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재경 에디터] 3월과 10월, 1년에 두 번 열리는 '서울패션위크'는 패션 피플들의 축제다.
이 기간 동안, 디자이너의 쇼 무대 위가 아닌 밖에서도 쉴 새 없이 런웨이가 펼쳐진다. '스트리트 패션'을 자랑하기 위해 멋진 옷을 차려입고 패션위크를 찾은 이들 덕분이다. 그리고 모델 못지 않은 이들을 사진 속에 멋지게 담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가 있다. 패션위크를 한 층 더 다이나믹하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누구보다 바쁘게 패션위크를 누비고 다닌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박영준을 만났다. 패션위크의 이면을 멋지게 담아낸 그가 본 패션위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박영준 포토그래퍼.
Q. 서울패션위크엔 몇 번째 참석인가?
"4번째다. 매 번 재미있어서 패션위크를 찾게 된다. 평소에는 가로수길이나 홍대에서 스트리트 촬영을 한다. 그럴 땐 사람들을 기다려서 촬영해야 하는데, 패션위크엔 찍을 사람들이 넘쳐서 좋다."
Q. 스트리트 사진을 찍을 때 기준이 있다면?
"의상이 튀면 일단 찍는다. 만약에 눈을 감거나 하면 크롭해서 옷 사진만 올려도 되니까. 옷을 안 튀게 입고 있어도 눈빛이 좋거나, 헤어 스타일이 독특하면 얼굴 위주로 찍기도 한다. 동적인 걸 좋아해서 움직임이 많은 사람들을 찍기도 하고. 포즈도 보는 편이다.
그리고 사람이 몰린다 하면 우선 찍고 본다. (웃음)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으니까. 패션위크 마지막 날에도 어떤 모델을 찍고 있었는데, 그 모델이 갑자기 옆을 보면서 깜짝 놀라더라. 그 주변으로 사람들 200~300여명이 막 달려오고 있고. 자세히 봤더니 모델 주우재가 걸어가고 있더라. 나도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몰려 있길래 각을 잡고 일단 찍었는데, 주우재가 나온 거다. (웃음) 이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 박영준이 패션위크 마지막 날 우연히 찍게된 모델 주우재
Q. 쇼가 목적이 아니라, 스트리트 사진을 찍히기 위해 오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다.
"맞다. 내가 느끼기엔 쇼에 초대 받아서 오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티켓 한 장 사 들고, 마음껏 꾸미고 패션위크를 찾으면 명분이 생기지 않나. 자기를 알리고 싶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웃음)
우리(스트리트 포토그래퍼)끼리는 이렇게 매번 튀게 하고 패션위크를 찾는 사람들을 '6개월 친구'라고 부른다. 6개월에 한 번씩 만나니까. (웃음) 4번째 패션위크 참석인데 벌써 3번 이상 본 사람들도 있다. 친해져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보면 그 인연으로 인사를 하기도 하고.
Q. 포토그래퍼들도 소속과 배경이 다양하지 않나? 아마추어 포토그래퍼들도 많고.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은 거의 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과 외국 모두. 특히 아마추어 포토그래퍼들 같은 경우엔 취미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데, 모델이 없는 분들이 많이 온다. 막 찍어볼 수 있는 경험이 되니까. 패션위크에서 찍은 사진이 프로 포토그래퍼들에겐 돈벌이가 되고, 아마추어 포트그래퍼들에겐 포트폴리오가 되는 거다. (웃음)
Q.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끼리 관계는 어떤가?
"워낙 자주 보니까 '이번에 인사해야지' 하면서 인사드린 분도 있다. 먼저 인사를 하면 서로 안부도 묻고 하게 된다. 시작이 무섭지 한 번 말만 트면 괜찮다. (웃음)"
▲ 카메라를 든 박영준 포토그래퍼. 그의 뒤로 서울패션위크가 열렸던 DDP가 보인다.
Q. 스트리트 포토만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일단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누굴 만날지 모르지 않나. 길거리에서 인연이 생기는 거다.
