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팀이 연패해서 부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했다."
최근 LG 트윈스의 에이스는 데이비드 허프도, 헨리 소사도 아니다. 류제국, 차우찬 등 까마득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당당히 평균자책점 1.34로 장외 1위를 달리고 있는 임찬규다.
지난해 후반기 5선발로 가능성을 보였다면, 이번 시즌은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시즌 전 캠프에서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갈고 닦은 임찬규는 한 층 안정적인 변화구 제구를 뽐내며 자신감 넘치는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결과가 이어지자 승리는 저절로 따라왔다. 임찬규는 4연속 선발승과 더불어 4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LG 선발진에서 가장 든든한 존재로 거듭났다.
20일 롯데전에서도 임찬규는 6⅔이닝 4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1실점 쾌투를 펼쳤다. LG는 4연패에 빠져있는 상황이었기에 임찬규의 호투가 더욱 절실했다. 지난 한화와의 3연전에서도 연패를 끊어낸 주인공은 임찬규였다. 당시에도 임찬규는 6이닝 1실점 위력투를 선보여 팀을 3연패 위기에서 구해낸 바 있다.
"연패 스토퍼 임무? 오히려 기회다"
매 피칭마다 '연패 스토퍼'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임찬규지만, 당차게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팀이 어려울 때 내가 연패를 끊어주면 좋지않나"라며 "내가 못할 때는 또 다른 선발 형들이 잘 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펜에 대한 믿음도 굳건했다. 9회초 1점 차 접전이 됐지만 "(김)지용이 형이지 않았나. 당연히 막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임찬규는 시즌 4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유일한 패배를 안겼던 롯데인지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찬규는 "1패를 당했던 팀이라 신경 썼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이대호, 최준석 선배 앞에 주자가 나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QS 역투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았다. 몸에 맞는 공을 3개나 내준 점이 마음에 걸리는 임찬규다. 그는 "사구가 많이 나와 아쉽다"라며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을 때 깊숙히 던지려고 노력했고, 사구로 이어졌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사구가 많았던 경기였지만 확실히 이번 시즌 볼넷을 줄였다. 임찬규는 "2볼, 3볼에서도 위축되지 않으려 한다. 아예 3볼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트라이크를 던졌을 때 바로 승부를 들어가려 한다"며 공격적인 투구 패턴을 펼치고 있음을 설명했다.
"완투 욕심? 시즌은 길고 기회는 올 것이다"
이번 시즌 가장 잘 되고 있는 점으로 '제구'를 꼽았다. 임찬규는 "변화구 제구가 잘 되고, 직구도 낮게 제구된다. 큰 타구를 맞지 않고 있는 것이 주효하다"고 최근 활약의 이유를 밝혔다. 롯데전에서도 2루타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단타를 맞았다. 임찬규는 "연속 안타만 맞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이번 시즌 우천 순연으로 두 번이나 등판이 밀렸다.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불규칙한 등판 상황에도 잘 던져야 하는 게 임무"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임찬규는 "해오던 것들을 꾸준히 했다. 내 위치에 맞게 준비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임찬규지만 "100이닝 100삼진이 목표다"라며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적은 투구수에 완투 욕심, 정규이닝 욕심도 나겠지만 "시즌은 길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며 웃은 임찬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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