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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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우물안 개구리' 한국배구, 무엇이 문제?

기사입력 2008.06.10 15:41 / 기사수정 2008.06.10 15:4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실낱같은 희망, 이 변수의 경우에 기대를 걸면서 올림픽예선전이 끝나는 마지막 날까지 기적이 일어나기를 배구 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남자배구 대표팀이 올림픽에 진출하기 힘들게 된 이유들을 외적인 요인보다 경기력을 통해 살펴보아야 합니다.

국제배구의 흐름에 어두웠던 한국, 우물 안의 개구리에 머물다

팀의 핵심전력을 이루는 대부분의 멤버가 빠져 출전할 때부터 많은 우려가 쏟아진 여자대표팀은 힘든 조건 속에서 출전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국제배구에서 존재감을 가질 경쟁력이 미진하게 나타났습니다. 대회에 출전한 팀들 중 가장 느린 플레이를 펼쳤으며 서브의 강도와 리시브도 약했고 단조로운 플레이로 일관했습니다.

승패의 여부를 떠나서 이렇게 부진한 경기력을 펼친 것에 대해 많은 팬과 배구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여자대표팀에 비해 남자대표팀에게는 좀 더 희망을 걸었습니다. 구단들로부터 선수 수급이 잘 이루어졌고 나름대로 최상의 대표팀을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자팀 역시 여자팀처럼 국제배구의 시류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남자대표팀의 류중탁 감독은 지난해 벌어졌던 월드리그와 월드컵 대회에서 리시브 난조와 수비조직력 붕괴로 인해 팀이 부진한 성적을 낸 것을 감안하고 수비력이 뛰어난 석진욱(삼성화재)과 장광균(대한항공), 그리고 한국 최고의 세터라 불리는 최태웅(삼성화재)를 불러들였습니다.

탄탄한 리시브와 수비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의 배구로 올림픽예선전에서 아시아 1위를 노리려고 했지만 이러한 의도는 먹히지 않았습니다. 올림픽예선전을 앞두고도 7라운드까지 치러진 국내 V리그의 여파 때문에 충분치 못했던 대표팀 연습기간도 원인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국제배구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여기서 오는 정보력과 전술의 부재가 한국팀이 탈락하게 된 큰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예선전이 안겨다 준 가장 큰 교훈은 국내리그에서 했던 방식의 플레이는 더 이상 국제무대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8일, 한국팀의 올림픽예선전 마지막 상대였던 태국은 한국팀에 비해 높이와 파워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오히려 한국보다 국제배구의 추세에 더욱 충실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점점 빨라져가는 스피드와 다양한 공격루트를 사용하는 국제배구의 현주소

올림픽예선전 마지막 경기인 대 태국전은 만약, 태국의 평균 신장과 높이가 조금이라도 높았다면 승부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경기였습니다. 한국팀이 올림픽예선전에 참가한 국가들 중 가장 느리고 단조로운 플레이를 펼치었지만, 태국은 주전세터의 빠른 토스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움직이는 다양한 플레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양 팀에서 일어난 공격 포인트를 비교해보면 두 팀의 플레이 스타일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팀은 단조로운 큰 오픈 공격에 여전히 치중했고 상대방의 블로킹을 이용한 터치아웃 등이 많았던 것에 비해, 태국은 한국의 블로커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을 정도의 빠른 공격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태국 선수들은 모두가 강 서브로 무장하고 있지는 않았어도 스타일이 틀린 일곱 빛깔 무지개 같은 서브를 구사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종일관 다양하게 쏟아지는 서브를 받아내느라 한국의 리시브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국제경기에서 나가 남자팀이나 여자팀 모두 서브와 리시브에서 누누이 지적받는 이유는 한국리그엔 그러한 서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 최고라 불리는 최태웅 세터는 다른 국가들의 세터들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이제 노련한 경기 운영과 토스의 정확도만을 가지고 국제배구에서 경쟁하기는 버거워졌습니다. 세계최강 국가인 브라질을 위시로 모든 국가들의 세터는 전광석화같이 빠르고 정확한 토스로 무장해 있습니다.

