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2004년 K-1 아시아예선 우승자 까오글라이 깬노싱(81승 4무 31패)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입식타격기선수다. 유년기 매일같이 당하던 괴롭힘에서 벗어나려고 무에타이를 시작한 까오글라이는 프로전적 1승 6패의 복싱과 동호인으로는 상당한 수준이라 전해지는 세팍타크로에도 능하다.
조국 타이의 라자담넌 경기장에서 무에타이 -67kg(2002)·-70kg(2003) 챔피언에 오른 후 국제무대로 진출, K-1 아시아예선 우승(2004)·준우승(2005), 2004년 K-1 8강 토너먼트 준결승, 2007년 K-1 터키대회 2위의 성과를 냈다.
국제경기에서 까오글라이는 전 WMTA(세계무에타이협회) +86kg 챔피언 아젬 막수타이(73승 2무 22패), 2002년 K-1 일본예선 준우승자 나카사코 쓰요시(18승 1무 25패), 2004년 K-1 일본예선 3위 호리 히라쿠(11승 12패), 2007년 K-1 미국예선 우승자 마이티 모(13승 9패), 2003년 K-1 유럽예선 우승자 알렉세이 이그나쇼프(74승 14패), 2006년 프라이드 -83kg 토너먼트 2위 데니스 강(종합격투기 29승 1무 10패 2무효)을 격파했다.
애초 까오글라이는 K-1에 진출하면서 자신의 무에타이 체급과 어울리는 K-1 MAX(-70kg) 진출을 꾀했다. 그러나 2004년 7월 17일 K-1 아시아예선에 78kg으로 참가, K-1 무제한급 지역/본선 토너먼트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최경량 참가자였음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10월 12일 맥스에 출전했으나 판정패한 후에는 감량고를 이유로 -70kg 경기는 뛰지 않고 있다.
따라서 입식타격기 선수로 국제무대에서 거둔 까오글라이의 성과는 자신보다 크고 무거운 선수와의 경기를 통해 얻은 것이다. 자신의 운동능력을 극대화하고 상대의 공격을 최대한 피할 수밖에 없는 경기양상은 마치 곡예를 연상시켰고 이그나쇼프와의 경기에서 유명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회피동작을 보여주면서 ‘매트릭스’라는 별칭이 생겼다.
그러나 이 유명한 ‘거인 사냥꾼’의 현 상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지난해 이후 9전 4승 1무 4패로 승률이 5할 이하다. 2007년 1월 13일 K-1 터키대회 준결승에서 막수타이에게 연장 판정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결승에서 마고메트 마고메도프(60승 2무 12패)에게 1라운드 2분 59초 만에 KO패로 우승을 내줬다.
이후 거둔 3승은 모두 한국선수였고 현 세계복싱재단(WBF) +91kg 잠정챔피언 프랑수아 보타(입식타격기 4승 10패, 프로복싱 45승 2무 4패), 2007년 K-1 스칸디나비아대회 우승자 네이선 코벳(39승 2패 무효) 같은 유능한 선수에겐 패배를 면치 못했다.
보타와 코벳이란 유명 선수 외에도 무에타이 -76kg 네덜란드·유럽 챔피언 경력자 빈센트 빌보예(네덜란드)에게 판정패하고 -73kg으로 주로 활약하는 할리드 부드리프(네덜란드)와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범위를 2006년 이후로 넓히면 전적은 13전 4승 2무 7패로 더 형편없다. 2006년 2월 9일 세계무에타이평의회(WMC) -73kg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하면서 국제무대 진출 이후 처음으로 무에타이 체급 정상에 설 기회를 놓쳤다. 과거 2승을 거뒀던 나카사코 쓰요시에게 2006년 K-1 아시아예선 준준결승에서 판정패로 졌으며 현 세계풀콘택트협회(WFCA) 무에타이 -86kg 챔피언 티로너 스퐁(79승 1무 3패)에게 1라운드 2분 59초만에 KO패를 당했고 2004년 K-1 일본예선우승자 아마다 히로미(23승 2무 16패)와 비겼다.
