많이 뛰다 보니 체력적인 부담이 오기 시작한 것. 대전의 김호 감독,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각각 수원을 잡은 뒤 인터뷰에서 체력 소모를 수원의 약점으로 지적하며 이를 공략해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차범근 감독 역시 20일 성남과의 경기가 끝난 뒤 "최근 수비진이 불안해져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에게도 수비 가담을 주문한다. 이들이 수비 부담을 갖다 보니 체력 소모가 많아져 공격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라고 밝히며 체력적인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부상 악몽

FC서울은 2007시즌을 앞두고 2002월드컵에서 터키를 4강에 올려놓은 명장 세뇰 귀네슈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후 서울은 3월 한 달 동안 5승 1무, 13득점 1실점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라이벌 수원을 상대로 컵대회에서 4-1의 대승을 거두며 5연승을 기록, K-리그에 '귀네슈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서울의 돌풍은 주전 선수들의 부상 앞에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홀딩 미드필더 변신에 성공하며 서울의 상승세를 이끌던 이민성이 십자인대파열로 6개월 동안 장기결장한 것을 시작으로 이을용, 두두, 김한윤, 박주영, 김은중, 정조국, 이청용 등 3월 당시 주전 대부분이 줄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하며 서울의 고공행진은 허무하게 끝을 맺었다.

특히 주전공격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공격진의 전력 누수현상으로 서울은 정규리그 26경기에서 23골(경기당 0.88골)을 기록하는 빈공을 펼쳤다. 한 골도 넣지 못한 무득점 경기가 시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13경기에 달할 정도. 때문에 서울은 각종 컵대회 포함 원정 16경기 연속 무승(11무 5패)의 수모까지 겪었고, 결국 7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수원도 시즌 초부터 부상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최고조에 오른 기량을 보여주던 신영록의 발목에 실금이 갔던 것을 시작으로, 수비의 핵 마토, 주장 송종구, 곽희주가 연이은 부상으로 쓰러졌다. 김남일을 대신해 중원을 책임지던 신인 박현범 역시 아직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 출신 하태균은 얼마 전 복귀전을 치르긴 했지만 아직 2군에서 컨디션 회복에 주력 중이다.

이러한 주전급 선수들의 줄 부상에 수원은 전반기 막판부터 제대로 된 전력을 갖추고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 특히 수원이 자랑하던 포백 수비 라인은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지금의 부진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지난 6월 휴식기를 앞두고 수원 차범근 감독은 휴식기 동안 부상 선수들이 회복해 후반기를 정상적인 전력으로 치를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회복 속도가 더디고 새로운 부상 선수가 나오면서 7월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과연 여름 휴식기 이후 수원은 온전한 전력을 회복해 지난해 성남이 그랬듯 다시 한번 도약을 일궈내 선두를 수성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서울처럼 끝 모를 추락을 경험할까.

여름철 태풍이 지나가듯 '무패기록 후유증'과 '부상 악몽'이 휩쓸고 간 수원이 시즌 끝에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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