단순한 오픈 공격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라 낮고 빠른 토스를 내세워 반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이루어지는 공격은 이제 국제배구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공격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아무리 높이 있는 블로킹을 가진 팀이라 할지라도 어지간해서는 막기가 어렵습니다.

점차 빨라지는 공격은 블로킹에서도 그 장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한국 팀이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과 경기를 할 때, 좌우 공격수들을 전혀 블로킹으로 차단하지 못했던 것은 국내리그와는 전혀 차원이 틀린 그들의 스피드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에 위치한 미들블로커가 움직이기도 전에 전광석화같이 토스가 양쪽 날개의 공격수에게 이어지니 두 명 이상의 블로커가 상대공격수를 따라가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반해 한국팀의 토스는 다른 국가들의 토스에 비해 느리고 눈에 금방 들어왔습니다. 이렇다 보니 한국팀의 주포인 문성민과 이경수가 공격할 때는 항상 2명 이상의 블로커들이 쫓아다녔으며 결정적으로 포인트를 내야할 시점에 한국팀의 공격은 번번이 차단당했습니다.

그리고 프로화가 진행되면서 구단마다 해결사 역할을 외국인 거포에 다 맡기고 있는 마당이니 문성민과 이경수를 제외한 토종거포가 부족한 것도 국제대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입니다. 또한, 국내리그에서 높이와 힘을 앞세운 외국인 거포들에 높고 안정적으로 띄워주던 토스역시 국제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높이와 파워가 뛰어난 브라질과 유럽의 강호들도 단조로운 오픈 공격은 거의 시도하지 않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가는 빠른 토스를 기반으로 중앙의 미들블로커들이 공격 모션을 띄워 준 다음에 날개에 위치한 공격수들이 해결합니다. 이렇게 빠르고 기민한 플레이가 국제배구의 추세인데 여기에 따라가지 못하고 국내에서 통하던 단조로운 플레이를 반복하던 한국 배구는 여자배구에 이어 남자마저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태국에게 고전하는 팀이 됐습니다.

국제경기에서 서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상대방의 공격을 차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 시작은 바로 서브입니다. 강력한 서브로 상대편의 리시브를 흔들어 놓는 것이 최우선의 방법이지만 이 부분이 부족할 땐 블로킹과 수비의 강화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국내리그에서는 서브의 강도뿐만이 아니라 블로킹과 수비조직력으로 상대팀의 공격을 어느 정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는 상황이 틀려집니다. 세계배구를 호령하고 있는 팀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타점이 높고 파워 또한 강하며 여기에 스피드마저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국내리그의 공격루트보다 훨씬 다양한 공격들이 이루어지니 이것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는 것은 훨씬 어려우며 볼을 때리는 파워도 강해 디그로 저지하기에도 역부족입니다.

이러다 보니 강 서브의 중요성은 국제무대에서 더욱 커지게 됩니다. 일본대표팀의 우에타 감독이 국제대회에서 강 서브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높이와 파워가 떨어지는 동양권 선수들의 특성을 생각할 때, 강 서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팀은 이번 올림픽예선전을 비롯해 참여하는 국제대회마다 가장 약한 서브를 구사하는 팀 목록에 수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팀의 플레이도 느린데다가 공격루트도 단조롭고 여기에 서브마저 약하니 아르헨티나와 일본을 이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배구가 국제부대에서 성장해 나가려면 국내리그의 경기력에만 맞춰서 발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 세계적인 배구의 흐름을 올바르게 읽고, 여기에 재빠르게 발맞추어서 나가는 부지런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본이 그랬듯이 경쟁력 있는 국가대표를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기획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프로리그가 존재한다는 한국배구에 리그의 수준이 떨어져서 외면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다고 합니다. 더 이상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면 협회와 연맹이 힘을 모으고 모든 지도자들과 배구 관계자들은 시선을 넓혀 국제배구의 흐름에 늘 주시해야 합니다.

[사진=이경수 (C) 대한배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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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조영준의 클로즈 업 V. 배구전문기자 조영준 기자가 전하는 흥미진진한 배구 이야기.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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