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14년 장수 예능 '비타민'의 빈자리를 '속 보이는 TV 人사이드'가 꿰찬 가운데 4주 간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들의 향방이 궁금하다.
지난 3월 9일 2003년부터 방송된 KBS 2TV '비타민'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3월 16일과 23일에는 '자랑방 손님'이, 30일과 4월 6일에는 '독한 일꾼들'이 파일럿으로 방송됐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보고 정규 편성을 결정 짓는 프로그램으로, 둘 중 호평을 받는 프로그램이 '비타민'의 후속이 될 것이라 예상됐다. 실제로 '자랑방 손님'의 김희철, 박명수나 '독한 일꾼들'의 최양락, 심형탁, 이특은 서로 자신의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되어야 한다고 어필하곤 했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2부만으로는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지 못했다. 시청률 측면에서도 그렇고, 평가면에서도 그랬다.
먼저 '자랑방 손님'은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대중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토크쇼로, 겸손이 미덕인 사회에서 '자랑'을 주제로 하는 독특한 콘셉트를 차용했다. 모델 한현민, 국민MC 송해, 트로트가수 마아성, 태권도 선수 이대훈,, 한국범죄연구소 연구위원 김복준 교수 등이 출연해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고 갔다.
'자랑'이라는 제한없는 주제는 게스트의 폭을 넓혔고,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또한 김희철X박명수라는 MC 조합도 합격점을 받았다. 처음으로 함께 방송한다는 두 사람은 그런 사실이 무색하게 최고의 호흡을 보였다. 다양한 게스트는 자칫 잘못하면 중구난방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지만 둘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이를 메웠다.
하지만 '자랑방 손님'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신선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게스트의 폭만 다양해졌을 뿐이지 하는 이야기는 비슷했다. '실패담', '외길인생' 등 평소 자랑거리로 삼지 않는 이야기들을 '자랑'으로 가져와 여타 토크쇼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들로 점철됐던 것.
그런가하면 '독한 일꾼들'은 세 명의 연예인이 다른 직업군을 체험해보는 프로그램. 대한민국의 취업준비생이 453만 명을 넘어가는 시대에, 스타들이 1만 2천 여 개의 직업을 직접 시행하며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됐다.
개그맨 최양락, 배우 심형탁, 가수 이특이 분장을 하고 버스 안내원, 주물 공장 직원, 강아지 유치원 선생님에 도전했다. 평소 주변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직업들이 눈길을 끌었고, 새로운 신분으로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는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어설픈 분장이 몰입을 깬다는 평이 다수였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권을 버리기 위해 차용한 '분장'이지만, 누가봐도 최양락, 심형탁, 이특이었다는 평. 또한 분장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탓에 일에만 오롯이 집중을 하지 못하는 모습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453만 취업 준비생에게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소개해, 실업률을 줄이겠다는 기획의도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출연진들이 해당 직업을 통해 고생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이로 인해 그 직업의 매력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또한 취업준비생 중 대다수가 특정 직업과 처우를 목표로 취업에 도전하고 있다는 현실을 배제한 기획의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일단 현재로서는 지난 13일 첫 방송된 심리 연구 프로그램 '속 보이는 TV 人사이드'가 '비타민' 후속 자리를 꿰찼다. 이에 '자랑방 손님'과 '독한 일꾼들'의 정규행 여부는 '속 보이는 TV 人사이드'가 종영되는 6월 말에야 결정된다. 그러나 '속보이는 TV 人사이드'가 순항을 한다면, 당초 예상된 12부작에서 늘어날 수도 있다.
비록 단점이 있다고 해서 두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패'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시청자에게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기획한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 파일럿 프로그램 방송을 통해 들은 평가들을 바탕으로 더욱 완벽한 프로그램이 생할 수도 있다. 파일럿을 재정비하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든 이번 시도들을 통해 들은 칭찬과 비판을 바탕으로 시청자가 다 팔 벌려 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탄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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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