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7.13 14:21 / 기사수정 2008.07.13 14:21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1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들 중, 검은 피부에 195cm에 달하는 거구의 체격을 가진 선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정보통에 익숙한 각 구단들의 스카우터들은 이 선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파워는 당장 빅리그에서도 통하지만 타격의 기교와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스카우터들은 이 선수의 단점으로 지적했습니다.
결국, 거구의 흑인 선수는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5라운드 140번째로 지명해 겨우 선수생활을 이어나갔으며 빛을 볼 때까지 3년 이상의 기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야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4년 필라델피아 구단 산하의 더블 A 팀에서 뛸 때, 그는 무려 46개의 홈런과 131타점을 기록하며 마이너리그 베스트 선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라이언 제임스 하워드. 마이너리그에서 MVP급의 활약을 펼친 그는 이내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미 필리스에는 그와 같은 포지션인 1루수에 팀의 중심타자였던 짐 토미(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최고 거포인 짐 토미의 벽은 하워드에겐 너무나 높았으며 결국 라이언 하워드는 트레이드 선수로 지목돼 다른 팀으로 이동할 상황을 코앞에 두게 됐습니다.
만약 이 시기에 짐 토미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내셔널리그 최고의 중심타자 라인인 체이스 어틀리 - 라이언 하워드의 조합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전 1루수인 짐 토미가 부상을 당하자 하워드는 곧바로 그 기회를 차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본격적으로 데뷔한 2005년에 하워드는 88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홈런을 22개나 때려냈고 63타점을 올렸습니다. 이러한 기록으로 하워드는 2005년 신인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2006 시즌에 들어선 하워드는 더욱 물오른 기량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게 됩니다. 시즌 내내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하워드는 58홈런, 149타점을 올리며 내셔널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에 올랐으며 타율도 0.313리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스탯으로 그해 내셔널리그 MVP, 실버슬러거상, 그리고 행크 아론 상까지 수상한 하워드는 메이저리그 데뷔 2년 만에 최고의 거포로 자리 잡습니다.
그러나 장점도 많은 반면, 단점도 적지 않은 선수가 바로 하워드였습니다. 하워드의 스윙을 살펴보면 여러모로 간결하고 빠른 스윙을 구사하는 체이스 어틀리와 매우 대조적인 부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하워드는 스윙을 할 때, 파워를 모으는 힘이 크게 들어가고 스윙의 궤적과 흐름도 굉장히 큽니다. 팔꿈치를 크게 들지 않고 상체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서 자연스런 스윙을 구사하는 어틀리와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와는 달리, 하워드는 왼쪽 팔꿈치를 크게 위로 제치면서 스윙을 구사합니다.
그만큼 파워가 배가되어서 나오는 장점이 있지만 상체의 움직임보다 스윙의 큰 궤적에 초점을 맞추는 하워드의 스윙은 정확성은 떨어지게 됩니다. 타격왕에 오르는 교타자들이 홈런타자들보다 삼진 비율이 낮은 것은 스윙이 간결하고 크지 않기 때문에 볼을 때려내는 컨택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워드의 타격폼과 스윙은 전형적인 장거리 타자들의 모습을 그대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선구안도 그리 좋지 못해 ‘모 아니면 도’의 타격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워드는 200에서 딱 1개가 모자란 199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역대 최고의 삼진을 당한 타자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습니다.
올 시즌에서 현재(13일 기준)까지 하워드가 기록하고 있는 탈삼진 수는 무려 128개에 달하고 있습니다.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 130개에 달하는 삼진을 당했으니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인 200개 이상의 탈삼진도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 보면 하워드의 홈런 한 개를 구경하려면 그 전에 네 번의 삼진을 당하는 모습부터 지켜봐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2006년에 기록한 0.313리의 높은 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올 시즌은 지금까지 0.233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워드가 지금까지 기록한 안타수는 타점수와 똑같은 84개입니다. 타점수와 안타수가 같다는 기록은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 하워드가 아니면 이루기 힘든 기록입니다. 큰 스윙의 궤적 때문에 하워드가 삼진을 당하는 비율은 높지만 그래도 그의 장점은 ‘알토란’같은 홈런과 타점을 결정적일 때 올려준다는 것입니다.
또한, 약물의 시대가 지나가고 난 뒤 마의 홈런 수라고 일컬어지던 60개에 가장 근접한 선수가 바로 라이언 하워드입니다. 현역 메이저리그 타자들 중 가장 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보스턴의 데이비드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즈와 함께 루상에 주자가 진루하면 타점을 쓸어 담는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하워드는 시즌 중반과 후반기에 홈런을 몰아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습니다.
팀 동료인 체이스 어틀리가 시즌 초반에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을 때, 서서히 홈런 수를 추가해가던 하워드는 11일을 기점으로 어느새 내셔널리그 홈런과 타점 선두에 올라있습니다. 하워드는 현재까지 28개의 홈런을 치고 있으며 타점은 84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의 추세라면 50홈런 이상도 가능해 보이는 하워드의 호쾌한 홈런은 필라델피아의 팬들만이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사진=(c) 라이언 하워드 (MLB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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