Q. 그래도 한편으론 고충이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엔 촬영하는 것이 힘들다. 밖에 나가서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손가락이 얼어 버린다. 남들이 주머니에 손 넣고 다닐 때 나는 카메라를 들어야 하는 것? 그런게 힘들 때가 있다.
그리고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들은 자신이 직접 일을 구해야 한다. 나는 지금 회사에 소속되어 있어 괜찮지만, 보통은 자기가 직접 이곳 저곳에 컨택해 포트폴리오를 뿌리고 일을 구해야 한다. 그런 점이 고충이지 않을까 싶다."
Q. 처음 보는 사람들을 찍어야 하는 일이 부담스럽진 않나?
"원래 낯 가리는 성격이 아니라, 그런 부담감은 없다."
▲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외국인들
Q. 이번 패션위크 때 유독 외국인들도 많이 본 것 같다.
"알렉스 핀치처럼 외국에서 온 유명한 포토그래퍼들도 많았다. 그 분은 거의 매 번 봐서 얼굴이 낯익을 정도다. 서울패션위크를 보러 외국에서 놀러오는 사람들도 있다. 아는 친구 중에도 일본인이 있는데, 일주일치 옷을 캐리어에 넣어서 놀러왔더라. 패션을 즐기는 사람들의 장이다."
Q. 17FW 시즌에 만났던 사람들 중 기억에 남는 이들을 소개해 달라.
"여자 분 중에 생활 한복 입고, 머리가 악성 곱슬이신 분을 만났었다. 그 분 웃는게 너무 해맑으셔서 사진에 담았는데 기억에 남는다.
'아빠와 아들'이라고 페이스북에서 유명한 분들도 찍었다. 매번 패션위크 때마다 같이 놀러오시더라. 부산에서 올라오신 분들이다.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로 알고 있는데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친한 친구들끼리 트윈룩을 입고 패션위크를 찾은 분들도 기억에 남는다. 그냥 걸어 가다가 두 분이 서 있길래 사진 한 번 찍자고 했는데, 옷을 맞춰 입고 왔더라."
▲ 나란히 수트를 차려 입고 패션위크를 찾은 '아빠와 아들'
▲ 블랙&레드 트윈룩으로 시선을 끈 '절친' 박서진 씨(20)와, 최해인 씨(20).
Q. 지난 시즌이랑 비교했을 땐 어땠나?
"일단 내가 패션위크를 찾은 목적이 달랐다. 지난 번엔 콘텐츠화 하기 위한 인터뷰를 따러 다녔다. 인터뷰를 따니까 얘기에 집중하고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사진, 영상으로 스케치를 따러 갔었다.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은 담았지만, 깊어지진 않았다.
패션위크 마지막 날 학생들이 많이 왔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평일엔 못 오니까 모두 주말에 모였더라. (웃음) 어린 친구들 중에 센스있는 친구들이 많더라. 10대들 사이에서 트렌드가 뭔지도 알게 됐다. 망사 스타킹에 만두 머리를 한 학생들을 토요일에 최소 10명 이상 봤다. (웃음)"
Q. 마지막으로, 다음 패션위크에선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
"웃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웃는 사람들 크롭한 사진 많은데, 다음엔 포토그래퍼나 일반인들이 웃는 모습을 많이 찍어 '웃는 모습 모음집'을 만들어 보고 싶다. (웃음)"
<<박영준 포토그래퍼가 담은 17 FW 서울패션위크>>
▲ 동대문에서 도매상으로 일하고 있는 윤태봉 씨(25) 해골 무늬의 팬츠가 눈에 띈다.
▲ 체크 패턴의 러플 블라우스로 멋을 낸 이수빈 씨(23)
▲ 자신만의 스타일로 올블랙 패션을 소화한 모델 김보영 씨(20)
▲ 댄디한 블랙 수트에 컨버스 하이를 매치한 모델 고웅호(24)
▲ 푸른색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레드 수트에 버버리 코트를 걸친 이세진 씨(22)
▲ 반다나부터 동물 모양 미니백까지, 귀여운 패션으로 시선을 모은 학생 김지은 씨(17)
▲ 멀리 홍콩에서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담심 씨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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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경 기자 inseou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