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채정연 기자] 바야흐로 요즘 프로야구는 '외국인 원투펀치'의 시대다. 지난해 투수 WAR 10위 내 외국인 선수가 6명, 토종 선수는 4명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1,2,3위는 헥터(KIA), 니퍼트(두산), 켈리(SK)로 전부 외국인 투수들의 차지였다.
올해도 이러한 기조는 크게 변함 없다. 개막전 10구단 선발투수는 전부 외국인 투수였다. '2강' KIA와 NC는 각각 헥터 노에시-팻딘과 에릭 해커-제프 맨쉽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장착해 선발야구를 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3위에 위치한 LG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지난해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데이비드 허프가 부상으로 아직 1군 합류 전이다. 외국인 선발은 헨리 소사 한 명이고, 남은 4자리는 류제국, 차우찬, 임찬규, 김대현 등 토종 선발들이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올 시즌 선발이 올린 승리가 15승으로, KIA(17승)에 이어 2위다. 그 중 12승이 토종 선발들이 만들어낸 승리다.
이번 시즌 LG는 리그 최강의 토종 선발진을 구축했다. 주장 류제국의 각성과 더불어 지난해 FA로 영입한 차우찬, 겨우내 기량을 가다듬은 임찬규와 김대현까지 전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소사의 변함없는 활약과 더불어 토종 선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리그 선발 평균자책점 2위인 3.05를 기록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토종 선발은 6경기에서 5승을 올린 '승리요정' 류제국이다. 지난 시즌보다 구속은 다소 떨어졌지만, 제구와 공의 무브먼트가 살아나며 타자들이 보고도 칠 수 없는 공을 던진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와 포수들의 평이다. 여기에 류제국이 등판하는 날 폭발적인 타선 지원까지 더해져 첫 경기부터 파죽의 개막 5연승을 달렸다. 비록 2일 NC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첫 패전을 안았으나, 이날 역시 QS+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투수 FA 최고액을 경신하며 LG 유니폼을 입은 차우찬 역시 3승 2패 평균자책점 2.97로 3선발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kt전에서는 8이닝 6탈삼진 1실점 위력투를 선보여 팀의 3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16일 kt전에서 발바닥에 잡힌 물집으로 다소 부진한 투구를 하기도 했지만, 회복한 후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차우찬은 4일 NC전 선발로 낙점돼 팀의 위닝시리즈와 4번째 선발승을 노린다.
미래 LG의 토종 선발의 한 축으로 기대되는 임찬규는 이번 시즌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사구가 줄어들자 타자들과 효율적인 승부가 가능해졌고, 최근 2경기에서 연이어 7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소화해 '이닝 이터'의 면모까지 갖췄다. 양상문 감독은 임찬규가 체인지업, 커브를 활용하며 구종이 다양해졌고,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강점을 가지게 됐다고 평했다. 포수 유강남은 "최근 임찬규의 컨디션이 좋고, 구위도 좋다. 자신감이 붙으며 공격적인 피칭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5선발 막차에 합류한 2년차 신인 김대현까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1군에서 제대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첫 해인지라 기복이 있으나, 지난달 30일 kt전에서 5⅓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첫 승을 안았다. 김대현은 강판 전까지 무실점이었으나, 구원하러 등판한 정찬헌이 만루에서 싹쓸이 적시타를 허용해 자책점이 늘어났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단 55구로 5이닝 이상을 막아낸 과정이 훌륭했다. 김대현은 "후회없이 던졌다"며 담담한 첫 승 소감을 전했다.
한 두명의 토종 에이스를 보유한 구단은 많지만, 토종 선발진이 꾸준히 호투를 선보이는 팀은 드물다. 평균자책점, 승수 등 투수 평가의 클래식 지표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의 우세가 돋보이는 가운데, LG는 토종 선발들의 활약이 더욱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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