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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박스] 마지막 원톱 시험대에 오른 박주영

기사입력 2008.06.20 17:21 / 기사수정 2008.06.20 17:21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원톱 박주영'은 과연 실패로 끝날까.

2005년 처음 국가대표로 뛸 때부터 대표팀 내에서 박주영의 포지션은 늘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사실 박주영은 투톱에서 처진 공격수를 맡을 때 가장 이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2선 침투 능력과 어시스트 능력 등 그는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자질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박주영은 K-리그 데뷔 후 소속팀 FC서울에서 주로 투톱 공격수로 활약했고,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처진 공격수로 뛰어왔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측면자원이 풍부했던 국가대표팀의 공격진은 늘 스리톱으로 구성되었다. 때문에 박주영은 본프레레와 아드보카드 감독 시절부터 줄곧 대표팀에서 왼쪽 윙 포워드를 맡았다. 그러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박주영은 스리톱의 왼쪽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의 부진은 소속팀으로 이어졌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박주영은 한동안 태극 마크를 달지 못했다.


 


새로운 임무 '원톱'

그러던 지난 1월, 허정무 감독 부임 이후 가진 첫 A매치부터 박주영은 대표팀에 재승선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와 동시에 이동국(미들즈브로)의 징계와 조재진(전북현대)의 잉글랜드 진출 타진 및 부상으로 대표팀 원톱에는 공백이 생겼고, 2월에 열린 동아시아 대회부터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에게 줄곧 대표팀의 붙박이 원톱을 맡겨왔다. 소속팀에서나 이전의 대표팀에서 그에게 익숙한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의 '킬러 본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허정무호 출범 이후 7경기에 나와 4골을 기록했다. 언뜻 보면 괜찮은 기록이다. 그러나 이 중 두 골은 최근 월드컵 3차 예선에서 동료선수가 얻어준 페널티킥에 의한 득점이었다. 이를 제외한 가장 최근의 득점은 동아시아대회 중국전에서 넣은 프리킥골과 헤딩골이다. 즉 허정무호 출범 이후 대표팀에서 박주영의 필드골은 단 한 번 있었으며 그것도 벌써 넉 달 전의 일이다. 붙박이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기록이다.

다시 위기에 처한 그의 위치

분명히 박주영에게는 발군의 센스와 골감각이 있다. 그는 우리나라 선수 중 누구보다도 골문 앞에서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며 창의적인 장면을 연출해내는 결정력이 있는 스트라이커다. 그렇기에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에게 계속해서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면 그 신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오는 9월부터 있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조재진이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을 확률이 높다. 잉글랜드에서 부진했지만 징계가 풀리는 이동국도 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중도하차했던 K-리그 신인왕 후보 1순위 조동건(성남일화), 역시 부상 때문에 선발되지 않은 신영록, 하태균(이상 수원 삼성)과 전반기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서동현(수원)이 잠재적인 경쟁자다.  만약 이들에게 원톱의 자리를 내주면 박주영의 자리는 다시 애매해지게 된다.

4-3-3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 대표팀에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천수(페예노르트), 염기훈(울산현대), 이청용(FC서울), 설기현(풀럼) 등 측면 자원이 질적, 양적으로 너무 풍부하다. 이런 선수들에 비해 박주영은 날개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허정무 감독은 부임 초기 투톱을 잠시 시험하기도 했지만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리톱 시스템을 선호한다. 따라서 올림픽 대표팀처럼 '박주영 시프트'가 구사되어 투톱 체제로 변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스리톱 밑에서 쳐진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활약한다면? 하지만, 그 자리 역시 김두현(웨스트 브롬위치)과 김정우(성남)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을 뿐 아니라 안정환과 박지성도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수비부담도 생기기 때문에 그의 공격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박주영이 원톱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면 스페인 대표팀의 라울 곤잘레스(레알 마드리드)처럼 출중한 능력이 있지만 더 이상 대표팀에서는 매력적이고 우선적인 공격자원이 될 수 없는 '계륵'이 될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

결론은 하나다. 박주영은 원톱 스트라이커로서의 능력을 이번 북한전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박주영은 체격과 힘을 바탕으로 수비의 일대일 마크를 이겨내고 좌우 날개로부터 연결 받은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는 전통적인 원톱 개념의 선수가 아니다. 그러나 양쪽 날개, 공격형 미드필더와 끊임없는 스위칭을 통해 공간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상대방의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는 좋은 공격 방법이기도 하다.

박주영이 원톱으로서의 경쟁력을 얻기 위해선 바로 이런 부분이 극대화되어야 한다. K-리그에서 조동건이 성남에서 양쪽 날개 모따, 두두와 함께 보여주는 모습이 좋은 예다. 조동건이 김동현을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박주영도 조재진, 이동국, 고기구 등과 비교하여 원톱으로서의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만약 박주영의 이런 능력이 빛을 발한다면 그는 더 이상 대표팀의 '계륵'이 아닌 '새로운 공격 무기'로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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