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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 FINAL] 그들에게 건다 - '전차군단' 독일

기사입력 2008.06.28 13:56 / 기사수정 2008.06.28 13:56

팀-블로그 기자



- 엑스포츠뉴스 유로 2008 FINAL: 그들에게 건다 - '전차군단' 독일

[엑스포츠뉴스=박중현 독일담당 기자]

열정과 투지를 갖춘 튀르크 전사들의 막판 추격을 극적인 결승골로 따돌리며 결승 무대에 오른 독일은 또 다른 돌풍의 주역인 러시아에 완봉승을 거둔 스페인과 비엔나의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1996년 유로 대회 이후,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하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는 독일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본선에서 만난 상대를 고려했을 때 절대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조별 라운드의 첫 상대였던 폴란드에 압승을 거두며, '과연 독일', '유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크로아티아와의 2번째 경기에서 뜻하지 않은 패배를 기록하며, 독일이 가지고 있던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게다가 마지막 경기였던 오스트리아 전 역시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이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독일을 우승 후보의 대열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그나마 군계일학의 활약을 선보인 루카스 포돌스키가 독일의 유일한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힘겨웠던 전차군단의 여정  

예상외의 난관을 겪은 조별라운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것일까? 8강에서 강팀인 포르투갈을 만나 우려했던 문제점들을 모두 해결한 듯,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포르투갈의 골 문을 세 번이나 출렁이게 하였다. 무엇보다 공격을 이끈 4인방인 미하엘 발락, 루카스 포돌스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각각 공격 포인트 하나 이상을 기록하며, 조별 라운드에서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독일의 공격 전술에 대한 비판을 일거에 해소해 버렸다.

게다가,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인 토르스텐 프링스의 부상으로 인해 새롭게 꺼내든 카드인 4-2-3-1 포메이션은 포르투갈 전 승리의 핵심적인 열쇠였다. 그간 외로이 중원의 수비 싸움에서 고군분투하던 토르스텐 프링스의 부상으로 인해 토마스 히츨스페르거와 지몬 롤페스 두 명이 중앙에서의 수비싸움에 참가하는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 체제를 가동하였는데, 이는 포르투갈의 공격을 막는데 큰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히츨스페르거와 롤페스는 메이저 대회의 경험이 부족한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호흡을 보이며 양쪽 사이드백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커버했다. 또한, 데코와 무팅요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을 잘 차단하며, 독일의 승리를 불러온 숨은 일꾼들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승리에 너무 도취했던 탓일까? 혹은 무려 9명이나 경기를 나서지 못할 상황의 터키를 얕잡아 본 탓일까, 독일은'이기고 있는 팀을 바꾸지 않는다.'라는 축구계의 명제를 그대로 따르고 나온 4강전에서 많은 주전 선수가 빠진 터키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속적으로 터키의 중앙 압박과 사이드 공격에 공간을 내주었고, 포르투갈 전에 효율적으로 상대를 차단했었던 히츨스페르거와 롤페스는 전혀 다른 선수처럼 독일의 중원 장악에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심지어 지몬 롤페스는 상대방 선수와의 충돌로 인해 눈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결국 부상이 완쾌되지 못한 토르스텐 프링스와 전반이 끝난 후 교체되고 말았다.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토르스텐 프링스 또한 독일의 미드필더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후반을 기점으로 독일의 공격의 핵심이자 미드필더의 중심인 캡틴 발락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독일은 자신들의 경기를 조금이나마 펼칠 수 있었고, 결국 필립 람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가까스로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독일은 사실상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한 수 아래의 팀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결승에 올라온 셈이다. 특히 대회 내내 이어졌던 '수비의 불안'은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러 번 지적된 독일의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즌 내내 고질적인 부상 문제로 소속팀에서도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던 크리스토퍼 메첼더를 비롯해 재능 있는 수비수 그 이상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마르첼 얀센 등은 독일 수비라인의 아킬레스 건이 되었고, 그나마 믿을만한 존재인 페어 메르테자커 또한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며 독일의 불안한 수비를 가중시켰다.

또한, 공격에서는 활발한 모습을 보이며 독일의 하나의 공격 루트로서 당당한 활약을 펼쳤지만 수비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인 필립 람 또한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님이 틀림없다. 이러한 수비 불안은 분명 결승 무대에서 독일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며 꾀 많은 노장인 루이스 아라고네스는 분명 독일의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 카드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로서는 짧은 기간에 이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만 결승전에서의 승리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이 정녕 독일보다 강할까?

하지만, 독일이 위와 같이 문제점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호사가들의 말과 같이 독일은 대진 운이 좋아서 결승에 진출한 것이고, 결승에서 스페인에 반드시 패배할 운명일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공이 둥글다.'라는 보편적인 진리는 둘째치고, 독일로서는 스페인이 오히려 러시아에 비해서 손쉬운 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간 본선무대에서 독일이 고전해 왔던 상대방의 스타일을 생각해 본다면 쉽게 결론이 나올 문제이다.