2006년 이후 까오글라이의 전적은 한마디로 ‘어떤 체급에서도 강자가 아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현재 그가 선호하는 80kg대 체급의 강자는 물론이고 과거 무에타이 체급과 유사한 70kg대 선수에게도 이렇다 할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회피의 미학’이지만 나쁘게 보면 ‘공격의지 부족’이라 말하기에 충분한 까오글라이의 헤비급 상대방식은 이미 널리 알려진데다가 과거만큼 단체와 관중의 선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량과 상업성에서 모두 한계에 부딪힌 것이 ‘거인사냥꾼’으로 명성을 얻었던 까오글라이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까오글라이의 근본적인 문제는 전문체급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명성을 활용하려는 상위체급 선수와의 대진은 여전히 성사되고 있지만, 예전 같은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상위체급 선수와의 대결을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라 해도 최소한 자신의 주체급은 명확히 하는 것이 기량에 이롭다. 까오글라이가 무에타이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한 -67kg·-70kg·-73kg은 무제한급 경기와 병행하긴 무리가 따르는 저체급이다.
그렇다고 180cm, 과거 178cm로도 알려진 신장은 무에타이 헤비급(+86kg)이나 슈퍼헤비급(+95kg)은 고사하고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코벳과 스퐁처럼 무에타이 크루저급(-86kg)에서 전문으로 뛰기도 버겁다. 까오글라이는 세계입식타격 -86kg 2강으로 꼽히는 둘에게 완패를 당했다.
180cm 80kg이라 자칭하는 까오글라이의 신체조건과 어울리는 무에타이 체급은 라이트헤비급(-79kg)이다. 물론 종합격투기보다도 두터운 입식타격기의 선수층에서 감량을 꺼리는 까오글라이가 평소 체중과 다름없는 -79kg에서 정상급 선수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상위체급 선수와의 이벤트성 경기를 병행하면서 주 영역으로 삼기엔 가장 무난한 체급으로 여겨진다.
6월 20일 자메이카에서 열리는 국제 무에타이 파이트나이트(International Muay Thai Fight Night)라는 대회에서 까오글라이는 국제가라테킥복싱(IKKC) 무에타이 -86kg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상대는 1999년 무에타이 북미 -79kg 챔피언을 지낸 자메이카/캐나다 이중국적자 클리프턴 브라운(34승 7패)이다.
비록 -86kg 챔피언 결정전이긴 하나 -79kg이 적정체급인 선수 간의 대결이기에 까오글라이의 무에타이 라이트헤비급 성공 여부를 가늠할만한 경기다. 그러나 챔피언 경력이 근 10년 전인 유명선수와는 거리가 먼 브라운에게 패한다면 이미 -76kg 빌보예와 -73kg 부드리프에게 이기지 못한 까오글라이의 위상은 급락이 불가피하다.
까오글라이 깬노싱 (Kaoklai Kaennorsing)
본명: 아팃 담깜 (Athit DamKam)
별칭: 매트릭스 (The Matrix)
생년월일: 1983년 9월 13일 (만 24세)
신체조건: 180cm 80kg
국적: 타이
기본기: 무에타이, 복싱, 세팍타크로
입식: 81승 4무 31패 / 주요승리 - 아젬 막수타이, 나카사코 쓰요시, 호리 히라쿠, 마이티 모, 알렉세이 이그나쇼프, 데니스 강
주요경력: 프로복싱 1승 6패(2001년 8월 16일-2004년 4월 6일), 타이 라자담넌 경기장 무에타이 -67kg(2002)·-70kg(2003) 챔피언, K-1 아시아예선 우승(2004)·준우승(2005), 2004년 K-1 8강 토너먼트 준결승, 2007년 K-1 터키대회 2위
비고: ① 까오글라이는 타이어로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준다.’라는 뜻이 있다. ② 유년기 매일 같이 당하던 괴롭힘에서 벗어나려고 무에타이를 시작했다. ③ 2004년 7월 17일 K-1 아시아예선에 78kg으로 참가, K-1 무제한급 지역/본선 토너먼트를 통틀어 최연소·최경량 기록을 세웠다. ④ 본래 K-1에는 MAX(-70kg) 참가를 희망했으나 무제한급이 먼저였고 2005년 10월 12일 K-1 맥스에 참가했으나 판정패한 후 감량고를 이유로 -70kg으로는 뛰지 않고 있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사진= 까오글라이 깬노싱 (C) K-1 공식홈페이지 (K-1kr.com)]
강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