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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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그녀는 단지 피겨선수일뿐

기사입력 2008.05.10 10:43 / 기사수정 2008.05.10 10:4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금 김연아는 비 시즌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비록 1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질 ‘페스타 온 아이스쇼’를 앞두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 대회가 이벤트 경기임을 감안한다면 김연아는 현재 휴식기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휴식기에도 김연아를 향한 대중들과 언론들의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선수 중 하나가 김연아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인들의 관심권에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 이로 인한 안타까운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연아에 대한 기사와 수많은 소문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어린 선수 본인이 감당하기엔 힘든 일이 김연아의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바로 김연아란 이름을 건 추측성 보도와 수문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연아의 인기도로 인해 피겨 스케이팅이 많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도 피겨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와 김연아가 지니고 있는 기량 등이 왜곡되어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트리플 점프를 가장 다양하고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는 선수는 세계 어느 선수들도 아닌 김연아인데 아직도 트리플악셀 구사 여부만을 보고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보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는 시선은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입니다.

또한, 가장 문제시되는 점은 바로 김연아를 향한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된다는 것입니다. 인기 있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선수들은 당연히 그 인기로 인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대중적인 인기로 먹고사는 ‘인기인’이기 이전에 피겨 스케이팅이란 종목에서 활약하는 ‘피겨 선수’입니다.

최근 아무리 스포테인먼트가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로 살아가는 연예인들과 스포츠 선수들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합니다. 대중들과 언론들은 유명 스포츠 스타들을 통해 원하던 정보를 얻고 그것을 전달하는 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이들은 날마다 기량 향상을 위해 자신과 싸우고 있는 ‘운동선수’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비록 몸으로 활동하는 스포츠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는 심리적인 측면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스포츠선수들은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에서 적절히 통제되어야 할 명분이 다른 공인들에 비해 큽니다.

김연아는 최근 한 방송사의 토크쇼에 출연해서 자신이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이 기사화되었던 것을 공식적으로 해명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고 감추고 싶은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김연아가 18세의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당차고 자신을 컨트롤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그녀 역시 심적으로 부담을 쉽게 가질 수밖에 없는 어린 선수입니다. 특히, 멘탈적인 부분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피겨선수임을 감안한다면 그녀의 의견이 더욱 존중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현역 어느 선수들에게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김연아지만 전문피겨빙상장이 없는 열악한 국내환경과 돈이 많이 들어가는 피겨를 후원해줄 스폰서의 부재와 빙상연맹의 지원 부족으로 김연아는 정말로 험난하게 이 길까지 걸어왔습니다.

김연아가 그랑프리파이널대회에서 2연패하고 세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해 전 국민에게 환희를 주었지만 정작 아직까지도 김연아는 이에 걸맞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다른 피겨선수들과 쇼트트랙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는 빙상장에서 어렵게 훈련하고 주니어대회 때부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처음으로 우승할 당시에는 부상을 방지해주고 그녀의 발에 제대로 맞는 스케이트조차 구할 수 없어 일본과 유럽으로 직접 찾아나서야 했습니다.

이렇게 훈련할 수 있는 환경 쪽으로 제대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최소한 김연아에게 심적 부담은 덜 주어야 했었습니다. 2분에서 4분 동안 넓은 빙상장 안에서 온 정신을 집중해 최고의 연기를 발휘하는 피겨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올해 있었던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당시 부상에 시달리고 있던 김연아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승리 지상주의를 표명하는 숱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김연아의 성공으로 인해 김연아를 피겨선수보다는 연예인화하려는 측면들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보면 최상의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으로도 부족해 피겨선수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김연아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 어느 선수보다 당차고 의지가 강한 김연아라곤 하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것을 보면 참으로 대견스럽게 보일 정도입니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들과 언론들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주고 위해줄 수 있는 환경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갖춰질 때, 비로소 올림픽 금메달 수와 자국에서 벌어지는 프로리그들의 활성화를 떠나서 그 국가의 스포츠 선진화를 따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피겨 스케이팅 전문링크는 빠른 시일 안에 반드시 이룩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는 김연아에게 심적으로 부담을 주는 시선과 방침들이 줄어들어야 할 것입니다.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섣불리 기사화해 이것마저도 김연아가 토크쇼에 나와 직접적으로 해명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 피겨선수가 훈련할 수 있는 최적의 빙상장이 없다면 그 방판 안에서 연기에 필요한 집중력을 저하할 수 있는 심리적인 부담은 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연아의 유명세가 높아지면서 언제나 유념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김연아는 그 어느 것도 아닌 단지 ‘피겨선수’라는 것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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