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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박찬호에게 보직의 중압감은 필요없다

기사입력 2008.04.17 18:26 / 기사수정 2008.04.17 18:2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현재 같은 아시아 야구 국가들인 일본과 대만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인해 연일 관심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대만은 귀홍즈가 선발진으로 나설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하면서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의 두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1선발 왕치엔밍)와 LA 다저스에 자국 출신의 선발 투수들이 활약한다는 사실에 무척 의기양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대만보다 앞서나가는 야구 강국으로 자부심을 가졌던 한국은 연일 ‘원조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의 선발 투수 진입에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시범 경기에서 보여준 박찬호의 호투는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방불케 했습니다. 또한, 시즌에 들어서면서 중간 계투진으로 4경기에 출전해 6이닝 동안 방어율 1.50에 자책점 1실점을 기록하는 빼어난 피칭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박찬호를 성원하는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선발 진입의 길은 순조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5선발인 에스테반 로아이자의 빈자리에 박찬호가 대신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 토레 다저스 감독은 대만 출신의 궈홍즈에게 5선발을 맡겼습니다.

박찬호가 처음부터 로아이자와 궈홍즈에 비해 유리하지 못한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다저스에 들어왔다고 해도 최근 그의 구위를 볼 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베테랑 교타자인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메이저리그의 로테이션에 진입하면서 박찬호가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난무했습니다. 그러나 불펜 투수로 좋은 활약을 보인 박찬호는 메이저리거로 살아남았고 부진한 피칭을 보였던 라몬 트론코소가 마이너리그로 떨어졌습니다.

또한, 문제는 이제 부상에서 복귀하는 제이슨 슈미트가 박찬호의 향후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슈미트가 기존대로 복귀하고 현재 선발진을 꿰찬 투수들이 극심한 부진을 보이지 않는다면 다저스에서는 박찬호가 선발로 뛸 자리는 당분간 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박찬호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마이너리그 계약이 끝나는 5월 중순경이 되면 박찬호는 만약 자신에게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으며 트레이드나 웨이버 공시를 통해 선발진이 필요한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박찬호가 진정으로 선발진을 원한다면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자신의 친정팀인 LA 다저스에서 선발 투수로 진입하고자 하는 맘이 강했던 박찬호가 지속적으로 불펜 투수로 뛰면서 향후를 대비한다면 지금과 같이 불펜 투수로 활약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박찬호의 보직에도 문제가 있지만 어느 순간에 다시 마이너리그행이 떨어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모처럼 돌아온 친정팀이지만 과거 자신을 1, 2선발로 우대해주던 팀이 현재는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다저스는 이미 선발 투수진들의 경쟁이 치열할 만큼 꽉 찬 상태였었고 다저스 구단이 박찬호를 강하게 원해서 계약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선수로서 자리 잡기가 어려운 팀이었지만 박찬호는 다저스를 선택했고 모처럼 돌아온 친정팀에서 예전의 구위를 되찾아가고 있었습니다.

박찬호에게 LA만큼 심리적으로 편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도 드물 것입니다. 전성기를 보낸 다저스 스타디움의 마운드는 어느 구장의 마운드보다 친숙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늘 위태로운 자신의 자리에 대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박찬호에게 어떤 상황이 닥쳐오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박찬호가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자신의 구위와 몸 상태입니다. 아무리 메이저리그에서 변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잘 던지는 투수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곳은 메이저리그가 아닙니다.

물론 등판 간격이 일정하게 주어져 있어서 자신이 투구할 날을 조정하고 이에 맞게 구위와 체력을 체크해 나갈 수 있는 선발진이 좋긴 하겠지만 그것에 앞서 중간계투와 롱 릴리프라 하더라도 자신이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지면 던져야 하는 것이 투수의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묵묵히 훈련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박찬호는 이런 현실에 충실히 대비해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보직을 떠나서 현재의 구위를 유지하고 좋은 몸 상태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현재의 박찬호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며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나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사진 = 박찬호 (C) LA 다저스 홈페이지]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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