독일은 첫 경기였던 폴란드 전을 제외하고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터키에 고전하였는데, 이 세 팀은 모두 전형적인'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전술을 들고 나온 팀이었다. 즉, 독일이 공격 상황에서 빠른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의 배후공간을 노리기 힘든 팀들이었다는 것. 크로아티아와 오스트리아는 수비라인을 자신의 진영 깊숙이 위치시키고 자신들의 공격 상황에서도 수비수들을 후방에 배치해 자신들의 공간을 내주지 않는데 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상대방의 공을 탈취한 후 손쉽게 속공으로 역습상황을 만들어내기 어려웠고 타의 적으로 지공 상황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는데, 상대팀들은 독일이 지공 상황에서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풀어줄 수 있는 발락을 철저히 봉쇄하면서, 독일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상대방이 밀집 수비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을 흐트러트리려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거나 혹은 예측 불허의 창의성을 가진 선수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혹은 공격루트의 다양화를 통해 상대방을 공략해야 하는데, 실상 이번 대회의 독일에서 이러한 면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전통적으로도 힘을 중시하는 파워 축구를 구사해 왔던 독일이기에 이런 유형의 선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밀집 수비를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선 수비, 후 역습' 스타일의 팀과는 달리 맞불 작전을 놓았던 포르투갈을 상대로 독일은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는데, 포르투갈은 위의 팀들과는 달리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독일을 윗선에서부터 압박하는데 주력했고, 이는 독일 입장에서 발 빠른 포돌스키와 슈바인슈타이거가 충분히 포르투갈의 배후 공간을 노릴 여지가 생겼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기량이 하락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프티의 경우, 효과적으로 발락을 봉쇄하는 데 실패하면서 발락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였고, 결국 공격의 4각 편대는 포르투갈의 수비라인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즉, 독일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적절하게 공간을 커버했고, 역습 상황에서 훌륭한 속공 능력으로 상대방의 배후 공간을 노린 끝에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 근 1년 만에 터진 독일의 프리킥에 의한 득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독일은 분명히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한 하드웨어를 갖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간 프리킥 득점이 없었는데, 포르투갈 전에서는 프리킥을 통한 공격 상황에서 매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며 득점을 올리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결승전 프리뷰: 포르투갈 승리로 확인한 스페인전의 자신감

위에서 말한 독일의 포르투갈전에서의 모습은 다시 한번 스페인전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스페인 역시 포르투갈처럼 공격적인 압박 전술을 쓸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덤앤더머 콤비'라고 불리는 포돌스키와 슈바인슈타이거에게 수비 뒷공간으로 돌아들어 갈 공간이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포르투갈과는 달리 발락의 움직임을 봉쇄할 스페인의 미드필더인 마르코스 세나의 존재는 독일로서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존재이다. 특히, 러시아 전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차단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독일로서는 발락이 세나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발락이 세나를 비롯한 스페인 미드필더진들의 압박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독일은 경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오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려 평균 신장이 5센티미터나 차이 나는 두 팀의 대결인 만큼 공중전에서 독일이 훨씬 유리한 싸움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센터백마저 키가 크지 않은 스페인 입장에서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독일의 장신 수비수나 발락등을 막는데 고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의 가장 큰 수비수인 라울 알비올과 독일의 가장 큰 수비수인 페어 메르테자커의 신장 차이는 무려 11센티미터. 분명 독일로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방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훈련에 힘을 쏟을 것이다. 또한, 스페인의 에이스 스트라이커인 다비드 비야가 부상으로 인해서 결승전 진출이 불투명하게 된 것은 독일로서 호재인 것임이 틀림없다.

'토너먼트의 영원한 강자' 독일

마지막으로 진부한 레퍼토리지만 독일은 '토너먼트의 강자'이며 '메이저 대회'의 강자이다. 리버풀이나 AC 밀란을 부를 때 '챔피언스리그 DNA'를 가지고 있다고 하듯이 독일은 '메이저 대회, 토너먼트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은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력으로 가까스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이미 충분하다.

많은 독일팬이 말하고 있는 것이고, 모든 팀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독일의 나치오날엘프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팀 가이트스' 즉, 정신력이다. 2006 월드컵 공인구의 명칭이었던 '팀 가이스트'야 말로 독일을 강팀으로 만들어 준 뿌리이며 지지대이다. 더욱이 결승 무대에서 이러한 정신력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 분명하다.

독일은 서독 시절을 포함해 이미 세 번의 앙리 들로네 컵을 들어올렸다. 독일의 가슴에 새겨진 별 세 개는 비록 월드컵에서 따낸 것이지만, 오히려 독일은 유로 대회에서 더욱더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 낸 바 있다. 많은 사람이 '독일은 운이 좋아서 항상 결승에 간다.'라고 하지만, 독일 대표팀들의 가슴에 새겨진 세 개의 별은 그저 운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손자병법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조치를 미리 취하여 적이 패배할 수밖에 없도록 해놓는 것이 쉽게 승리를 거두는 방법이다.'라고 말이 있다.

전차군단의 수장인 요아힘 뢰브는 이미 무적함대의 약점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상대방에게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이제 독일에는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후, 90분이 끝났다는 휘슬 소리와 함께 결승 무대에서 항상 2인자에 머물렀던 캡틴 발락의 눈물을 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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