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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의 B페이지] 박경완 코치, 애제자 김민식에게 전한 메시지

기사입력 2017.04.08 10:32 / 기사수정 2017.04.08 10:35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잠 한 숨 못잤어요". 첫 제자 김민식을 떠나보내는 SK 와이번스 박경완 배터리코치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고, 기특하면서도 미안했다.

SK와 KIA는 7일 외야수 노수광, 윤정우, 포수 이홍구, 이성우와 외야수 이명기, 내야수 최정민, 노관현, 포수 김민식을 맞교환하는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7일 오전 예상치도 못한 트레이드 소식을 전해들은 여덟 명의 선수들은 부랴부랴 이동해 당일 바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트레이드 당사자들도 얼떨떨한 마음이었지만, 그들을 떠나보내는 감독과 코치 및 스텝들, 동료들도 갖가지 마음이 든다. 그 중에서도 자신의 첫 제자 포수 김민식을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팀으로 보내야 했던SK 박경완 코치는 더욱 아쉬운 모습을 내비쳤다.

이제는 KIA 선수가 된 포수 김민식은 A부터 Z까지 박경완 코치가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지 몰라도, 박경완 코치를 만나면서 포수로서의 꽃봉오리를 피우기 시작한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경완 코치가 육성총괄에서 배터리코치로 이동한 2015년 겨울 가고시마 특별 캠프를 시작으로 박 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은 김민식은 급격한 성장을 보였고, 2016년 이재원의 백업 선수로 풀타임을 치르며 제 몫을 다했다. 시즌을 치르면서도 김민식의 성장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박경완 코치는 "작년보다 올해 모습이 잠깐 안좋았는데, 그걸 잡아가는 과정이었다. 변화는 무조건 있고,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자기하고 나하고 서로 맞춰가면서 변화를 시키는 과정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예상치도 못하게, 두 사람은 너무 큰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트레이드 당일 만난 박경완 코치는 "어제부터 잠 한 숨을 못 잤다. 맨 처음에는 어이도 없고 그랬는데, 밤새도록 몇 번을 생각을 해보면서 결과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민식이, 매력적인 녀석이에요"

박경완 코치가 2015년 가고시마 캠프에서 김민식에 대해 느낀 점은 '성장 속도가 빠른 선수'였다. 박경완 코치는 "말을 해주면 그걸 캐치해서 받아들이는 게 정말 빨랐다. 매력있는 녀석이었다"고 돌아봤다. 당시 SK는 가고시마 캠프에 김민식과 이현석 두 명의 포수를 보냈는데, 박경완 코치는 "어떻게 보면 현석이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던 포수고, 민식이는 내야수를 보다가 포수로 바꾼 친구다. 처음에는 현석이와 민식이 차이가 많이 났다. 그런데 20일 정도가 지나니 거짓말처럼 동등하게 되더라. 그렇게 현석이가 긴장하고, 민식이가 따라가려고 하고 하면서 경쟁이 되더라. 나도 덩달아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박경완 코치는 이재원의 백업 포수로 이현석이 아닌 김민식을 선택했다. 박 코치는 생각보다 성장이 빠르게 올라와 자신도 모르게 김민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김민식은 가파른 성장세로 박경완 코치의 선택에 보답했다. 박경완 코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던지는 거며, 포구, 블로킹까지"라고 말하며 "작년 시즌 중반에 민식이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 블로킹 하나 만큼은 네가 우리나라 탑이라고. 움직임이며 동작, 그런 모습들이 우리나라 웬만한 포수들 중 가장 낫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박경완 코치는 "결과적으로 작년 풀타임 있으면서 괜찮은 성적도 냈고, 운영하는 것도 많이 늘었다. 이제 조금만 하면 되겠다 했는데, 재원이가 있으니 조금 가려진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수비로 따지면 재원이보다 나으면 낫지 떨어지지는 않는다. 재원이가 워낙 공격력이 좋다보니 거기에 가려진 것"이라면서 "올시즌에도 출장 기회를 주려고 감독님과 계속 얘기했다. 그런데 (트레이드라는) 이런 상황이 닥치니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아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좀 더 내가 신경을 더 썼었으면 조금이라도 더 알고 가지 않았을까 그런 미안함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사제의 정, 포수의 정

7일 오전 10시 트레이드가 발표되고 박경완 코치는 김민식에게 전화를 걸어 괜찮냐고 물었다. 김민식은 덤덤하게 괜찮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수단과의 인사를 마치고 광주로 향하고 있는 김민식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박경완 코치는 트레이드가 조금은 실감이 나는 듯한 목소리였다고 전했다. 박 코치는 "우리는 언젠가는 헤어질 사람이다. 그게 좀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얘기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고 한다. "네가 여기에서 나한테 배운 것도 있지만, 거기가면 타케시 코치에게도 배우는 내가 모르는 부분도 있을 거다. 그건 네가 더 좋은 포수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내 것만 생각하지 말고 거기에 빨리 적응해서 캐치를 해라. 그걸 합치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거다. 대신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땐 언제든지 전화해라".


박경완 코치는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은 있다. 야구판이 원래 그렇다. 어떻게 끝까지 같이 있겠나. 영원한 건 없는거고, 언젠가 떠나지만 포수들만의 정을 가지고 끝까지 가는 거다"라고 말하며 "아무래도 민식이에게 정 아닌 정을 좀 줬다. 늘 정주지 말자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나. 내 새끼들인데"라며 웃었다. 이제 김민식을 떠나보낸 박경완 코치는 이홍구라는 새 제자를 받아들였다. 박 코치는 "사실 아직 홍구는 잘 모른다. 포수는 방망이가 장점이 되면 안된다. 이제 개조를 시켜놔야 하지 않겠나"라고 웃으며 "잘 다독여가면서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 가르쳐놓으니 떠나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물으니, 박경완 코치는 "그게 내 업이다"라며 미소지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SK와이번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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