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5.07 09:57 / 기사수정 2008.05.07 09:57
[KIA 관중들 응원 하는 사진]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기아 없이는 못살아~ 기아 없이는 못살아~"
이기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이 담긴 KIA팬들의 하나 된 노래가 잠실벌에서 울려 퍼졌다. 5월 1일 목요일 두산과 KIA의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가 열린 잠실구장. 바로 전날 6-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7-6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분루를 삼켰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3루 원정석엔 홈인 두산 팬을 압도하는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찼다.
한국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명가' KIA 타이거즈.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맴돌면서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KIA지만 올해만큼은 여러 선수의 보강과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 조범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음으로써 '명가재건'을 위한 기틀을 잡았고, 여러 전문가조차 올해 KIA의 전력을 최강 SK와 견줄 정도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KIA는 현재 페넌트레이스의 약 20퍼센트를 넘게 치른 이 시점에 안타깝게도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KIA지만 팬들의 열정만큼은 1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의 두산과의 원정 3연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홈인 두산을 압도하는 팬들의 수와 마치 자기 안방인양 연신 울려 퍼지는 팬들의 함성 속에서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의 4강을 향한 염원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 왼쪽부터- 최장균(동국대학교 경제학과 23세), 남범희(동국대학교 경영학과 23세), 이재일(동국대학교 경영학과 23세), 김은애(동국대학교 경제학과 23세, 고영탁(중앙대학교 경제학과 26세)]
박형규 기자(이하 박)> 이렇게 5명이 모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김은애> 사실 저희가 안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대학생연합 시장경제 동아리인 YLC라는 곳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니 모두 야구를 사랑하고 있었고, 모두 KIA의 열혈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KIA가 열린 경기에 다 같이 관람을 하러 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잠실과 목동에서 열리는 KIA경기에 시간이 되는 한 빠짐없이 관람하려고 합니다.
박> 언제부터 KIA를 좋아하게 됐습니까? KIA를 좋아하는 이유는?
남범희> 언제부터 인지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습니다. 예전 해태시절 추석 때 가족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한국시리즈를 TV로 시청하며 한마음으로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이 광주 출신이시고 여러 친척분이 전라도에 사셔서 그런지 그러한 영향으로 저 또한 지금 KIA를 좋아하고 KIA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박> 기아가 현재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재일> 지금 전광판 KIA라인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타선의 짜임새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 타자들 중에 이용규와 장성호만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기대했던 최희섭은 아직도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한 것인지 수많은 득점권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 상대 투수들이 장성호와의 승부를 꺼린 채 최희섭과의 승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심할 정도로 높은 장성호의 출루율이 잘 이를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투수진 쪽도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선발진도 불안하지만 더욱더 불안한 쪽은 중간 계투진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중간 허리진에서 신용운이 항상 듬직하게 지켜줬었는데, 군입대 후 그의 역할을 대신 해줄 마땅한 대안이 없어졌습니다.
군에서 복귀한 왕년 마무리 유동훈은 아직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고, 지난해 신인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손영민도 경험부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팀성적이 바닥이고, 팀이 리드하는 순간이 적어지니, '한국 최고의 파이어볼러' 마무리 한기주의 등판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게 되어 팀 운영의 효율성 측면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박> 바뀐 조범현 감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최장균> 조범현 감독님은 SK 시절 '데이터 야구의 신봉자'로서 팀을 잘 운영하셨던 분인데, 사실 우리 KIA에는 잘 맞지 않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KIA는 전통적으로 데이터 등의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전통의 명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 선수들을 믿고 신뢰하는데서 그 힘의 원천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박>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그리고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고영탁> 서재응 선수를 가장 좋아합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납니다.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애칭에 걸맞은 좌우 코너워크와 떨어지는 변화구가 인상적입니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서 승수가 1승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 잘할 거라 믿습니다. 앞으로 KIA의 중심축을 잡아줄 선수로서 '전국구 에이스'인 롯데의 손민한 투수처럼 팀의 1선발 역할을 굳건히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장균>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나지완선수 입니다. 미래의 KIA의 4번을 책임져줘야 할 선수입니다. 좋은 하드웨어를 갖췄고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스윙이 돋보이는 선수라 상대적으로 좁은 광주구장에서 많은 홈런을 양산해 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박> 가장 아쉬운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지?
남범희> 발데스 선수와 최희섭 선수입니다. 발데스 선수는 수비적인 면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타격에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용병'이라는 기대치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전혀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범경기에서는 1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단 1개의 실패도 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타격이 좋지 않아 출루할 기회가 적어지니 자연스럽게 뛸 기회도 적어지고 있습니다.
최희섭 선수는 팀의 4번으로서 '해결사 능력'을 보여줘야 하지만, 찬스 상황에서 삼진이나 범타로 물러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앞뒤에는 '스나이퍼' 장성호와 지난해 타격왕-안타왕 이었던 이현곤이 버티고 있으니 최희섭이 제 역할만 해준다면 최고의 클린업을 구성할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박> 서재응, 최희섭, 호세 리마, 윌슨 발데스 등 빅리거 출신들이 이렇게 동반 부진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재일> 일단 스프링캠프 때 훈련량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고, 아직 한국프로야구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 MLB보다는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보았듯이 실력 차가 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인 면이 강하기에 아무리 제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우리 한국야구에 한번에 잘 적응하는 것은 힘들다고 봅니다. 그리고 서재응, 최희섭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올해 KIA의 예상 순위는? 탈꼴찌를 위해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영탁> KIA는 넘치는 외야 자원이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분위기 쇄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레이드를 통한 굳건한 중간계투진들을 영입하여 한기주 앞까지 무사히 게임을 리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비록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저는 KIA를 믿습니다. '미라클'을 일으키며 최종적으로 4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남범희(동국대학교 경영학과 23세), 이재일(동국대학교 경영학과 23세)]
박> 기아는 롯데와 더불어 '전국구구단'이라고 불립니다. 지난해와 더불어 올해도 부진하고 있는데 팬들이 이토록 KIA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남범희> KIA는 전통의 명가로서 예전 해태시절부터 이어온 자부심과 자존심이 있습니다. KIA가 호남 사람들의 공동체적 연대감을 결속시켜주는 도구로써 지역적 연고감을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홈인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다른 구장에서도 전라도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와서 KIA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재일> 한국의 스포츠는 정치적인 부분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겪었던 정치적 서러움을 달리 표출할 수단이 없었던 사람들이 '야구'를 매개로 해서 그 원통함을 풀었습니다. 프로농구에서 강원도의 원주 동부 프로미처럼, 야구 또한 전라도 유일의 구단이 KIA이기 때문에 전라도 사람들을 한데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팀의 성적은 좋지 않지만 서재응, 최희섭, 장성호, 이용규, 이현곤, 윤석민 등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도 팬들을 끄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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